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차정식의 신약성서여행 <바로가기 클릭>
응시
식탁 앞에서 호박고구마를 물고 물끄러미
창가를 바라본다
느리게, 천진하게 마음의 파문이 일렁인다
오후 세 시의 햇살이 은빛 깃털을 날리며 눈부시다
둥근 테이블 위에 노트북이 커서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한다
위장이 호박고구마를 밀어내고 노가리를 기다리듯,
노트북은 일감 하나를 소화한 뒤 또 다른 일감을 대기중이다
고요한 대기 사이로 공사판의 둔탁한 마찰음이 번진다
베란다의 꽃과 식물은 하늘처럼 말이 없다
바람을 어루만지는 저 허공의 손길들
창조주는 침묵의 빗장을 잠그며 심연속으로
가라앉는다
나는 호박고구마의 기운에 의지하여 간신히
노트북의 자판에 손가락을 얹는다
언어는 극소의 의미를 땅콩처럼 볶아댄다
아무일도 없었다
그냥 '아무일도 없었나?'하는 의혹만이
잠시 고개를 갸우뚱, 옆으로 비틀었을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