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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광섭의 미술산책] 촉각(피부감각)과 신앙

심광섭·감신대 교수(조직신학)

▲렘브란트, 시므온의 노래(The Song of Simeon), 1669
▲Brueghel, Jan the Elder, The Sense of Touch, 1618

피부감각과 관련하여, 요한은 자신의 손으로 생명의 말씀을 만져 보았다고 말하는 것이다.(요일 1:1) 신학은 시므온이 그랬듯이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손으로 만져보는 경험(touch), 더 나아가 아기 예수를 품에 안아보는(포옹) 경험에까지 이르러야 한다.(눅 2:28) 
 
“한 나병환자가 예수께 와서 꿇어 엎드려 간구하여 이르되 원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나이다. 예수께서 불쌍히 여기사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Jesus reached out his hand and touched the man.) 이르시되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하시니 곧 나병이 그 사람에게서 떠나가고 깨끗하여진지라.”(막 1:40-42) 
 
나병 환자를 철저이 배제하는 것이 규범이고 율법이었던 사회였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모든 구약의 규범에 반대하여, 모든 사회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모든 계명에 대항하여, 나병 환자에게 다가가서 그를 만지신다. 세상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우리를 가르치려든다. 정치가는 우리에게 연설한다. 의사는 처방전을 써준다. 하지만 이 모든 행위에는 감각적 섬세함과 몸의 사랑이 빠져있다. 그러나 “복음은 몸과 함께 살아져야 한다”(떼제 공동체의 로저 슈츠) 
 
피부는 사방팔방 열려있는 몸의 출입문이다. 피부와 피부의 접촉 곧 살과 살의 만남은 타자를 통해 가능한 최초의 자기초월의 몸짓이다. 피부감각 중 에로틱한 터치인 '키스'처럼 몰입과 집중을 동반하면서도 생생한 감각의 경험은 없을 것이다. 
 
처음 네 입술이 열리고 내 혀가 네 입에 달리는 순간
혀만 남고 내 몸이 다 녹아버리는 순간
내 안에 들어온 혀가 식도를 지나 발가락 끝에 닿는 순간
열 개의 발가락이 한꺼번에 발기하는 순간
-김기택의 <키스> 중에서.
 
엠마누엘 레비나스는 사랑의 터치인 “애무(愛撫)”에 관하여, 그것은 날려 보내는 것도 아니고 소유하려는 것도 아니다, 하고 말한다. “애무(愛撫)는 주체의 존재 방식이다. 애무를 통해 주체는 타자와의 접촉에서 단지 접촉 이상의 차원으로 넘어간다. ... 애무는 소유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열어 주는 이러한 배고픔의 증대, 점점 더 풍요 해지는 약속으로 가득 차 있다. 애무는 헤아릴 수 없는 배고픔을 먹고 산다.”[<시간과 타자>에서]
 
신성한 것과의 영적 접촉(spiritual touch)은 생생한 하나님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영적 접촉은 최고의 영적 감각이다. 하나님을 아는 것(cognoscere)을 넘어 그분 자신을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하나님과의 일치(communio mystica)인 황홀의 경험이다. 떼이야르 드 샤르댕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하나님을 예배한다고 말한다. “이교도처럼, 저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하나님을 예배합니다. 실제로 저는 이 하나님을 만집니다. 저를 둘러싸고 있는 물질세계의 표면에서 그리고 그 깊은 곳에서 저는 하나님을 만집니다.” 하나님과의 만남은 장악(grasp)이 아니라 애무하는 것처럼 일어나는 영적 만짐(touch)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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