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부산총회 프로그램 중 하나인 ‘평화열차’ 홍보 시안. ⓒNCCK 홈페이지 |
WCC 부산총회와 관련된 프로그램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평화열차’ 프로젝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총무 김영주 목사) 산하 WCC 협력위원회는 이 프로젝트의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살고 있는 남북한 기독교인들이 세계 기독교인들 앞에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故 오재식 박사가 최초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열차 탑승자들은 독일 베를린을 출발해 러시아 모스크바를 지나 중국 베이징과 북한의 평양을 거쳐 부산에 도착하는 것을 그 일정으로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와 더불어 이산가족 상봉 논의에 이르기까지 남북관계가 호전되고 있는 점은 ‘평화열차’의 성공에 청신호를 밝혀주고 있기도 하다.
현재 ‘평화열차’ 준비를 적극 주도하고 있는 이는 김영주 NCCK 총무다. 얼마 전 WCC 한국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에 복귀한 그는 느즈막히 참여한 WCC 부산총회 준비에서 자신의 역할을 ‘평화열차’에서 찾고 있다. 한반도 평화 이슈와 관련해 유일하게 계획된 사업이라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총무는 특히 지난달 11일 미국 국무부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와 면담하는 자리에 참석, ‘평화열차’ 사업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평화열차’ 사업이 큰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하 조그련)과의 접촉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남북관계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NCCK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통일부에 방북 승인 요청을 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불가”였다고 한다. ’평화열차’가 계획대로 북한을 통과하려면 조그련측과 사전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 정부의 방북 승인 불가 방침으로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통일부의 방북 승인 불가 입장과 관련해 NCCK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새어나온다. NCCK는 이제껏 통일부의 (대북지원 관련)방북 승인 불가에 규탄 및 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강경 대처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번에 두 차례나 방북 승인 거부를 당했는데 NCCK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월 중 방북이 성사되지 않으면 ‘평화열차’ 코스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WCC 협력위측은 차선책으로 베이징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도착하는 코스를 설명하고 있으나 ‘북에서 남으로 기차로 통과하겠다’는 애초 계획에 비해서는 임팩트가 약한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평화열차’ 이벤트에 한국 기독교인들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활동했던 기록물 등을 보관, 전시하는 시간을 갖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형식보다 내용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평화열차’ 탑승객들에 부과되는 높은 운임료도 골치다. 탑승객들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약 300여 만원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NCCK측에서 1백여 만원을 보탠다고 한다. 1인당 운임료가 400여 만원인 셈이다. 만에 하나 북한의 평양도 통과하지 않는 ‘평화열차’에 이처럼 높은 운임료를 내고 탑승하라고 한다면 WCC 총대들이 얼마나 참여할지 의문이다. ‘평화열차’ 준비팀의 짐이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