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한신대 오산캠퍼스에서 한국 사회 내 종교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모으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신대 제공 |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WCC(세계교회협의회) 총회 주간을 맞아 국내 종교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신대학교(총장 채수일)는 지난 4일 오산캠퍼스 교회당에서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각 종단 대표자들의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을 모색하는 한편, 이들 종단들이 추구해야 할 종교적 지향점, 종교 간 협력의 필요성, 종교 갈등에 대한 해결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5일 밝혔다.
이날 강의에서는 김주한 한신대 교목실장의 사회로 김남석 목사(전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한신대 교수), 주낙길 수사(천주교 글라렛선교수도회 수사), 혜경 스님(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김대선 교무(전 원불교 교정원 문화사회부장/평양교구장), 박성진 이사((주)예문관 대표/유교방송 편성제작본부장) 등 기독교계, 천주교계, 불교계, 원불교계, 성균관계 등 5개 종단 대표자가 패널로 참석했다.
한신대 1~2학년 학생들 2000여 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각계 종교 지도자들은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주낙길 수사는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사회적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처럼 종교 문제 해결도 같은 차원에서 이뤄지게 된다”며 “열린 마음으로 종교 간 대화를 통해 이웃 종교의 다름을 인정할 때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혜경 스님은 ‘사랑’을 종교 간 문제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로 제시했다. 혜경 스님은 “사랑의 본질을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는데 ‘사랑이란 아우름’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며 “사랑의 실천을 위해 상대방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면 결국 종교 간 문제도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각 종단 관계자들은 정치‧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종교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방향성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대선 교무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고 김수환 추기경 등 한국사회의 정신적 지도자들과 사회 운동을 함께 해 왔다. 이 과정에서 열린 마음과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갖고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이 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대단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기성 종교인들과 새로운 신자들이 사회운동에 적극 참여해 우리 사회를 정화시키는 정화수의 역할을 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성진 이사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남북 대화를 풀어나가는데 있어 종교의 역할은 중요하다”며 “실제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과정에서 종교, 시민단체 등 비정부기구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강연 및 토론회 말미에는 WCC의 정신과 이에 반대하는 기독교(보수) 교파들에 대한 내용도 언급됐다.
김남석 목사는 현재 종교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WCC와 같은 큰 행사가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를 두고 김 목사는 “이 같은 언론의 보도 형태는 1970~80년대 민주화가 일어나기 전 WCC가 활동하던 배경과 관련이 있는데 일부 보수 기독교 교파들에 의해 용공단체로 매도돼 정부에 의해 낙인이 찍힌 것과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목사는 “WCC 총회의 최대 화두인 생명, 평화, 정의는 이 땅에서 사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공통적인 가치이고,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성직자들이 얘기하는 주제와도 맥을 같이 한다”며 “WCC 총회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이와 관련해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돌이켜 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