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이원규 교수, “다시 태어나도 종교사회학 할 것”

6일 정년퇴임 및 기념논문집 출판기념회 열려

종교사회학자 이원규 감신대 교수가 정년 퇴임식을 가졌다. 한국종교사회학회가 주최하고, 감신대가 후원하는 ‘이원규 교수 정년퇴임 찬하 및 기념논문집 출판기념회’가 6일 오후 5시 감신대 웨슬리채플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원규 교수는 이날 ‘어쩌다 종교사회학자가 되어’란 주제의 퇴임 인사에서 종교사회학에 대한 자신의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사회학에서도 주변부로, 신학에서도 주변부로 여겨지고 있는 종교사회학에 대해 그는 "다시 태어나더라도 종교사회학을 공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사이의’ ‘주변의’ 학문인 종교사회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정년 퇴임식을 갖는 이원규 감신대 교수(종교사회학)가 퇴임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김진한 기자

이 교수는 먼저 종교사회학을 공부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1967년 감신대에 입학해 신학을 공부했는데 신학을 하면서 마음 한켠에 허전한 부분을 느꼈다. 신학이 좋은 학문이긴 하지만 너무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느낌이 들었고, 이에 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는 공부를 할 수는 없을까 하던 찰라에 사회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 
 
그러나 신학을 계속할지 사회학으로 바꿀지 결정을 하지 못한채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는 이원규 교수는 "우연한 기회에 종교사회학이라는 학문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며 "신학을 한 사람이 하기에 딱 알맞은 사회학의 분야라는 얘기를 들었고, 결국 종교사회학이라는 공부를 미국 에모리 대학에서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좋은 교수님을 만나 공부를 끝냈고, 공부를 마치자마자 당시 감신대 학장으로 있었던 박봉배 박사님이 저를 교수로 받아 주어 81년 가을학기부터 지금까지 약 33년간 교수로 지내다가 이제 은퇴를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교수 부임시절 종교사회학이라는 자신의 독특한 학문 분야로 인해 겪었던 어려움들도 술회했다. 이 교수는 "제가 처음 종교사회학을 해서 돌아오니까 너무 낯선 분야라 학교 안의 분위기가 차가웠다. ‘종교사회학이 무엇을 하는 곳이냐, 저 사람이 뭐길래 여기에 들어오게 되었나 또 그 학문이 신학대에 쓸모가 있는 것인가’ 하며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시선들이 많이 있었다"면서도 "그런 시련과 역경 가운데 33년을 버티어 왔다"고 말했다. 
 
당시만해도 종교사회학은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였기에 많은 연구가 필요했다. 이 교수는 "처음에는 종교사회학 분야를 소개하고, 한국교회를 사회학적으로 연구하는 노력을 좀 했는데 이제 점차 이 분야를 연구하는 전문적인 학자들이 많이 생겨서 이제는 20~30명의 젊은 학자들이 학회를 만들고 책도 출판하고 끊임없이 학문적인 연구를 하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6일 오후 감신대 웨슬리채플 제1세미나실에서 ‘이원규 교수 정년퇴임 찬하 및 기념논문집 출판기념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김진한 기자

그러면서 종교사회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종교사회학이란 분야가 사회학 안에서도 주변이고, 신학 안에서도 주변이라 외로운 학문이긴 하지만 종교현상을 사회학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하는 학문은 사회학이나 신학의 영역에서 반드시 필요하고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여러 학자들이 이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 앞으로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년 은퇴 후에 이어질 인생 2막에 대해 "어떤 이는 연구를 계속하라고 하고 어떤 이는 좀 방탕해져 보라고도 하는데 평생 해오던 버릇을 고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이제 전문적인 연구는 훌륭한 후학들에 맡기지만, 나름대로 내 정신과 육체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쉬어가며 공부를 계속해볼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우연히 마주친 종교사회학이지만 이 학문이 자신에게는 운명이었음을 고백하는 시간도 가졌다. 그는 "어쩌다가 종교사회학자가 되었지만 저는 지금까지의 삶의 여정이 하나님의 섭리였고, 공부를 하고 이 학교에서 교수직을 한 것은 하나님의 은총이고,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어쩌다 종교사회학을 했지만 평생 그 학문을 하게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종교사회학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성건 한국종교사회학회 회장(서원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유경동 교수(감신대)가 약력소개를, 장형철 교수(인덕대)가 연구업적을 소개했으며, 박종천 감신대 총장이 ‘치하의 말씀’을 전했다.
 
▲박종천 감신대 총장(조직신학)이 이원규 교수의 정년퇴임식에서 ’치하의 말씀’ 순서를 갖고 있다. ⓒ사진=김진한 기자

박종천 총장은 이 교수에 대해 "무엇보다 감신대서 종교사회학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신 것에 크게 치하를 드린다"며 "대체로 신학교가, 특히 개신교가 개인주의 영성에 함몰되기 쉽고, 따라서 신학교육 자체가 교회의 제사장적인 기능을 강화하는 데 그치기 쉬운데 사회학적 연구를 통해 교회의 사회에서의 기능 및 역할 그리고 예언자적 사명에 대해 부단히 끊임없이 일깨워 준 점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이어 WCC 부산총회에서 발표된 선교선언 ‘함께 생명을 향하여’와 교황 프란치스코가 열흘 전 발표한 ‘복음의 꿈’이란 문서의 의미를 곱씹으며 "현대교회의 방향이 개인중심의 영성을 떠나서, 그리고 넘어서 사회학적 상상력이 요구되고 있는 때이다. 이원규 교수로 인해 감신대 신학교육이 사회학적 상상력을 가질 수 있게 되어 그동안 많이 성숙해질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강의를 하여 후학들이 이것을 이어나가 우리 감신대가 이원규 교수의 유산을 이어 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유석성 서울신대 총장과 김중섭 한국인문사회과학회 회장(경상대), 양영진 한국사회학회 회장(동국대)의 축사가 있었으며, 이인혜 선생(감신대)의 특송 그리고 이철 교수(숭실대)의 기념논문집 헌정과 김성건 회장의 감사패 증정 등의 순서가 진행됐다. 

이날 정년 퇴임식을 가진 이원규 교수는 감신대와 미국 에모리(Emory)대학교 대학원(Ph.D)에서 공부한 뒤, 감신대에서 학생처장, 대학원교학처장, 평생교육원장, 교무처장,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16세기 칼뱅은 충분히 진화론적 사유를 하고 있었다"

이오갑 강서대 명예교수(조직신학)가 「신학논단」 제117집(2024 가을호)에 '칼뱅의 창조론과 진화론'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 의미 밝혀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을 중심으로 집단리더가 구조화된 집단상담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를 통해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학철 교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 부정하는 이유는..."

연새대 김학철 교수(신학과)가 상당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을 부정하고 소위 '창조과학'을 따르는 이유로 "(진화론이)자기 신앙의 이념 혹은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모호성을 극복하는 원효의 체상용의 삼위일체론

아우구스티누스 사상과 원효의 체상용의 불교철학 사상을 비교 연구한 글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손호현 교수(연세대 신과대학)는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