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에 굴복하지 않았던 디트리히 본회퍼와 독재정권에 굴복하지 않았던 민중신학자들은 어떻게 연결될까. 한신대 강성영 교수가 본회퍼 신학과 민중신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강성영 교수 ⓒ베리타스 |
강 교수는 지난 9일 현대기독교아카데미 기독교사상사과정 제5회 강좌 강사로 나서 ‘한국교회가 읽는 본회퍼의 신학’을 주제로 강의했다.
강 교수는 본회퍼 신학과 민중신학이 만나는 지점은 '장소'라고 해석했다. 그가 말하는 장소란 신학함의 장소(locus)며, 이는 곧 관점을 만들어내고 신학의 내용을 결정한다. 히틀러 정권에 대항했던 본회퍼의 삶과 70년대 군사독재 시절 민중들의 경험이 “시공을 넘어 연결될 수 있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본회퍼와 민중신학자들이 처한 장소는 고난의 현장이었고, 그곳은 그들에게 신학적 인식의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기존의 신 개념과는 전혀 다른 ‘하나님 이해’를 가져왔다. 고난의 경험으로 본회퍼는 ‘초월과 전능의 하나님 대신, 사랑 앞에서 약하고 무력하고 고난당하는 하나님’을 발견했고, 민중신학자 특히 안병무는 ‘민중가운데 고난당하고 있는 하나님, 그리고 민중예수’를 발견했다.
그러나 본회퍼의 '사랑 앞에 약한 하나님'과 안병무의 '민중예수' 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강 교수는 밝혔다. 본회퍼가 말하는 메시아의 고난은 민중의 고난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으며, 연대적 고난의 의미는 부여될 수 있지만 동치될 수는 없다. 반면에 안병무는 민중의 고난속에서 예수의 고난을 발견했고 그 둘을 동일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관해 강 교수는 “양자의 차이는 악센트를 하나님의 고난에 두느냐 민중의 고난에 두느냐 하는 데서 온 것”이라며 “분명한 사실은 한국교회가 본 회퍼 신학을 만난 장소는 기성교회의 강단이나 상아탑의 교단이 아닌, 진리와 정의를 위한 투쟁과 고난의 현장이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