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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광섭의 미술산책] 야곱 이야기(4): “야곱의 사닥다리”(Ⅱ)

심광섭·감신대 교수(조직신학)

▲마르크 샤갈, <야곱의 꿈>, 195x278cm, 1960-66.

샤갈은 단순히 야곱이 꾼 꿈을 그린 것이 아니라, 야곱의 꿈이 상징하는 바를 그렸다. 그림은 전체적으로 두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야곱이 혼돈의 상태에서 깨달음의 상태로 전이되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왼편 아래는 야곱이 예전에 형에게서 장자권을 빼앗아 도망다니는 불안한 상태에서 꿈을 꾸는 모습이다. 두 손을 모은 채 자고 있는 모습을 붉은 색으로 나타냈다. 불안한 상태로 꿈을 꾸고 있는 야곱 옆에는 사닥다리가 하늘로 향하여 세워져 있다. 아랫부분은 땅에 박혀 있고 위 부분은 천사가 몸을 완전히 젖힌 채로 사다리 위에 가로로 누워 있다.
 
이 그림의 핵심은 바로 이 천사의 모습이다. 성서에는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운데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나님을 그릴 수 없으니 천사의 모습으로 하나님을 대신 한 것이다.
 
야곱은 꿈에서 하늘이 땅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사다리의 상징을 통해 깨닫는다. 사다리는 땅에서 시작되어 하늘 꼭대기에 이르며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이 사실을 천사는 전하려 이 지상에 내려온 것이다. 그러나 샤갈은 그리에서 천사의 옆구리가 사다리의 끝에 걸려 천사의 옆구리를 관통한 모습으로 그렸다. 샤갈은 이렇게 고통당하며 죽은 천사의 존재를 십자가에 달린 예수, 혹은 홀로코스트로 살해당한 동족 유대인으로 생각한 것이리라. 오른편에 있는 천사의 흰색 날개 위에 십자가에 달린 예수가 옆으로 작게 비스듬히 그려져 있다.
 
그림의 오른쪽 아래 모퉁이에는 아브라함과 이삭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야기도 자기 자신을 살해함으로써 다른 이들을 구원하는 행위를 상징한다. 왜 인생은, 왜 인간의 역사는 殺身함으로써 成仁이 되는 그 무거운 길을 선택했을까? 십자가에 달린 예수, 자신을 드린 이삭, 오론 쪽 천사의 흰 날개 아래에 있는 또 다른 천사가 안고 있는 ‘어린양’. 
 
천사는 네 날개를 가지고 있고 일곱 촛대를 가슴에 품고 있다. 일곱 촛대, 메노라(menorah)는 세상에 빛을 가져온다. 빛은 우리가 하늘에서 보는 태양빛이나 달빛이 아니라, 우주에 질서를 가져다 줄 삼라만상의 道이며, 인생을 살면서 간직하고 따라야 할 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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