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가 종교인 과세 방침을 정한 가운데 종교계, 특히 기독교계 단체가 발빠르게 대처에 나섰다. 11일 오후 국회회관에서는 ‘종교인 과세와 한국교회’란 주제로 공청회가 열려 이목을 끌었다. ⓒ공동취재단 |
기재부가 종교인 과세 방침을 정하자 관련 종교계 인사들이 발빠르게 대처에 나서고 있다. 11일 오후 국회회관에서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원장 장헌일)은 종교인 과세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양측 패널을 모두 참여시킨 공청회를 열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종교인 과세 반대측 패널로는 신용주 세무사세무사(세무법인 조이 대표)와 조일래 목사(기성 총회장, 수정교회)가 나섰다. 신 세무사는 "목회자 등의 사례금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과세할 것인가의 여부는 단순한 개정 문제가 아니라 근본규범인 신앙의 자유와 관련시켜서 심각하게 논의한 후에 결정되어야 할 사항"이라 주장했다.
신 세무사는 이어 "하나님이 이 일을 기뻐하시는가의 기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와 같이 정부가 (종교인들로 하여금)스스로 신고 납부하는 조세는 수용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과세하지 않는 관습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세무사는 또 "정부지도자와 종교지도자가 1년에 1, 2회 만나서 정부가 할 수 없는 분야와 서로 협조가 요청되는 부분을 논의해서, 정부가 할 수 없는 사회의 어둡고 고통받는 부분에 대해 헌금과 목회자 사례금 중의 일정부분은 쓰이도록 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상부상조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종교인 4대 보험 문제에 대해서는 "영세한 교회나 목회자 등에 대한 지원은 4대보험 유사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제도를 정부의 협조를 얻어 개발해 교단이나 기독교 내에서 추진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종교인을 대표해 패널로 참여한 조일래 목사는 "대부분의 목회자가 생활수단으로 목사직을 택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서 목사가 됐다"고 전제한 뒤 "목회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직 세상 직업인의 관점에서만 이해하고 과세 문제를 다루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종교인을 직업군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반감이 표출된 것이다.
종교인들을 겨냥해 과세를 회피하여 시민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고 저격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교회는 수많은 복지시설을 돕고 불우이웃, 노약자, 다문화가정들을 알게 모르게 돕고 있다"며 "목회자들을 세금도 안내려는 이기적인 집단처럼 몰아갈 것이 아니라 국가가 해야할 일을 교회가 이미 스스로 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해 주면서 과세 대신 교회가 계속 그 일들을 더 잘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교회와 정부가 서로 사는 것"이라 반박했다.
아울러 조 목사는 "목회자 과세는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으며, "목회자 사례비는 영적 자녀인 성도가 영적 부모인 목회자에게 드리는 생활비에 불과하며, 우려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교회재정은 대부분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는 측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개진돼 공청회 내 긴장이 고조됐다. 김재성 소장(바른기독교바른정치연구소)은 "목회자 과세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자"며 "다만 교회를 해하는 요인들을 제거하고, 국민과 정부의 시각에서 동의할 부분들을 찾아 나가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기재부가 낸 ‘종교인 소득과세 수정 대안'에 대해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고, 부족한 부분들이 물론 있다"고 지적한 뒤 그러나 "정부가 종교인들의 여러 의견을 수렴했지만, 내용을 살펴보니 아직은 더 이야기를 듣겠다는 자세 같다. 우리가 의견을 모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또 "불교와 천주교 보다 우리 개신교가 종교인 과세 대상자 숫자가 더 많기에 교회가 당할 어려움이 있다면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종교인 과세는 당연히 해야 한다는 데서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교인 과세’를 전제로 논의가 진행되어야 성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면서도 김 소장은 "만일 과정 가운데 독소조항이 있다면 전문가들이 논의해서 제거하자"면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독교, 우리 안에서는 투명한 기독교가 되어서 국민들에게 더 다가설 수 있는 기독교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행사를 주최한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 장헌일 원장(명지대 교수)은 "기독교가 극단적인 모습을 보일 수 없어 공통분모는 없는지 찾고 싶었다"면서 "찬반 입장을 2명 씩 듣기 위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도 공문을 보내 한 사람을 추천 받으려 했지만, 오늘 현재까지도 사람을 보내주지 않았다"면서 "찬성 2명, 반대 1명에 대해 오해가 있을 것 같아 설명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