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WCC, 동아시아 종교 패러다임 인식 부족해”

김흡영 교수, 기독교와 유교 문화의 만남 중요성 설파

▲김흡영 강남대 교수 ⓒ베리타스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가 ‘종교 간 대화’ 프로그램에서 동아시아 문명, 즉 유교 문화와의 만남에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평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유교 문화 연구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김흡영 교수(강남대)를 만나 속사정을 들어봤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의 페북을 통해 WCC가 여전히 서구적 기독교 우월감에 젖어 있다는 지적을 하는 등 유교 문화와의 만남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점에 비판적 논평을 한 바 있다. 이날 만남에서도 김 교수는 이런 입장을 확인하며, "WCC 지도층의 종교 패러다임 지평이 서구를 중심으로, 중근동 종교, 동남아시아·인도 종교에만 머무르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자기네들은 모두 다르다고 하지만 사실은 이들은 유신론적 종교로 그야말로 사촌종교, 이웃종교와 같다"고 주장했다. WCC 지도층의 종교 패러다임 인식이 동아시아 문명인 유교 문화 근처에도 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번에 부산에서 총회가 열리게 된 것은 앞으로 다가올 그리스도교와 유교 문화권과의 만남에 대한 어떤 준비 과정으로 생각하고, 그와 관련된 토론이 전개되길 바랐는데 여전히 오래된 중근동, 인도 종교의 두 패러다임의 양극적인 세계 종교 지평 안에서 얘기를 하고 있는 걸 목격했다"면서 "나는 WCC 지도자들의 세계 종교 인식에 유교나 도교 등의 새로운 종교 패러다임에 대한 부족한 이해를, 소위 무지에 가까운 이해를 계몽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비판적 논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도교와 유교와의 만남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도 보탰다. 김 교수는 "유교나 도교는 유신론적 종교와 달리 지혜의 종교다. 때문에 서구가 갖고 있는 이원론을 극복했다고 본다. 서구에서는 자연과 초자연, 초월적 존재와 내재적 존재를 말한다. 그런데 유교나 도교에서는 서구와 달리 자연 속에 초자연이 있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면서 "오늘날 남성/여성의 문제, 생태적 문제 등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풀어가는 데 종교적·신학적 자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이원론적 서구 방식으로는 이와 같은 복잡한 삶의 문제들을 풀어가는 데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벌써 미국의 몇몇 학자들은 앞으로 인류가 기댈 수 있는 또 하나의 지적·종교적·문화적 자산으로 유교와 도교를 말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WCC 교회는 유교 문화권의 중심인 이곳까지 와서 그것에 대해 충분한 논의나 토론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또 사회학적 측면에서 동아시아 지역의 유교 문화 연구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서구 기독교의 감춰진 문화제국주의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그는 "많은 사회학자들이 한 목소리로 유교 전통을 가진 나라들이 엄청난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이런 면에서 기본적인 상식을 갖추고, 미래를 내다볼 때 준비를 했어야 옳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산에서 세계 기독교 대표들이 한국 전쟁 이후 60년 만에 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한국을 보고선 ‘왜 이렇게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며 연구를 하고 토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질 않았다"며 "작금의 한국 기독교의 실존에 대해 (세계 교회 지도자들이)보이지는 않지만 감춰진 문화제국주의, 종교적 우월감이라는 게 있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신학자로 한 마디 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 기독교인들의 종교적 DNA 속에 유교 있다?!
 
▲김흡영 강남대 교수가 유교와 기독교의 만남을 신앙 일반의 차원에서 분석해 한국 기독교인들의 유교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베리타스 

아울러 김 교수는 유교와 기독교의 만남을 일상의 차원에서 분석해 한국 기독교인들의 이해를 도왔다. 김 교수는 "교회에 가서 목회자들의 설교를 분석한다고 치자"며 "유교의 오덕인 인의예지신(仁, 義, 禮, 智, 信)에서 벗어난 설교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우리 설교강단에서조차 유교적이 아닌 게 없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또 성경 번역에 있어 우리나라의 유교적 가치관이 깊게 반영되었음도 덧붙였다. 그만큼 유교와 한국 기독교인들은 떼려야 뗄수 없는 관계라는 설명이었다. 
 
김 교수는 이어 유교에 대한 왜곡된 시선 혹은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유교 자체를 폐기하거나 무시하려는 태도에 대해서는 "이미 자기의 일부의 그것과 같은 것을 부정하는 자기 비하, 자기 부정의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한국 기독교인들의 종교적 DNA 속에는 "유교적인 게 이미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이미 나의 일부인 ‘유교적’인 것을 분석과 해석의 자원(Resource)으로 삼아야 한다는 당부도 빠트리지 않았다. 
 
“여성들이 유교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나타나는 유교라고 하는 것 하고, 기독교 하고 비교해 볼 때 어느 것이 더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이라고 보는가? 적어도 유교는 기독교처럼 여자를 마녀로 몰아 죽이진 않았다. 때문에 여성들이 기독교를 가부장적이라 비판하면서 받아들이듯이 유교 역시 무조건 틀렸다고만 할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형평성에 맞는 것이다.”
 
김 교수는 "유교 역시 기독교처럼 역사적 에러를 갖고 있다"면서도 "유교에 대해 찬미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나의 나됨을 정확히 이해하고, 신학을 하자는 것인데 그러려먼 서구적인 남의 것, 남의 틀로 나를 보려고 하지 말고 남 눈치 안 보고 우리 스스로가 자유롭게 나 있는 그대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성숙해져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우리의 정서나 상황에 전혀 들어맞지 않는 서구의 텍스트를 억지로 짜맞추는 것에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이라며 "신학을 어디서 찾으려고만 말고 지금 이 자리에서 (용기있게)신학을 하자"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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