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주최 '만우 · 장공의 비전, 기장의 비전' 심포지엄 ⓒ사진=이지수 기자 |
한국기독교장로회 및 한신대학교의 근간이 되는 정신을 제공한 두 인물로 장공 김재준 목사(1901-1987)와 만우 송창근 목사(1898-1950)가 꼽히지만, 엄밀하게는 김재준 목사의 역사참여신학이 보다 폭넓게 받아들여져 왔다. 장공기념사업회 육순종 목사가 “기장의 신학과 목회의 원형은 누가 뭐라 해도 장공 김재준”이라고 말한 데서도 드러나듯, 송창근의 신학의 ‘복음주의적 경건신학’은 김재준의 ‘개혁주의적 역사참여신학’보다 소극적으로 수용됐다.
9일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박동일)가 수유동 한신대 캠퍼스에서 ‘만우 · 장공의 비전, 기장의 비전’이라는 주제로 ‘새 역사 6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을 열고, 만우와 장공의 사상이 조화롭게 수용, 발전돼야 한다는 인식을 나눴다.
▲김경재 박사(한신대 명예교수) ⓒ사진=이지수 기자 |
주제발제를 맡은 김경재 박사(한신대 명예교수)는 만우가 납북된 1950년대 이후 80년대까지 만우 연구가 소홀했다면서, 이는 그의 사상 문제가 아니라 상황의 문제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즉 “만우의 가르침을 받던 졸업생이 교단 초기 1세대였는데 그 숫자가 적었고, 만우의 신학을 연구할 수 있는 자료를 이후 2세대, 3세대가 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60-80년대 시대적 상황이 군사독재 시대였기에 거기에 맞서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수호하려는 교단의 일차적 선교과제가 그 운동의 선두에 선 장공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후 만우 연구는 1997년 ‘만우 송창근 목사 기념사업회’가 조직되면서 활기를 뗘갔다. 김경재 박사는 기념사업회가 “만우의 삶과 신앙, 신학을 부활시켜 귀중한 자산이 되도록 했다”며 “이제 그의 박사학위 논문을 비롯한 30여 저술을 볼 수 있게 되었고, 더욱이 감사한 것은 만우와 깊이 동고동락한 장공의 ‘만우 회상기’를 비롯한 여러 글들, 김정준, 강원용, 조향록, 강원하, 김태묵 등의 생생한 증언들, 기장과 타 교단 신학자들의 만우 연구논문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공과 만우의 사상이 조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만우의 신학 핵심은 “인간 영혼이 하나님의 생명적 말씀에 부딪혀 신적 거룩과 사랑을 경험하면서 변화되는 중생체험에 기초를 두는 영성수련의 강조”라고 보고, 만우 신학을 ‘복음주의적 경건주의’라고 한 민경배의 의견을 차용했다.
하지만 만우가 당시 교회 및 기독교 기관들이 정치, 사회적 민족운동에 참여하는 것에 반대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만우가 하나님 말씀과 순수복음을 지키려 했던 충정을 깊이 이해하고 그러한 신학적 통찰력을 지켜가야 할 것이지만, (교회의 정치, 사회적 참여에 반대하는) 만우의 입장이 진정한 개혁파 교회의 신학적 관점인가에 대해서는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즉 “칼빈적 개혁교회 신학이 내포하고 있는 진정한 하나님 주권의 관철과 그리스도인의 공동체적 책임으로써 교회가 지녀야 할 정치, 사회적 책임을 약화시켜 ‘교회주의’나 ‘신앙의 내면화’로 축소될 위험을 우려하게 된다”고.
이 지점에서 장공 신학과의 조화가 요청된다. 장공이 십자가에 대해 ‘십자가는 가장 철저한 인간혁명, 사회혁명, 종교혁명을 위한 싸움의 표징’이라고 말한 데서 보듯, 그는 교회와 현실역사와의 관계를 ‘복음에 의한 세상 변혁’이라고 파악함으로써 만우와는 차별됐다.
김경재 박사는 이러한 두 사람의 신학적 차이를 “은폐하거나 부정해야 한다고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이 차이는 “한신과 기장이 받은 신학적 통찰의 축복”이라며 “개인에 따라 그리고 교회가 처한 역사적 상황에 따라 어느 한 쪽을 일차적 자신의 견해로 받아들일 때라도 다른 한 편의 견해를 깊이 인지하는 겸허한 자세가 요청될 뿐이며, 그러한 자세만이 ‘복음주의적 경건신앙’이나 ‘개혁주의적 역사참여신앙’으로 하여금 비복음적인 신앙 상태로 전락되지 않도록 지켜주는 안전핀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주최 '만우 · 장공의 비전, 기장의 비전' 심포지엄 ⓒ사진=이지수 기자 |
또 “만우의 신학은 구심력, 장공의 신학은 원심력으로서 기장교단과 신학교육에 동시에 살아있도록 해야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빛을 세상에 드러내 보이는 ‘빛의 원무(圓舞)’를 출 수 있을 것”이라며, 만우의 신학에 치우칠 경우 “결국 교회주의와 개인영혼구원이라는 내면적 외딴섬 신학으로 전락”될 수 있고, 반대로 장공의 신학에만 집중한다면 “기독교 정체성 약화와 구체적 교회성장 둔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 서재일 목사(원주영강교회, 기장 증경총회장)는 “만우와 장공 신학의 역설적 일치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나 역시 지금까지 만우와 장공을 조화한 목회를 하려고 했고, 그러한 목회가 지성의 시대에 맞는 목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희헌 박사는 “만우와 장공에 차이가 있지만 갈등하기보다는 협력해야 한다는 뜻이 왜곡될 위험이 있는 것은, 각 신학이 우리의 부분적인 모습에 대한 신학적인 준거로 삼는 작업에 머무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신학적 논리와 문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뒤에 숨겨진 신앙의 심정이고, 만우와 장공에 있어서 당시의 위기 시대를 뚫고 나가려는 심정은 동일했다”며 “두 개의 전통, 두 개의 주제를 어떻게 응집하여 위기의 시대를 뚫고 나갈 것일지 고민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한신대, 장공기념사업회, 만우기념사업회가 후원됐으며, 이진 목사(기장총회 서기)의 기도에 이어 박동일 목사(기장 총회장)의 환영사, 배태진 목사(기장 총무)의 인사말, 주제발제, 패널토의 순으로 진행됐다. 패널토의에는 패널로 김경재 박사, 서재일 목사, 육순종 목사(성북교회 담임, 장공기념사업회 편집위원장), 김희헌 박사가, 사회자로 연규홍 교수(한신대 신대원장)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