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데 산티아고 CAMINO DE SANTIAGO(2)
▲순례 두번째날, 론세스바예스를 떠나 헤밍웨이가 자주 찾은 부르게테 마을에 도착. |
▲순례 두번째날, 론세스바예스에서 라라소아냐 가는 길의 까미노 표지석. 나무 사이로 보이는 수비리 마을. 수비리까지 고통스러운 내리막 골짜기 에로고개를 넘어야 한다. |
▲순례 세번째날, 소몰이 축제인 산 페르민 축제로 유명한 팜플로나 도착. 카스티요 광장. |
St. James, Saint-Jacques, Santiago, Santo Jacobeo. 야고보 사도의 각기 다른 표현이다. 야고보 사도는, 어업에 종사하던 세배대의 아들 야고보이며 요한의 형제이다. 주님께서는 야고보와 요한에게 ‘보아너게-우레의 아들’이란 이름을 더하여 주시기도 했다. 그의 어머니가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주님께 좌우 자리를 청탁했던 야고보이기도 하며, 영광스러운 변화산상에 주님과 동행했던 그 야고보이다. 주님께서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살리실 때, 그 곁에 있었고, 감람산에서 십자가를 위하여 기도하시던 주님 옆에서는 쏟아지는 잠을 참지 못하고 졸던 이이기도 하다. 또한 예루살렘 교회를 해하려 마음먹었던 헤롯왕의 칼에 열 두 사도 중 첫 번째 순교의 반열에 오른 초대교회의 어른, 그가 야고보이다.
그런데 그의 이름이 이베리아 반도, 스페인의 서쪽 끝 바닷가에서 100여 킬로미터 떨어진 내륙 도시의 명칭이 되어있는 것은 우리에게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성경에는 기록되지 않았으나, 전승에 의하면 사도 야고보는 순교하기 전 스페인 선교여행을 떠났었다. 하지만 그의 선교여행은 신통치 않았고 처절한 실패를 경험했다. 그 때 맺은 결신자가 7명 정도였다고 한다. 그 후 야고보는 예루살렘에 돌아와 헤롯에 의해 순교하였는데, 이 때 그의 가까운 이들 몇 사람이 야고보 사도의 유해를 배船에 모셔 지중해에 띄웠고 그 배가 지금의 산티아고 근처 해안가에 닿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야고보 사도의 유해를 매장하였으나 그를 기억하는 이 없이 오랫동안 잊혀졌다. 800여년이 지난 9세기경, 별들이 비추는 벌판에서 목이 잘린 사도 야고보의 유해가 몇몇의 수사들에 의해 발견되었고, 그 지방의 군주였던 알폰소 2세가 그 곳에 교회 건축을 지시한다.
▲순례 열한번째날, 벨로라도에서 산 후안 데 오르테가까지 가는 여정 중 비얌비스티아 마을의 이정표. |
▲순례 마지막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야고보 사도의 무덤이 있는 별들의 들판. |
▲순례 스물한번째날, 만시야데 라스 물라스에서 출발 레온 도착.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산타 마리아 교회. 레온을 상징하는 사자상이 보인다. |
결국 이 교회가 세워진 곳의 이름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되었는데, 산티아고는 사도 야고보(성 야고보)이며, 콤포compo는 벌판, 스텔라stela는 별이라는 라틴어의 어원으로부터, ‘별들의 들판에 있는 사도 야고보’ 가 된 것이다. 이 카미노(길)의 첫 번째 순례자인 야고보 사도는 조롱박이 달린 지팡이를 오른손에 들고, 조가비로 장식한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순례자의 어깨를 덮어주는 숄을 하며 가방을 둘러매고 왼손에는 복음 전파를 상징하는 말씀을 들고 있는 것으로 표현된다.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유난히 별이 반짝인다. 새벽 묵상을 마치고 알베르게(순례자들의 공동숙소)를 나서면, 캄캄한 하늘을 총총하게 내려다보는 별들이 길동무가 되어준다. 8월의 여름일지라도, 새벽 6시에 나서면 새벽하늘 별들의 안내를 받으며 서쪽으로 서쪽으로 향하여 나아간다.
11세기 로마 교황청은, 이교도들에게 빼앗긴 성지 예루살렘을 되찾기 위해 군사원정을 일으킨다. 200여 년 동안 여덟 차례나 감행하였으나, 실패한 십자군전쟁이 그것이다. 오랫동안 기독자들은 예루살렘을 향하여 성지순례를 하였다. 하지만 이교도들의 위협과 전란을 피하여 새로운 성지, 주님과 가까이 있었던 사도 야고보의 유해가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발길을 옮겼다. 유럽의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도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를 향해 걷기 시작했고, 그들이 걸었던 곳에 길이 생겼고 마을이 일어났다. 그 길을 걷는 이들을 우리는 펠레그리뇨Peregrino(스페인어), 필그림Pilgrim(영어), 순례자라 부른다. 또한 그 순례자들이 걷는 길way을 카미노Camino라 일컫는다. 카미노는 스페인어로 길이다.
▲순례 스물세번째날, 비야당고스 델 파라모에서 아스토르가까지 가는 길. 아스토르가의 성 마르다 교회가 보인다. 무너진 흙벽에 새겨진 노란 화살표. |
▲순례 스물일곱번째날,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에서 오 셰브레이로까지 여정. 라 구나 데 카스티야 마을을 빠져 나와 오 세브레이로에 이르는 오르막 길. |
그러므로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다. 물론 산티아고로 향하는 길은 여러 갈래이다. 순례자들이 천년이 넘도록 걸었던 길, 고독과 고통, 죽음의 위험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카미노, 그 길을 오늘 나선 것이다. 그 무엇이 우리를 카미노로 불렀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별이 우리를 들판으로 인도하였을까? 내 마음에서 빛나는 별, 우리 삶의 순간마다 이정표가 되어주는 별이 그 곳으로 안내하였으리라. 오늘도 빛나는 진정한 별을 따라 카미노CAMINO를 걷는다.(사진제공= 이대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