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김경재 교수, 한국의 종교들 ‘십자군 성전’ 자기합리화해

각 종교 ‘차마 못하는 마음’ 키우고 지켜나갈 것 강조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자문위원) ⓒ베리타스 DB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최근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의 종교들이 인간 본성 속에 배아처럼 깃들어 있는 ‘차마 못하는 마음’ 혹은 ‘측은지심’을 키우고 지켜가지 못했노라고 시인했다. 김 교수는 앞서 "‘차마 못하는 마음’이란 약하고 고통 속에 처한 생명체를 보고, 느끼고,함께 아파하는 양심의 울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한 사회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로 이 ‘차마 못하는 마음’을 "집단적으로 제도적으로 말살하고 조롱하는 사회풍토를 강화해 왔다"고 지적한 김 교수는 "전쟁문화와 전쟁담론, 군사주의와 군사문화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남북한 7000만 민족 심성과 의식구조 안에 내면화돼왔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차마 못하는 마음’은 "도덕적 사치이거나 감상적인 나약한 품성이며, 결국 생존경쟁 사회에서 패배자로 내몰린다는 생각을 갖도록 국민을 휘몰아갔다"며 "한국전쟁은 부끄러운 ‘형제살인’ 행위였으며 베트남과 이라크 전쟁에 한국군의 파병은 ‘생명 살상’의 반인륜적 행동이라고 이 땅의 종교들은 말하지 않았다"고 고발했다. 이어 "‘차마 못하는 마음’을 키우고 지켜가는 일이 종교가 땅 위에 존재하는 제1목적이 아니던가?"라고 반문하며, "국가주의에 아부 타협만이 아니라 전쟁국가의 무운 강성을 축복하며 ‘십자군의 성전’이라고 자기합리화를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인간 생명이 생겨먹은 것 자체가 ‘차마 못하는 마음’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음을 재확인하며, "그 맘은 군복무 대체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감옥에서 기다리는 젊은이의 가슴속에 지금 살아 있고, 버려진 애견들을 불쌍해서 주워다가 움막 같은 집에서 함께 사는 폐지수거 할머니 마음 안에 살아 있다"고 했다. 덧붙여, "거짓 증언자들의 위증을 못 들은 것처럼 ‘차마 못하는 마음’ 때문에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증언하는 권은희 전 서울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양심 속에도 살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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