▲28일 오후 2시 기독교회관 709호 NCCK 예배실에서 ‘한국교회와 교회세습’을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베리타스 |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 709호에서 ‘한국교회와 교회세습(담임목사직 세습)’을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이하 NCCK)가 주최한 이날 간담회에는 이엉재 목사(전주화평교회)의 발표와 전철 박사(한신대 외래교수)의 논찬이 눈길을 끌었다.
이 목사는 ‘교회세습을 바라보며 오경읽기’란 제목의 발표에서 세습 논쟁 중 세습 찬성론자들이 주요 근거로 삼고 있는 구약의 레위지파 제사장 전통에 대해 "(세습 정당화)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교회세습을 추진하는 목회자들은 여전히 구약성경에 세습의 근거가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레위인, 특히 아론과 그 아들들의 제사장직 계승을 근거로 그들은 교회세습을 정당화하고 있다"면서 "비느하스가 제사장이 된 것은 그가 아론의 손자요 엘르아살의 아들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싯딤에서 모압여인들의 유혹에 넘어가 바알브올에게 절한 백성을 처단하는 열심을 보였기에 하나님께서 그를 택하신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이어 "제사장을 승계할 때 하나님께 택하시는 이유를 성경이 일일이 제시하고 있다. 아버지의 아들이기 때문에 자동으로 직분을 승계하는 경우는 성경에 전혀 나오지 않는다"고 했으며, 레위인은 오히려 "이스라엘 지파 중 공공성을 담지한 영성 지도자들이며, 오로지 하나님만 바라고 말씀만 공부하며 일체의 사유재산을 소유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교회세습은 이 공공의 원리를 훼손한다"며 "공공의 재화와 권력을 목회자가 사유화함으로써 하나님 나라의 공공성을 확장시키지 않고 훼손하게 된다. 교회세습은 성경을 거역하는 무서운 악행"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논찬을 맡은 전철 박사는 "교회 세습의 명분은 구약성서적으로, 특히 구체적으로 오경에서도, 근거가 없음을 오늘 발제에서 잘 지적하고 있다"고 했으며, "개혁교회 목회자는 예루살렘 성전의 제사장 직분이 아니라 바빌론 디아스포라 공동체를 인도하는 말씀의 종으로서 토라를 가르치고 적용했던 레위지파에 그 기원이 있음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철 박사는 이어 "교회세습의 실질적인 내용이 무엇일까"라고 반문하며 "교회를 일종의 개인이 소유하는 기업으로 보고 있다는 것에 그 이유가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교회 세습이 "굴지의 대기업의 회장직이 자식들에게 대물림되는 재벌 세습"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회세습의 폐단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몇년 전부터 한국의 일부 중대형교회들을 중심으로 드러나고 있는 교회세습이 교회 신앙공동체의 분열, 그리고 교회의 사회적 책임회피를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하나님 외의 그 모든 것을 상대화 하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다. 그것은 종교지도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교회세습은 부자간의 부정한 결탁 이외의 모든 것을 상대화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교회세습을 필두로 공공성이 현저히 훼손되고 있다는 발제자의 지적에는 "우리 사회와 교회가 공공성의 감각에 매우 취약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사실 사회 안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많은 공화국 시민과 믿음의 백성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불의가 가득한 현실을 교회가 앞장서서 갱신하고 변화시키고 사라진 공공성을 회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끝으로 "목회자의 지향은 돈과 권력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오히려 교회의 반대말은 권력이다. 교회의 반대말은 돈이다. 권력과 돈은 우상이다. 오히려 목회자는 교회에 공공적인 하나님의 말씀과 삶이 가득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교회세습의 유혹을 능히 떨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