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편찬위원장으로 내정된 유영익이 “왕족 출신이라 품격이 높은 지도자가 되었다”면서 이승만을 추켜세우고, 한국민족은 “짐승처럼 저열”하고 “도덕적 수준이 낮다”고 깎아내렸다. 민주시대에 이런 말을 하는 인간이 국사편찬위원장으로 내정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이해되지도 않고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국사를 바로 잡아야 할 국사편찬위원장이 국사를 왜곡할까 두렵다.
이승만이 어떤 인간인지를 몇 해 전에 돌아가신 조향록 목사로부터 들었다. 조목사는 기독교 장로교단의 원로 목사이고 한신대 학장을 지냈다. 말년에 그는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이 통치기구로 만든 국보위에 위원으로 참여했고 그 후 전두환 정권에 협력했다. 조목사의 이런 행적이 아쉽지만 내게는 고마운 분이라서 조목사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여러 해 전에 조목사를 만났을 때 이승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해방 후 강원용과 조향록을 비롯한 기독청년 10명이 이화장으로 이승만을 찾아갔다. 방에서 한 동안 기다리게 하더니 조그만 노인의 모습으로 이승만이 나타나서는 기독청년들의 손을 하나씩 잡으면서 “자네들은 다 내 아들 같은 사람들이야”하고 다정하게 말했다. 아주 은밀한 표정으로 청년들을 가까이 모아놓고는 서랍 속에서 상자 하나를 조심스레 꺼내더니 “이건 아주 귀한 것이라서 내가 자네들한테만 주는 걸세” 하면서 갱엿을 깨트려 한 조각씩 나누어주었다. 엿을 먹으라면서 “자네들은 내 아들 같은 사람들이니 나와 함께 일하세.” 하고 말했다. 그리고는 “내가 일본 놈들한테 고문을 심하게 당해서 밤에는 잠도 못 자고 낮에도 아파서 견딜 수가 없네.”라고 말하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이승만에게 이런 친밀한 대접을 받고 일본경찰의 고문을 받고 괴로워하는 이승만의 모습을 보고는 나라를 위한 순수한 열정에 사무쳤던 청년들 가운데는 “선생님을 위해서 이 한 목숨 바치겠습니다.”하고 충성 맹세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조목사가 나중에 알아보니 이승만이 젊은 사람들한테는 누구나 아들 같다면서 친밀하게 대하고 엿도 나누어주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승만은 일제 식민통치기간에 경찰에 잡힌 일이 없기 때문에 일본사람에게 고문당했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조목사는 이승만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거짓말을 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이 불의와 거짓말이 가득한 나라가 된 것은 이승만이 세운 나라이기 때문인 것 같다. 절대정직을 말하면서 꿈에서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했던 도산 안창호, 어려울수록 대줄기처럼 곧게 뻗어나가야 한다면서 죽더라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가르친 남강 이승훈은 이승만과 얼마나 다른가! 우리 겨레의 스승은 이승훈과 안창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