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보수교계 연합기관 대표회장 선거, 추한 선거 문화 똬리 틀어

상대 후보 허점 노리는 네거티브 선거 방식 답습

▲16일 한교연 선관위에서 공명선거 다짐하고 있는 한교연 대표회장 후보들. 왼쪽부터 권태진 후보, 김요셉 선관위 위원장, 한영훈 후보. ⓒ한교연

보수 교계 연합기관 대표회장 자리를 놓고, 선거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감투를 쓰기 위해 각 연합기관 대표회장 후보로 등록하는 이들이 적게는 5천만원(한국교회연합(이하 한교연) 기준)에서 1억원(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기준)을 후보 등록비로 고스란히 내야하는데 소위 돈 쓰고도 고배를 마시고 싶지 않아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대 후보들의 올바른 정책 수립과 공약에 초점이 맞춰지기 보다 상대 후보의 허점을 노리는 네거티브 선거 방식이 답습되고 있다. 교계 돈 선거 문화 탓에 흑색선전이 펼쳐지고, 상호 비방하는 추한 선거 문화가 보수 교계 연합기관 대표회장 자리 다툼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상대 후보의 자격 자체를 놓고 시비를 거는 양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먼저 오는 21일 선거를 앞둔 한기총 후보들 중 연임을 노리는 홍재철 목사(기호 1번)는 상대 후보인 엄기호 목사(기호 2번)가 후보로 등록하자 긴급 임원회를 열고, 후보로 등록한 엄 목사를 상대로 자격 시비를 벌였다. 이유인 즉슨 엄 목사가 소속된 기하성 여의도측이 (세계교회협의회)WCC에 협조적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엄 목사에 이에 대한 공식적 사과를 요청하며, WCC 관여 사실에 대한 ‘확인서’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기총은 정관 제3조에 ‘종교다원주의, 용공주의, 개종전도금지주의, 일부다처제, 동성연애를 배격한다’고 명시해 놓고 있는데 WCC측이 이를 용인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때문에 WCC에 우호적인 인사가 대표회장 후보 등록할 자격이 있냐는 시비였다. 이 같은 자격시비는 엄기호 목사가 선거 후보자 공청회에서 "WCC에 참여한 사실이 없다"며 선거관리위원회에 ‘확인서’를 제출하면서 일단락 됐다.
 
또 27일 대표회장 선거를 치르는 한교연에서도 상대 후보에 대한 자격시비가 일었다. 이번에는 후보들 중 권태진 목사(기호 1번)가 소속된 예장 합신 총회(총회장 이주형)가 한교연 앞으로 교단 차원의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상대 후보인 한영훈 목사(기호 2번)를 겨냥하는 날선 질문들이었다. 
 
공개 질의 내용은 세가지로 첫째는 이중국적자 및 외국시민권자, 영주권자가 아닌지 검증 또는 기관에 조회했는지 여부다. 둘째는 선거관리규정 2조 1항은 성직자로서의 영성과 도덕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된 자라며 후보자격을 규정하고 있는데 1·2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한 목사의 영성과 도덕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됐다고 볼 수 있는지다. 셋째는 정관 6장 25조 1항과 26조 4항에 따라 의법 처벌을 받으면 대표회장의 해임사유에 해당되는데, 한영훈 목사가 아직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지 않아 후보자격에서 배제할 수 없다면 당선 후 유죄가 확정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다. 
 
▲예장 합신 총회(총회장 이주형)가 한교연 선거관리위원장 앞으로 보낸 공개 질의서.

이에 한교연 선관위는 16일 답변서를 내놓으며 자격시비를 일단락 지었다. 선관위측은 "국적 문제는 한 목사가 법인의 이사가 될 때 이미 한국 국적인 사실을 확인했으며 영성과 도덕성은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후보들이 자격심사, 공청회 등 3회에 걸쳐 상대 후보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고,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은 결과에 따라 관련 규정을 적용하겠다"고 알렸다. 또 양 후보들은 같은 날 선관위에서 선거 규정을 준수하고 선거 후 결과에 승복해 고소·고발하지 않기로 서약까지 했다.
 
한교연 대표회장 후보인 한 목사는 최근 한영신대와 면목제일교회 간 교회 소유권을 둘러싼 법정공방에서 학교운영비 2억 5000여만원을 소송비용으로 사용해 지난해 6월 1심과 11월 2심에서 모두 업무상 횡령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불복한 한 목사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한편, 이렇듯 과열된 선거 경쟁 틈바구니에서 선거 브로커의 역할을 자청하며 불법 금권 선거를 주도하는 이들의 면면도 가관이다. 몇해 전 모 연합기관 대표회장 금권 선거 문제를 둘러싸고, 이를 폭로하는 양심 선언이 줄을 이어 교계를 놀라게 했었다. 후보들 중 커피 값, 식사 값으로 유권자들에게 수십만원의 돈 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렇듯 선거철 과열되고 있는 교계 선거 문화에 보수 교계 연합기관 대표회장 후보 등록비가 도를 지나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개 등록비 자체가 대표회장 후보 개인의 것이라기 보다 그가 소속된 교회 교인들의 피와 땀이 묻은 헌금일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교인들의 순수한 헌금이 교계 지도자를 자청하는 이들의 정치 과잉욕 탓에 허튼데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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