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NCCK 인권주간 연합예배에서 김상근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사진=김진한 기자 |
김상근 목사(6.15 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명예대표)가 9일 NCCK 인권주간 연합예배에서 진보 개신교계 원로로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그리고 그 후폭풍으로서 종교계에서 일고 있는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김 목사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열린 2013년 인권주간 연합예배 설교자로 나서 '들을 귀를 가지시오!'란 주제로 설교를 했다.
김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국민의 소리를 진실하게 들을 자세를 갖추지 않았다"며 "정치권의 목소리도 종교계의 목소리도 귀 담아 듣지 않고, 오히려 '분열을 야기하는 발언에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매우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덧붙여, "비판자들을 적으로 모는 지난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 되살아나고 있는 듯 했다"고도 했다.
이 같이 박 대통령의 불통 정치를 꼬집은 김 목사는 이어 천주교 전주교구 시국미사 사태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시국미사가 초점을 맞춘 것은 "대선과 관련된 비민주주의적 행태"였다며 "비민주적 부정선거에 의해 취임한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본질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국가보훈처 등을 비롯한 국가권력 기관의 개입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대통령 선거를 "부정선거였다"고 했으며 "선거의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훼손됐다. 우리 한국교회는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확인하고 가야하는데 오늘 이 자리가 그런 자리"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특히 박 대통령을 향해 "촛불 시위에서 터져 나오는 외침을 들을 귀가 없다. 야당 대표의 말을 들을 귀가 없다. 시민사회 단체 원로들의 증언을 들을 귀가 없다. 종교인들의 외침을 들을 귀가 없다"면서 "민주주의 시대 대통령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소양은 듣는 일이다. 민주주의 국가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고 국민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들으라고 국민들을 윽박지르지 말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무리 축소하고 은폐하려고 해도 결국엔 드러나기 마련"이라며 "예수께서 말씀하길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들어라고 하셨다. 이 말은 듣지 못하는 귀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말이다. 이는 육체의 귀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마음의 자세를 뜻하는 것이다. 열린 마음, 겸손한 마음, 정직한 마음이 있어야 들을 수 있다는 말이다. 말의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열린 NCCK 인권주간 연합예배에서 김영주 NCCK 총무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김진한 기자 |
한편, 김 목사의 설교가 끝나자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의 인사말이 있었다. 김 총무는 "오늘 우리는 인권예배로 이 자리에 모였다. 인권이라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천부적인 권리"라며 "인권의 범위를 어디까지 두어야 하는데에는 여러가지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이 땅의 민주주의가 어느정도 실현되느냐가 그 척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땅의 정의와 평화를 세우며 민주주의 정신을 지키는 일에 우리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권주간 연합예배에서는 '2013 한국교회 인권선언문'도 발표됐다. 인권선언문 낭독은 이재성 사관(NCCK 정의평화위원회 서기, 한국구세군 보건사업부 담당관), 김수현 간사(대한예수교장로회청년회전국연합회 간사)가 맡았다.
NCCK 정의·평화위원회와 인권센터는 인권선언문에서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가 국가 권력의 불법과 부정에 의한 선거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며 "이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공분을 하고, 많은 성직자와 평신도들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통한 불법과 부정의를 바로 잡으라는 시국선언을 연이어 발표했다. 온 국민이 지켜온 민주주의가 불의한 권력에 의해 처참히 짓밟히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님의 정의를 외치는 일은 예언자 전통에 따른 사회적 책임이자 신앙고백이기 때문"이라며 그 취지를 밝혔다.
▲‘2013 한국교회 인권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이재성 사관(NCCK 정의평화위원회 서기, 우), 김수현 간사(대한예수교장로회청년회전국연합회 간사)가 맡았다. ⓒ사진=김진한 기자 |
인권선언문에서 이들은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선거이며 그것의 핵심은 선거권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는 것"이라며 공정한 선거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18대 대선에 대해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국가정보원과 국가훈처 심까지 군까지 선거에 개입해 박근혜 후보를 지원한 것은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나아가 국민 주권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실효성 있는 특검을 도입하여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이 사건의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또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민들에게 약속해야 한다. 이 일에 조속히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있는 태도를 취하여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현 정부가 자신들과 의견을 달리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진행하고 있는 종북 몰이는 분명히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써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의 이와 같은 행태는 역사의 시계를 40년 전의 반 인권적인 유신시대로 되돌리는 것으로써 국민이 피와 땀으로 쌓아 온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이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을 보장하고 △각종 차별은 시정되어야 한다고 했으며, △국가 인권 보장을 위한 법적 제도를 강화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