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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광섭의 미술산책] 기도할 때, 어떤 자세를 취하는가?

심광섭·감신대 교수(조직신학)

▲이광훈, <기도>, 1995.

⑴우리는 땅에 얼굴을 대는 자세로 기도한다. 이 기도 자세는 군주의 절대 권력 앞에서 굴복하는 신하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신하는 군주 앞에서 바닥에 엎드리며, 처형이나 사면을 위하여 자신의 목을 숨김없이 내민다. 그는 자신을 최대한 비하한다. 고대 사회의 이런 굴종 자세는 최곤 존재의 뜻을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종교를 표현한다.
 
하지만 이런 자세는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기도자는 자신을 최대한 비하한다. 그는 자신의 무가치함을 표현하며,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는 태아의 자세를 취한다.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의 엄청난 위엄 앞에서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 자들은 “얼굴을 바닥에 대고 엎드린다.” 아브라함(창 17:3.17), 여호수아(수 7:6), 다니엘(단 8:17), 모세와 아론(민 16:22), 이스라엘 백성(왕상 18:39)도 주님 앞에서 그리하였다. 예수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마 26:39). 왜냐하면 하나님이 부재(不在)하였기 때문이다(막 14:35-41). 
 
예수께서 변화산에서 하나님에 의해 변모되었을 때, 제자들은 그 앞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마 17:2.6). 절망적인 하나님 부재와 마찬가지로 그분의 영광스러운 임재도 사람들에게 견딜 수 없는 두려움을 가져다준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자신을 아주 비하하고, 무조건 굴복하며, 자신을 전적으로 내맡긴다. 오직 전능한 자의 은총만이 그들에게 생명을 선사한다.
 
만약 우리가 생활의 실패, 좌절이나 끝없는 슬픔 속에서 기도하기 시작한다면 땅에 얼굴을 대면서 기도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 자세는 얼굴을 숙이고, 어머니 자궁 속의 아이처럼 몸을 오그리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통과 분노를 떨쳐버리려고 우는 자세이다.
 
나의 하나님,
우리가 부르짖고 불평하며,
우리가 신음하며 울며,
우리가 벙어리가 되어 침묵하나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만이 아니라 온몸을 땅에 밀착하여 하나님의 몸인 대지에 겸허히 인간의 몸이 귀속(歸屬)함으로써 대지와 공감하고 대지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생산하는 대지에 이는 하나님의 생명력을 호흡하고자 하는 자세이기도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전의 사람들은 이를 ‘자연적 경건’(Naturfrömmigkeit)이라 불렀고, 현대인들은 ‘창조의 영성’(Schöpfungsspiritualität)이라 말한다.
 
우리는 물질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자연을 하나님의 기호언어로 읽는 새로운 신학적 자연이해가 계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만물 안에 계신 하나님’과 ‘하나님 안에 있는 만물’을 듣고 보고, 맛보고, 느끼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피조물인 자연은 우리가 지배하고 가공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정보 시스템 이상이다. 유전자 코드와 우리의 문화 코드는 그 자체를 넘어 하나님의 기호 언어를 가리킨다. 만물의 코드, 유전자 코드와 문화 코드는 하나님을 투시하는 기호가 될 수 있다. (몰트만의 생각을 따라, 그에 덧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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