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 리뷰] 당연하고 평범한 것들에 대한 환기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어바웃 타임>

▲누가 보아도 사랑스러운 그녀, 매리(레이첼 맥아담스 분)와 주인공 팀(돔놀 글리스 분). ⓒ<어바웃 타임> 스틸컷

영화는 한 남자가 아버지로부터 가문의 비밀을 전수받으면서 시작된다. 주인공인 팀(돔놀 글리슨 분)의 가문의 남자들은 대대로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비범한 능력을 가진다. 그는 그 특별한 능력을 사용하여 첫사랑과의 연애에 골인하기를 꿈꾸지만, ‘모태솔로’인 탓에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는 그의 애정전선은 삐걱거리기만 한다. 첫사랑과의 연애를 단념한 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런던으로 간 그는 누가 보아도 사랑스러운 그녀, 매리(레이첼 맥아담스 분)를 만나게 된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기는 하지만 결국 매리와의 사랑을 이룬 그는 시간 여행이라는 능력을 한껏 발휘하여 꿈꿔왔던 완벽한 연애를 시작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의 연애가 완벽해질수록, 그의 주변은 미묘하게 꼬여만 간다. 시간 여행이라는 대단한 능력이 그의 생각처럼 완벽한 삶을 가져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버지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시간 여행을 이용해 아버지를 늘 자신의 곁에 두려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이의 출산 전으로 돌아가면 같은 아이로 태어날 수 없다는 잔혹한 설정으로 주인공을 갈등케 한다. 든든한 아버지와의 영원한 작별,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사랑하는 내 아이. 그는 결국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고 아버지와의 이별을 택한다.
 
결국 팀은 시간 여행으로 자신이 생각했던 완벽한 삶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버지의 조언대로 같은 하루를 두 번씩 살면서 사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껴나가던 그는 시간에 대해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리며, 더 이상 시간 여행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는 것으로 삶의 방향을 전환한다.
 
▲탐(좌)과 시한부 인생을 사는 그의 아버지(빌 나이 분, 우) ⓒ<어바웃 타임> 스틸컷

팀과 아버지가 이별 전에 어린 시절로 돌아가 산책하는 장면, 혹은 팀과 매리의 결혼식을 비롯한 아름다운 장면들은 보는 이에게 행복과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이보다도 사람들로 하여금 이 영화를 자꾸 찾게 만드는 것은 인간의 망각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화의 제목처럼 시간에 관해 자꾸 잊고 사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이 영화의 메시지는 조금 식상할지라도 큰 의미를 갖는다. 
 
시간 뿐이랴.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순간, 블라인드 레스토랑에서 운명이라고 생각되는 그 혹은 그녀를 만나는 순간, 첫사랑과 현재 애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순간 등 사소해 보이는 일상의 모든 순간에는 그것이 자의이든 타의이든 간에 어떠한 선택의 상황이 존재하고, 그에 따른 결과도 제각각이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그 선택에 따라 우리의 삶이 천차만별로 바뀐다는 사실을 종종 망각하곤 한다. 그것은 선택이 너무 당연해졌기에, 그 소중함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사랑, 가족, 시간, 선택. 이들은 삶에 무수한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가 잊고 살아가기 쉬운 평범하지만 당연한 단어들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쉽게 무감각해지곤 하지만, 그들이 언제까지고 우리 곁에 머무를지는 결코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 같은 것은 없기에, 잃어버린 후에는 후회할 뿐, 붙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글/ 백결(연세대 신과대 2학년)·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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