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일본 동양대학 유학시절과 한국 순회 전도 강연

<만우 송창근 목사 바로보기5>

김재준과의 만남에서 보았듯, ‘인재 발굴하여 키우기’는 송창근이 지난 특성 중 하나였다. 그런데 송창근이 그 못지않게 마음을 쏟아 노력한 것이 ‘자신을 키우기’였다. 남대문교회 전도사 노릇을 하던 송창근은 아직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서울에서 손꼽히는 큰 교회의 전도사가 된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일본 유학을 계획했다.

일본으로 건너간 송창근은 의외로 ‘신학’을 전공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동경에 있는 ‘동양대학 문화학과’에 입학했다. 아마도 ‘문화학’을 먼저 전공한 뒤에 그 바탕 위에서 다시 ‘신학’을 전공하려고 마음 먹었던 모양이다.

동양대학은 1887년에 창설된 ‘사립 철학관’이 전신이다. 1903년에는 교명을 ‘사립철학관대학’으로 개칭했다가 1906년에 다시 ‘동양대학’으로 개칭했다. 동양대학에 문화학과가 생긴 것은 1921년이었다. 문화학과는 전문학부 소속이고 3년제로서, 일본의 대학과정으로서는 새로운 시도였다. 문화학과의 교육과정은 철학과 문학을 중심으로 삼고 창작시간도 있으며, 최신의 새로운 학문인 사서학과 신문학 과정도 설치되어 있었다.

일본 동경의 동양대학 문화학과에 입학한 뒤, 송창근은 즉시 동경에 있는 조선 YMCA의 일본지부인 ‘재일본동경조선 YMCA’의 회원이 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의 Y활동이 그대로 연장된 것이다.

‘재일본동경조선 YMCA’의 공식 명칭은 ‘재일본동경조선기독교청년회’로서 서울에 있는 한국 YMCA의 지부로서 동경에 설립되었다. 1905년에 노일전쟁이 종전된 이후 급격하게 일본에 유학하는 한국 유학생이 늘어나서 동경에 있는 유학생의 수가 400여 명에 달하자, 서울에 있는 황성기독교청년회에서는 1906년 8월에 부총무 김정식을 동경으로 파송하여 동경조선기독교청년회를 조직하도록 조치했다.

동경에 간 김정식은 대한제국 일본 주재 공사관에 머물면서 준비한 끝에 1906년 11월 5일에 신전구 미토대정에 있는 일본인의 ‘동경 YMCA’의 2층방 하나를 빌어서 ‘동경조선기독교청년회’를 발족시켰다. 초기 동경조선 YMCA의 중심 프로그램은 성서연구반의 운영이었다고 한다.

1914년 9월에 재일본동경조선 YMCA는 신전구 서소천정 2정목 5번지에 130평의 부지를 마련하여 건평 74평의 2층 양옥 건물을 신축했다. 동경 YMCA는 자체 건물을 확보한 것을 계기로 동경 유학생들 활동의 구심점이 되어 더욱 빠르게 발전해 나갔다. 그 일에 대하여 <재일본한국기독청년회사>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2층은 13~14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침실로 되어 있었고, 아래층은 사무실, 응접실, 식당 등으로 배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모든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다. 큰 집회 때에는 아래층 전체가 강당의 역할을 했다.

비록 작다고는 하지만 내 집을 마련하게 된 동경조선기독교청년회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는 듯 높아갔다. YMCA의 모든 프로그램이 더 한층 활기를 띠었다. 동경교회의 예배와 전도 집회는 물론이고, 학우회의 각종 집회가 모두 여기에서 이루어졌다. 일본에 유학하는 한국인 학생들은 기독교 신자이건 아니건 간에 모두가 이 집을 내 집으로 알고 드나들었다. 그리하여 2.8독립선언이 모의된 곳도 바로 이 집이었던 것이다.

1922년 4월에 일본에 간 송창근이 내 집처럼 드나들었던 곳이 바로 이 YMCA 건물이었다. 송창근은 서울에서 이미 활발하게 YMCA 활동을 했던 터라, 동경에 도착한 이래 동경조선 YMCA에서도 극히 중요한 인물로 떠올랐다.

송창근은 그해 여름에 매우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 7월부터 시작되는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동경 유학생들이 조직한 ‘모국 방문 순회 전도 강연대 4명’ 중 한 사람으로 발탁된 것이다. 1922년 봄에 일본에 건너가서 4월부터 6월까지 불과 석 달 동안 대학을 다닌 뒤, 모국 방문 강연대원으로 다시 모국 땅을 밟았다.

당시 동경에 있던 수백 명에 달하는 많은 기독교인 유학생들 중에서 갓 일본에 온 그가 ‘모국 방문 순회 전도 강연대 4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서울에서 발행되던 조선의 중앙 YMCA의 잡지 <청춘>의 필자로 활발하게 활약해온 그의 경력 및 대중 연설에 능하고 시국을 바라보는 균형 잡힌 예리한 안목이 있고 포용력이 큰 성품 등이 동경 유학생 사회에 크게 어필한 까닭으로 보인다. 낭중지추(囊中之錐), 곧 주머니에 든 송곳처럼 지난 바 품성과 능력이 뛰어난 인재답게 그는 언제 어느 장소에 놓이든지 간에 이내 두각을 크게 나타내는 사람이었음을 이때 매우 인상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모국 방문 순회 전도 강연’은 1922년 7월 5일 부산에 도착하여 9월 6일까지 2개월 동안 전국 40여 개 도시를 순회하는 대규모강연이었다. 강사는 백남훈, 송창근, 송의정이었다. 백남훈은 현직 동경조선 YMCA의 총무 간사였고, 문자 그대로의 유학생은 채필근, 송창근, 송의정 3사람이었다.

이 때 강연대가 겉으로 내세운 명목은 ‘모국 방문 순회 전도 강연’이었지만, 숨은 목적은 따로 있었다. 1919년 이래 동경조선 YMCA에서는 좁은 회관을 새로 크게 증축하는 것이 관계자들의 매우 고시해온 현안이었는데, 이 강연은 그 사전 준비 작업이었던 것이다.

강연은 1922년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 이어졌으며, 동아일보에 그 내용이 나와 있다.

청년회 전도대 강연

재동경 기독교 청년회 종교부 주최의 전 조선 순회 전도단 일행은 본월 5일 오후 7시 당지 유지 제씨의 환영리에 백마역에 도착하야 동 8시 반부터 백마 예배당 내에서 전도 강연회를 이준화 목사의 사회로 개(開)하얐는대 채필근 씨는 진정한 종교의 본질이라는 제(題)로 송창근 씨는 억(億)! 무정(無情)이라는 제(題)로 장시간의 열변을 토하야 5백여 명의 청중에게 다대한 감각을 여(與)하고 동 11시에 폐회하얐는대 일행 중 백남훈 씨는 의외 병기(病氣)로 인하야 예정과 여(如)히 강연치 못하얏슴으로 당지 인사는 유감을 마지 아니하더라.

송창근은 강연회 내내 간 곳마다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강연했다. 보도된 제목을 보면 ‘기독(基督)의 도(道)’(개성), 이적(異蹟)을 구(求)하는 자와 지혜(智慧)를 심(尋)하는 자’(진남포), 억(憶)! 무정(無情)’(백마), ‘십자가의 도’(선천) 등이었다. (아마도 선천에서 행한 강연 제목은 ‘십자가의 도’이었을 터였을 것인데 ‘가’자가 빠진 듯하다.) 제목들을 일별해 보아도, 그가 각지의 사정과 청중에 맞추어서 적합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애쓴 충정을 여실하게 느낄 수 있다.

순회 전도 여행이 마무리된 뒤에 송창근은 다시 동경으로 갔다. 그처럼 대원들이 애를 쓴 결과 표면적으로 거둔 성과는 컸다. 그러나 조선총독부의 훼방으로 이때의 순회 전도 강연은 이면의 숨은 실제적 목적을 달할 수 없었다. 백남훈 씨의 자서전을 보면, 조선총독부에 신청해 두었던 ‘회관 건축을 위한 기부금 모집 허가원’에 대한 불허 통지가 그들이 동경으로 돌아간 뒤인 192년 9월 20일 경에 사무실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재일본 동경 유학생 순회 전도 여행의 근본 목적은 ‘회관 건축을 위한 기부금 모집’이었고, 그 사전 작업으로서 조선 전국 각지를 돌면서 ‘동경 Y’를 선전하고 그 중요성을 알리는 강연회를 진행했다. 그런데 끝내 조선총독부의 기부금 모집 불허 통지로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백남훈 시는 그로 인한 정신적 심리적 타격이 너무 커서 완전히 의욕상실에 빠졌다. 그래서 그로부터 몇 달 뒤인 1923년 1월에는 재일본 동경 YMCA의 총무간사 직을 사임하고 물러났고, 끝내 15년간에 걸쳤던 일본생활을 모두 청산하고 영구 귀국했다고 한다.


자료제공: 경건과신학연구소(소장 주재용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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