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뢴트겐 피에타>, 1370년경, 채색된 목조, 높이 26.6, 독일 라인 향토박물관, 본. |
전주를 오가면서 주문만 해놓고 책상 한 구석에 오랫동안 숨켜져 있었던 박완서의 <한 말씀만 하소서>를 읽었다. 마음의 짐을 던 기분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생전에 25살 난 생떼 같은 아들을 잃고 슬픔과 고통에 잠겨 피눈물 같은 2달 간의 일기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긴 고통의 여정 속에서 그가 새롭게 하나님을 만나는 과정이 애절하고 곡진하다. 아래는 인용.
“그때 계시처럼 떠오른 나의 죄는 이러했다. 나는 남에게 뭘 준 적이 없었다...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은, 타인에 대해 철저한 무관심이야말로 크나큰 죄라는 것을, 그리하여 그 벌로 나누어도 나누어도 다함이 없는 태산 같은 고통을 받았음을, 나는 명료하게 깨달았다...고통도 나눌 가치가 있는 거라면 나누리라
주여, 나를 받으소서 나의 모든 자유와 나의 기억력과
지력과 모든 의지와 내게 있는 것과 내가 소유한
모든 것을 받아들이소서, 나의 고통까지도, 당신이 내게
이 모든 것을 주셨나이다. 주여, 이 모든 것을 당신께
도로 드리나이다.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오니, 온전히
당신 의향대로 그것들을 처리하소서. 내게는 당신의
사랑과 은총을 주소서, 이것이 내게 족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