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무신론 도전에 한국교회 경건주의 영성 배워야

주도홍 교수, “외적 성장 몰입한 한국교회 신앙의 본질 흐려져”

 

▲주도홍 백석대 교수 ⓒ베리타스 DB
최근 열렸던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박사)의 월례세미나에서는 ‘경건주의 영성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다뤄 이목을 끌었다. 이 세미나에서 주도홍 교수(백석대)는 “17세기 독일개혁교회 경건주의의 무신론 이해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발표에 앞서 원장 김영한 박사는 독일교회의 경건주의를 소개하며 한국교회에서 경건주의운동이 개인주의, 자유주의, 도덕주의 등으로 오해되는 현실을 교정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그 운동이 “종교개혁 정신을 다시 일깨워서 종교개혁을 완성하자는 정통교회 내에서 일어난 교회갱신운동”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경건주의는 신비주의나 율법주의가 아니라 종교개혁 정신을 새롭게 구현하는 교회와 사회를 위한 갱신운동이었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교회의 갱신이 요구되는 시점에 경건주의 정신을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주도홍 교수는 한국교회의 위기 상황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17세기 경건주의 창시자 중의 한 명인 테오도르 운데어아익(Theodor Undereyck) 목사의 경건주의 영성을 제시했다. 운데어아익은 우선 교회 안에 있는 무신론자를 적발하여 그들의 영향을 제거하고 ‘교회 속의 작은 교회’(Ecclesiola in Ecclesia)라 할 수 있는 소그룹 운동을 통해 신앙의 갱신과 회복을 주도했다. 
 
주 교수가 경건주의영성을 제기한 것은 현재 한국교회가 경건성을 상실하고 있음을 고발하며 신앙의 회복에 있어서 경건의 훈련이 중요함을 시의적절하게 지적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신앙적 무지와 눈 먼 확신’ 때문에 교회 안에 무신론이 뿌리내리게 되었다고 지적하는 부분에서는 칼빈의 예정교리도 한국교회의 현 사태에 영향을 끼쳤을 혐의를 제기했다. 물론 칼빈의 성화에 대한 가르침은 경건성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요소이기는 하다. 발표의 결론에서 주 교수는 한국교회가 외적성장에 몰입하여 부흥과 성장을 위한 방법론만 추구하다가 신앙의 본질을 망각하고 말았으므로 한국교회의 개혁을 위해서 ‘프로그램 보다는 기본을 세우고,’ ‘거룩한 삶을 세상에 모델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시점에서 경건주의 영성을 거론하는 것은 종교와 사회의 관계가 누구도 원하지 않는 구조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애초 한국교회가 경건주의를 개인주의적이며 신비주의적이라고 비판한 것도 경건주의운동을 교회내의 문제로만 한정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사실 그 운동은 30년전쟁(1618-1648)에 대한 신앙인의 대응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30년전쟁은 프로테스탄트연합과 가톨릭연맹 사이의 반목이 정치권으로 비화되어 발생한 갈등으로서 일반 성도의 입장에서 보면 같은 하나님 아래 하나의 기독교왕국을 건설하여 권력을 독점하고자 한 인간제도 간의 갈등이다. 30년간의 종교대립은 일반 성도들을 피폐하게 하고 하나님이 살아계시지 않는다는 인식을 확산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는 당시 발흥하기 시작한 합리주의와 인본주의적 사조도 영향을 끼쳤다. 하나님이 정치집단들의 권력욕을 정당화시키는 도구로 활용되는 데다 물리적인 핍박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무신론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잡게 되었을 것이다. 1648년 30년간의 종교전쟁이 종지부를 찍었을 때 이미 만신창이가 된 일반 성도들의 삶속에서 어떤 신앙심이나 영성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그 기회에 무신론과 합리주의적 인본주의가 교회 내에 자리잡게 되자 신앙의 본질을 회복할 필요성을 스페너나 운데어아익 등이 각성하고 경건의 훈련을 그 돌파구로 삼았던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조건들을 고려해볼 때 한국교회의 영성의 소실은 교회가 재력과 명예를 추구하며 권력화되어 갔고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분파갈등을 지속하며 결국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면 저렇게까지 할 것인가라는 회의를 불러일으킨 데 원인이 있다. 게다가 포스트모더니즘과 다원주의적 철학 사조가 신학계에도 자리 잡게 되면서 기독교는 신앙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사교클럽이나 시민단체로 전락해버린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경건한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각성의 필요성을 인식할 때 우선 성도들을 훈련시키려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목회자들이 먼저 경건한 영성을 ‘복구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사실상 신앙의 파괴는 30년 전쟁에서도 드러나듯이 권력자들의 행태가 유발한 결과이므로 영성의 회복을 위해서는 신앙의 세계에서 권력자로 군림하던 목회자들의 회개가 우선되어야 한다. 성도들은 원래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게’(이사야53장6절) 되어 있는데 그것을 목자가 선도해야 하는 것이므로 경건한 영성의 회복을 위해서는 목회자들의 회개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양떼들은 따라오게 되어있다. 
 
특히 목회자들 가운데 기독교왕국을 건설하려는 심리를 신앙의 논리로 정당화하려는 의중을 내비치는 경우는 더욱 철저히 회개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들이 따르고자 하는 예수의 길과 정반대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예수가 이 땅에 오셨을 때 기독교왕국을 건설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섬기려 했고 실제로 섬겼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가10장45절). 따라서 예수의 본을 따르지 않고 섬김을 받으려 하는 행태는 예수의 길을 막아서는 행위에 해당한다. 
 
목회자가 먼저 섬기는 자세를 보이며 경건의 훈련을 할 때 그 경건은 능력과 권위를 갖고 성도들을 선도할 수 있게 된다. 목자는 양떼를 인도해야 하는 사명을 이렇게 수행해야 한다. 자신을 희생한 메시아의 인간 사랑을 설파하고자 한다면 목회자가 먼저 경건의 능력을 회복해야 하는 것이다.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목회자가 권력과 이권으로부터 자신을 희생하는 자세를 보이고 먼저 낮아지며 섬기는 자세를 보일 때 양떼들은 그러한 영성을 본받고 따라오게 되어 있다. 
 
목자가 먼저 경건한 영성의 모범을 보여야 양떼들도 따라서 영성을 회복하려는 몸짓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운데어아익이 제시한 교회 안의 무신론자를 퇴치하는 방법들도 사실은 목회자들이 먼저 실천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들은 신앙의 체험을 가져야 하며, 간절히 하나님을 사모하고 열심히 교제하며, 교회 속의 작은 교회 운동(소그룹 경건운동)을 선도하고,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한다. 이것이 교회 안에 잔존하는 무신론을 삭제하고 성도들로 하여금 살아계신 하나님을 느끼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경건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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