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WCC 부산총회 폐막식이 열렸다. ⓒ부산=김진한 기자 |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가 8일 오후 폐막식과 함께 10일 간 공식 일정의 막을 내렸다.
110여개 나라에 345개 맴버 교회들이 참여한 금번 총회에서 WCC는 소외된 자들, 소위 약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보이스를 대변하는 데 더 힘을 모으기로 했으며, 특히 선교의 대상을 기존 ‘인간’에서 ‘창조세계 전체’로 그 지평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컸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동성애 문제가 ‘교회 일치’의 우선성에 밀려 입장 정리가 제대로 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한국교회 차원에서는 총회 개최국으로서 그 위상이 제대로 서지 못한, 씁쓸한 경험을 한 총회였다. WCC 내 영향력이 큰 유럽권 교회들의 견제 탓으로, 또 한국교회측의 다소 무기력한 대응으로 기존 두명의 WCC 중앙위원 의석수를 지켜내지 못한 것이다. 강문규 박사가 아시아 지역 회장을 했던 지난 제8차 총회(1998)와는 딴판이었다. 당시에는 강 박사 외에 두 명의 중앙위원이 더 있었다.
WCC 부산총회의 중심에 있던 주제별 전체회의에 한국교회의 참여가 턱 없이 부족했던 점도 주목해 볼 문제다. 세계교회 중심에서 보이스를 제대로 내지 못하며 주변에서 맴돌고 있음을 방증해 주고 있는 것이다. 유일하게 ‘평화’를 주제로 한 전체회의에서 장윤재 이화여대 교수가 토크쇼 패널로 출연, 한국교회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CC 부산총회는 다양한 교파들의 모임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시인하는 이들 사이에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배우는 마당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교파 간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한국교회 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오후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WCC 부산총회 폐막식이 열렸다. ⓒ부산=김진한 기자 |
한편, 이날 폐회예배는 한국 전통 북으로 그 시작을 알려 진행됐다. 대표기도를 맡은 장상 WCC 아시아 지역 공동회장은 "기독교는 논과 같다. 우리가 사랑의 뿌리를 내리게 하사 그리스도인의 교제와 봉사로 성장하게 하고 우리 삶 속에서 주님의 뜻을 이루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어 성공회 소속으로, 테러로 인해 양팔과 한쪽 눈을 잃은 SSM수도회 마이클 랩슬리(Michael Lapsley) 사제(남아프리카공화국 기억치유연구소 소장)가 설교를 전했다. 그는 누가복음 36~49절을 본문으로 한 설교에서 "이번 총회 개회예배에서 우리는 각 대륙의 가난하고 학대받는 사람들의 탄식을 들으며 시작했고 총회 기간 다른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를 들으며 영혼에 깊은 인상을 받고 그들을 도울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쟁과 폭력, 강간 ,HIV 등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 즉 소외된 이웃을 위한 사랑과 연대를 촉구했으며,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그는 성적 소수자를 향해 "여러분은 고통스럽게 살아왔다"며 "신앙인으로서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제 꿈은 모든 종교 지도자들이 저와 똑같은 사과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이 이달 1일부터 출생신고서에 남성과 여성 이외 제3의 성별을 기재했다"며 "이는 역사적인 진전"이라고도 했다.
▲8일 오후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WCC 부산총회 폐막식이 열렸다. ⓒ부산=김진한 기자 |
아울러 한반도 평화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남북이 거대한 무기고와 같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한반도야말로 화해와 오랜 상처와 치유를 통해 평화를 이룩한 곳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예배 마지막 순서에는 새로 선출된 150명의 중위위원회 위원들의 위촉식이 진행돼 WCC 총회 중요 직책을 맡은 이들을 위해 모두가 기도하고 축복하는 시간이 있었다.
기도 인도를 한 WCC 한국총회준비위원회 대회장 박종화 목사(경동교회)는 "WCC가 중앙위원으로 선출한 분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길 바란다"며 "이들에게 열심을 주사 정의와 평화 그리고 일치를 위해 힘쓰게 하고 확신을 갖고 일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이날 폐회예배 진행 중 WCC 부산총회 행사장인 부산 벡스코 주변에는 계속해서 WCC 총회 반대 시위가 이어졌으며, 반대 시위 참가자 중 한 사람이 행사장으로 진입, 폐회예배 단상에 올라 소동을 일으키는 사건이 빚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