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지속가능한 한류…“종교적 진리 진실된 중재에 의존”

문화신학회, ‘한류의 현지화와 종교 국제 세미나’ 개최

▲전현식 연세대 교수 ⓒ베리타스 DB
한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종교적 성찰이 시도됐다. 28일 오후 4시 연세대 알렌관에서 ‘한류의 현지화와 종교 국제 세미나’가 열린 것. 한국문화신학회가 주최하고,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연세대)가 주관한 이 세미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했다. 
 
기조 발제를 맡은 전현식 교수(문화신학회 회장, 연세대)는 ‘한류의 현지화와 종교- 인식론적, 해석학적 관점에서’를 주제로 한류가 지속가능한 문화현상이 되기 위해서는 서구적 세계화, 즉 문화제국주의(cultural imperialism)의 대안으로 "문화적 지구화(cultural globalization)의 한국적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지구적 문화의 다원성, 혼종성 및 탈중심성의 맥락 안에서 한류의 지속가능성은 산업경제, 외교정치, 문화종교적 차원을 모두 포함하는 문화적 상호소통 및 교류를 위한 혼성적 공간을 열어놓는데 있다"며 "문화적 지구화의 한국적 모델로서 한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문화상품이나 문화적 제국주의, 배타적 민족주의의 한계를 넘어서 생산자와 수용자 사이의 진정한 상호문화교류 및 문화적 혼종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교수는 한류의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 즉 현지화의 변증법적 인식적 모델로 "동학의 불연기연의 논리"를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글로컬리제이션의 변증법적 특성, 즉 지구적인 것(global)과 지역적인 것(local)의 변증법적 역동성은 문화적 지구화의 본성적 혼종성, 특히 한류의 문화적 혼종성 및 상호교류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전 교수는 이러한 한류의 글로컬리제이션의 변증법적 역동성의 모델로 ‘동학의 불연기연의 논리’를 제안하며, "세계에 대한 서구의 이원론적 인식론과 달리 (동학 창시자인)수운 최제우는 세계의 상호연관적 본성 및 관계에 대한 종교경험에 기초하여 불연기연 인식론을 제시한다. 세계를 통전적 유기체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기연과 불연은 상호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 일치(paradoxical unity) 안에서 상호연관 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겔은 변증법은 정반합의 과정에서 자기동일성을 보편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타자성을 배제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에 불연기연의 변증법적 논리, 즉 역설적 일치는 "타자성을 배제하여 동일성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성에 대한 완전부정을 통해 타자성을 드러내어 둘 사이의 대립을 온전히 유지함으로써 타자성안에서 동일성의 완전긍정이라는 역설적 일치, 다시 말해 ‘다르면서 같다’의 혼정적 역동성을 분명해 드러내주기 때문"이라고 전 교수는 부연했다.
 
전 교수는 이어 문화적 지구화의 모델로서 한류의 불연기연의 인식론이 드러내는 궁극적 진리는 "사천주의 생태적 해석적 의미인 만물의 통일성, 다양성, 상호의존성 그리고 그 종교적 가치인 사랑의 보편성, 정의의 구체성, 생명의 존엄성 및 신성함"이라며 해석학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한류의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전 교수는 특히 "지구화의 흐름 안에서 지속가능한 한류의 기준은 한류가 현재 빈부격차와 환경문제로 집약되는 생태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생태적 종교적인 인류보편의 의미와 가치들을 얼마나 진실되게 전달하느냐에 있다"면서 "지속가능한 한류의 현지화, 즉 지구화와 지역화의 역설적 일치를 통한 상호문화교류는 한류라는 문화현상이 중재하는 시천주의 보편적 영성 및 진리에 대한 생산자와 수용자 두 문화들 사이의 해석학적 상호대화의 과정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발제 말미에 "한류의 지속적 생명력은 한류위 현지화, 즉 자본력, 기술력, 미적감각 및 문화민족주의를 띤 한류문화현상이 인류의 보편적 생태적 종교적 진리를 얼마나 진실되게 중재하면서 문화적 지구화의 한국적 모델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1부 기조 발제 및 기조 발표 순서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전현식 교수(연세대), 김준 교수(중국 절강공상대), 이정배 교수(감신대). ⓒ베리타스

이어 기조 발표를 이어간 이정배 교수(감신대)는 "본래 한류가 우리의 종교성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생기했듯, 수용국들의 정신세계 곧 그들 종교 속에서 새롭게 통섭되는 것은 참으로 지당하다. 한류가 그들 속에 수용되어 재창조되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수용되는 한류는 한류의 정체성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지역 특성에 맞게 한류의 재창조를 돕는 것이 한류를 전파하는 우리의 사명"이라고 했다.
 
또 "우리 민족의 종교적 기초이념인 흥(興), 정(情), 그리고 한(아우름)이 지금 이곳에서부터 이주자들의 삶속에 혼종화되어야 할 일이다. 유교권·불교권 그리고 아랍권 지역에서 온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의 삶에 접화군생(풍류의 핵심원리)의 생(生)의 가치가 실현되는 일이 급선무일 듯싶다"고도 했다.
 
한편, 박숭인 교수(협성대)는 이찬수 교수(서울대)가 사회를 맡은 제3부 종합토론 시간에 ‘한류의 기독교 선교의 과제 공유하기’라는 주제로 응답해 선교적 차원에서 한류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이해의 지평을 넓혀 주었다. 그는 한류와 선교의 공동담론으로 △한류와 선교는 모두 ‘전파의 문제’가 중심 주제로서 비교를 통해 도움 내지 교훈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가능한 점 △한류의 중심은 ‘문화’인데 문화는 종교 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는 점 △한류와 선교의 ‘문화 교류’ 연구가 가능한 점을 들었다.
 
박 교수는 특히 "상황화된, 혹은 토착화된 복음에 대한 상황신학적 이해가 우리 한류 이해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며 "타문화권 안에서 수용된, 그래서 타문화권의 눈과 귀로 이해된 한류는 우리의 문화권 내에서의 이해와 공통의 이해의 영역을 가지는 동시에,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새로운 이해의 치원을 열어 줄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깨닫고 이해한 한류만을 한류의 전체로 파악한다면, 그것은 한류의 미래지향적 가능성을 축소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이날 제2부 패널토론은 심광섭 교수(감신대)가 사회를 맡아 진행했으며, 패널로는 이사호 연구원(일본 중앙학술연구소), 카드르 아이한(이스탄불 문화원 학술교류 코디네이터), 에이몬 아담스 신부(목포 가톨릭대), 오인규 교수(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배일현 교수(협성대 유통경영학과), 하현진 사무관(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산업과)가 참석했다. 제3부 종합토론에선 박숭인 교수, 심광섭 교수, 김수연 연구원(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가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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