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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규태 칼럼]월가의 황금송아지와 금융위기

미국 뉴욕에 있는 월가(Wall Street)는 1624년 유럽에서 건너온 네덜란드인들이 살던 지역이다. 이 길의 이름은 인디언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통나무로 된 방어벽을 쌓은 것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영국 식민지 세력이 여기에 정착하기 훨씬 전의 일이다. 이 월가라는 거리는 성공회 대성당인 삼위일체 교회가 있는 서쪽 끝으로부터 허드슨강변에 이르기까지 약 75미터에 불과한 짧고 좁은 길이다. 이 길은 매우 좁아서 건물들 사이에서 햇빛을 볼 수 없고, 금융회사 사무실, 커피숍들, 피트니스 클럽들, 손톱 손질해 주는 가게들 등 특성 없는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별로 볼품없는 거리다.  


그러나 이러한 월 가는 모든 사람들이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지다. 세계금융을 주무르는 거대한 은행들과 금융기관들의 중심이 여기에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세계 금융 산업을 이끌고 있는 3대 주력세력인 모건 스테인리, 메릴 린치, 골드만 싹스 등이 여기 자리 잡고 있으며 얼마 전에 부도가 나서 망한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도 여기 있다. 여기에서 수많은 세계의 투자자들과 은행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았고 이로 인해서 지금 세계인들 모두가 당하고 있는 전대미문의 국제금융위기가 촉발되었다.

물론 2001년 9월 11일 아랍인들의 비행기 테러로 붕괴된 쌍둥이 빌딩인 세계무역센터도 이 거리의 끝자락에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 무역센터는 세계자본주의의 상징적 건조물로서 자본과 무역, 금융과 재정의 중심지였다. 따라서 9.11테러는 미국자본주의의 심장에 대한 공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테러행위는 용납해서는 안 될 범죄행위지만 동시에 자본주의가 낳은 제반 문제들과 모순들에 대한 반격으로서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도전으로도 이해된다.

필자는 오래 전 뉴욕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무역센터를 지나서 월가 거리로 들어섰을 때 거기에서 황금송아지 동상 하나를 만나게 되었다. 금융의 중심지인 이곳에 웬 황금송아지 동상인가? 당시 나는 깊은 생각 없이 그곳을 지나쳤지만 그 후에 이 월가를 회상하면 그 금으로 된 황금송아지 상에 관한 좋지 못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왜냐하면 구약성서 출애굽기(32장)와 신명기서(9장)에 보면 황금송아지는 야훼 하나님에 대한 반역의 상징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하나님의 계명의 서판들을 받고 나서 40일 동안 그곳에 머물자, 산 아래서 기다리던 백성들은 참지 못하고 모세의 형 아론과 공모하여 금을 모아서 황금 송아지 상을 만들었다. 그들은 하나님 대신 황금송아지를 경배하며 춤추며 잔치를 벌인다. 산에서 내려와서 이 광경을 보고 진노한 모세는 금송아지를 불에 태워 가루로 만들어서 물에 타서 백성들에게 마시게 했다.(출애굽기에서는 물에 타서 강에 띄워 보낸다). 그리고 나서 모세는 하나님에게 그 백성의 우상숭배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드린다. 다시는 황금송아지를 하나님으로 경배하거나 섬기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이러한 하나님에 대한 반역의 상징인 황금송아지가 어떻게 대통령이 성서에 손을 얹고 선서하는 기독교 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의 윌가에 버젓이 자리 잡을 수 있는가? 가까운데 있는 성공회 삼위일체 교회나 성경대로 믿는다는 수많은 미국의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은 왜 성서에서 금하고 있는 이 금송아지 상을 그대로 방치해 두는 것일까?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 사람들은 자본이라는 맘몬에 물들어서 그것의 상징인 이 금송아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가? 하나님과 맘몬을 같이 섬길 수 없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미국의 그리스도인들, 특히 로버트 슐러나 빌리 그래함같은 복음주의자들에게는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가?

조지 부시 대통령같은 장로교인을 비롯해서 미국의 기독교인들은 하나님 보다 황금송아지, 아니 맘몬을 더 섬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들은 이라크에서 석유라는 검은 돈을 얻기 위해서 성서가 금하고 있는 전쟁을 감행했다. 미국인들은 지난 세기에 자신들의 온갖 종류의 전쟁, 국제적 냉전야기, 약소국가들에 대한 정치적 억압과 위협, 분쟁지역들에 무기수출 등 자기들의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서 강대국 지위를 이용했다. 그들은 또 세계은행, 국제금융통화기금, 세계무역기구 등을 통해서 세계의 금융질서와 자본시장을 지배해 왔었다. 따라서 미국인들의 사고를 지배했던 것은 정의와 평화, 공동체와 상호협력이라는 성서적 가치가 아니라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금송아지의 원리, 자본주의적 착취원리, 탈공동체, 갈등과 전쟁이었다. 이것이 바로 얼마 전 물러간 부시정부와 미국 공화당이 추구하던 정책이었다.

이러한 미국식 자본주의의 원리, 즉 맘몬주의 원리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 바로 미국 발 금융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인들이 그동안 하나님보다 더 맘몬을 섬기는데서 나타난 징벌이 아닐까? 오늘날 대한민국이 경험하고 있는 (경제)위기도 바로 미국식의 맘몬주의에서 기인한다. 기업프렌들리라고 하는 이명박정부의 경제정책은 하나님이 아니라 맘몬주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경제정책에서는 맘몬이 주인노릇을 하기 때문에 인간의 생명은 객체가 되고 만다. 용산역에서 생존권투쟁을 벌리다가 이명박정부의 특공대에 의해서 살해당한 사람들은 인간의 생명을 먹고 사는 몰록신의 희생자들이다. 맘몬은 인간을 분열시키고, 물질화시키고, 마침내는 살해한다.

따라서 우리는 예수의 말씀대로 하나님과 맘몬을 같이 섬길 수 없다. 하나님과 금송아지를 같이 경배할 수 없다. 이 맘몬이라는 자본주의의 신은 불에 태워서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서 먹어버리든지 강물에 띠워 보내야 한다. 그것이 하나님의 선지자 모세가 오늘날 우리에게 요구하는 계명이다. 그렇게 할 때만 우리는 살 수 있다.




(손규태 성공회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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