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
임 전 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변화하는 국제질서에 발맞춰 적절한 외교관계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초강대국 미국과 신생강대국 중국의 관계 변화를 고찰한 그는 향후 미-중 관계가 공동경영 시대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을 했으며, 이는 한반도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장관은 "지금까지 한국은 군사정전체제하에서 한미안보동맹, 미군주둔, 전시작전권 이양 등으로 상징되는 대매의존을 지속해 왔다"며 "미국의 네오콘과 군산복합체는 소련 붕괴 이후 중국을 잠재적 위협으로 상정하고 견제와 포위 전략을 추진해 왔으며, 북한문제를 이와 연계하여 이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북한문제로 한반도 긴장이 지속되는 것이 미국의 동북아전략에 유리하다는 것이 이들의 발상이었다"며 미국이 동북아시아 패권 유지를 위해 한반도 긴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이어 "한국은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한중협력’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중국이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북한에 대한 증대되는 영향력 그리고 또한 안보 측면에서도 중국의 위상과 영향력이 증대됨에 따라 관계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두 강대국 사이에 낀 한국이 적절한 외교관계를 수립해야 할 때라는 사실도 새삼 강조했다. 임 전 장관은 "두 강대국 사이의 양자택일과 양다리 걸치기가 아니라 한미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과 좋은 협력관계를 발전시키는 슬기로운 조화를 이루며 국가이익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며 "한미동맹이 중국을 위협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중국과의 협력관계가 미국을 배척하는 것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의 협력이 중요한 시기임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가 미중 갈등과 분쟁의 빌미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며 남북합의의 준수 이행부터 촉구했다. <남북기본합의서>, <6.15 남북공동선언>, <10.4 선언> 그리고 6자 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 안에 한반도의 미래가 제시되어 있다는 설명도 보탰다.
한반도평화체제를 위한 실제적 전략으로는 ‘남북경제공동체의 형성’을 들었다. 그는 "민족경제의 균형적인 발전과 민족 전체의 복리 향상을 위해 남북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고, 경제공동체를 형성해 상호의존도를 높여 나가는 것이 평화와 통일에 이르는 지름길"이라며 "유럽이 경제공동체EEC를 형성하여 국가연합EU을
이룩하고 정치적 통합을 지향하는 것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제공동체로의 보장을 받기 위해서라도 신속히 4자평화회담과 평화프로세스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임 전 장관은 "4자평화회담 틀 안에서 남북관계와 미북관계의 정상화를 촉진하고 군비통제와 비핵화를 실현해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과 북은 군비통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며 "지금부터 협상을 개시하여 4자평화회담을 견인하고 평화프로세스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이라고 했다.
끝으로 임 전 장관은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해 한국교회에 바라는 점을 당부했다. 그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능동적이고 성실한 노력과 남북합의의 준수 이행, 4자평화회담 개최와 군비통제협상 개시 등을 촉구하는 한편 비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해야할 것"이라며 "서독의 경우처럼 교회가 북한 동포들을 위한 우리 식의 물질적 정신적 나눔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