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부산 총회를 둘러싼 한국 개신교회의 주도권 싸움을 ‘진영 논리’의 관점에서 관찰, 분석한 글이 이목을 끌고 있다. 27일자로 발송된 한국종교문화연구소(이하 한종연)의 뉴스레터 기고글 ‘세계 그리스도교와 한국 개신교회의 이면 보기’에서 호남신대 신재식 교수는 "총회 개회까지 두어달 조금 더 남아 있는데 모두가 기뻐하는 축제로 총회가 진행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WCC 안팎의 여건과 한국교회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신 교수는 "무엇보다 국내 보수 개신교회가 부산 총회 개최를 반대하고 있고, 한국준비위원회를 둘러싼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나오는 불협화음 때문"이라며 "전환기에 놓여 있는 세계 그리스도교와 한국 개신교의 정황 그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WCC 부산총회가 세계교회사적으로 갖는 의미를 짚었다. 신 교수는 "유럽과 북미 중심의 지도력이 이들이 가진 재정 능력과 더불어 지금까지 WCC의 주인 노릇을 해왔다면, 지금은 기존의 상황이 바뀌는 전환기"라며 "한국 개신교회는 WCC의 재정 능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보수적 목소리와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또 "현재 세계 그리스도교 지형을 볼 때, 글로벌 사우스에서 지역교회가 스스로 경제적 역량을 가지고 국제적인 행사를 치룰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교회가 한국 개신교회일 것"이라며 "부산 총회는 전환기에 선 세계 그리스도교의 앞날을 가늠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며, 한국 개신교회는 그 방향키의 머리에 서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위상과 역량을 가진 한국 개신교회, 그것도 같은 WCC 가입 교단인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불협화음과 잡음이 왜 나오는 것일까? 신 교수는 "WCC 부산 총회는 한국 개신교회의 에큐메니칼 운동의 주도권 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세계 그리스도교 에큐메니칼 운동 현장에서 한국의 대표성을 띠고 활동해온 교단이 기장과 기감이었다. 예장 통합은 예장 합동과 교단이 분열된 이후 교단 통합을 염두해 두고 상당 기간 동안 WCC 가입과 활동을 자제해왔다. 그 사이에 기장과 기감이 한국 개신교의 에큐메니칼 대표성을 누렸다. 세계 교회 활동에서 선점한 기장과 기감 등의 기존의 에큐메니칼 진영은 그동안 한국교회 안에서도 에큐메니칼 운동의 주도권을 행사해왔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한국 에큐메니칼 진영 안에서 지형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예장 통합이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에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 예장 통합이 주도적으로 WCC 부산 총회까지 유치한 것이다.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의 주도권에서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WCC 부산총회 한국준비위원회와 NCCK 사이의 갈등 이면에는 "기존의 주도권을 여전히 유지하려는 원로 그룹을 중심으로 한 흐름과 풍부한 인력과 재정 능력을 지닌 예장통합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라며 "예장 통합은 이미 WCC를 비롯한 세계 에큐메니칼 기관에 상당수가 자리잡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아주 풍부한 에큐메니칼 인력 자원을 갖추고, 에큐메니칼 다음 세대를 교육하는 있는 상황이 타 에큐메니칼 운동 그룹에게 즐거운 일은 아니"라고 전했다.
신 교수는 "이런 상황 탓에 WCC 부산 총회의 성공적 개최 이후에는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을 예장 통합이 완전히 독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며 "이렇게 WCC 부산 총회는 한국 에큐메니칼 진영 내부에는 그 이후 주도권의 문제까지 걸려 있는 것이다. WCC 부산 총회가 세계 그리스도교에는 축제일지 모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신 교수는 WCC 부산 총회를 둘러싼 한국 개신교회 내 보수파와 진보파의 갈등의 이면을 분석했으며, 이와 더불어 WCC 제10차 부산총회의 역사적 의미를 다시금 확인하기도 했다. 신 교수는 특히 WCC 부산총회는 "WCC의 미래나 심지어 존속 여부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했으며 또 "한국 개신교 역시 진보와 보수로 대변되는 두 진영의 주도권 싸움과, 에큐메니칼 진영 안에서 주도권 싸움의 한 가운데 있다"고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