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정교회 총대주교 카레긴 Ⅱ세가 WCC 제10차 부산총회 개회예배(Opening Prayers)에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cumenical News |
개회예배는 전체 기도에 이어 각 대륙의 기도문이 읊어져 서로 간에 고통에 연대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애가’ 순서에서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생명의 하나님, 우리가 이 세상의 모든 고통과 고민거리들을 가지고 주님 앞에 나왔습니다. 온갖 회의론과 의심과 피로와 곤핍 속에서 우리가 주 하나님을 찾습니다. 우리 기도를 들으시며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기도했다.
이어 아프리카·아시아·카리브·유럽·라틴아메리카·중동·북미·태평양 등 대륙별 기도의 순서가 진행됐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아프리카가 간직했던 주님의 아름다운 형상은 욕심 많은 자들이 자원을 빼앗고, 공동체를 갈갈이 찢어발긴 경계선을 놓고 싸우는 동안에 온통 일그러져 버리고 말았으며, 여성과 소녀들을 주님의 형상으로 보지 않고 성욕의 대상으로 여겨 괴롭혔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 "주님의 탄식소리가 마주 울리듯, 강물은 말라 버리고 호수가 범람하며 목초는 할퀴어졌으니 오 생명의 하나님이시여, 정의와 평화를 위한 우리의 모든 노력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달라"고 기도했다.
또 아시아에서는 "불법과 해고와 강요된 침묵 속에 살고 있는 달리트(불가촉천민), 토착민, 언어적-인종적 소수민들의 한숨 속에서, 강제노동과 과노동, 위험한 작업장에 시달리며 일하고 있는 수백만 어린이들의 눈에 사무치는 괴로움과 절망 속에서 주님을 뵈온다"고 기도했다. 덧붙여, "우리의 소비욕 대신에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며 살고자 하는 의욕을 주시고, 자연자원과 인력을 남용하는 집단적 불안정을 거부하게 하시며, 무관심과 무감각에 찌든 때를 깨끗이 씻어 달라"고도 했다.
메시지는 아르메니아정교회 총대주교 카레긴 Ⅱ세가 맡았다. 그는 에큐메니칼의 기본 정신이 화합과 일치에 있음을 강조하며, 이러한 정신이 "아르메니아 문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봤다. 그는 "특히 아르메니안 사도교회의 복 되신 선조들에게서 그 내력을 찾는다"면서 "자애로우신 성 네르세스, 람브론의 성 네르세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신앙적 훈계들에게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고, 중세기 로마가톨릭교회와 비잔틴교회 사이에 과감한 대화들이 오갔는데 그들은 표어로 ‘일치는 교회의 본질적 요소, 자유는 비본질적 요소, 사랑은 만물 속에’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각자는 서로 다르고 모두 독특하지만 같은 뿌리에서 돋아난 가지들이고, 그리스도를 찾는 우리의 공통된 믿음과 주님을 향한 사랑은 우리를 하나로 엮어준다"면서 "이렇게 일치를 이루는 일은 에큐메니칼 운동에 참가하는 모든 이들이 실천해야 할 일들 가운데 가장 첫째요 우선적인 일"이라고 역설했다.
메시지 후에 참석자들은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를 함께 읽는 한편, 총회 장소인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함께 기도하는 중보기도 시간을 갖기도 했다. 개회예배로 그 문을 연 WCC 부산총회는 향후 총무 및 의장 보고, 주제회의, 에큐메니칼 좌담, 워크샵, 각종 마당 프로그램, 선거, 위원회, 교파별 모임, 폐회 및 최종보고, 파송예배 등의 순서를 남겨두고 있다.
WCC 총회는 멤버 교회들의 독특한 공간(space)으로, 총회 기간을 빌어 총대들은 성찰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찬양하며 함께 일하고 도전하고 지지할 그 무엇을 위해 서로 나누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WCC는 웹사이트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곳에서 결정된 주된 정책이나 방향성은 적어도 향후 7년간 유지되게 된다.
WCC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의하면, 이번 총회는 서구 교회가 강세를 보인 전통적 흐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성장 침체를 넘어 둔화기에 접어든 서구교회와는 달리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아시아 교회들의 입지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교회의 주요 관심사를 담은 아젠다들이 다수 상정이 되어 통과될 가능성도 높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