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생명의 해석: 아들을 죽인 사형수 용서

2014년 4월16일자 가디언지(The Guardian)에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사형수를 용서한 피해자 부모의 미담이 실렸다. 이란에서 있었던 이 일은 피해자인 압둘라의 어머니가 사형집행을 기다리던 발랄의 뺨을 때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란의 키사스(qisas 보복법)에 따르면 가해자의 사형집행에 피해자 가족이 동참하여 교수형 밧줄을 목에 감은 가해자의 발판을 밀어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뺨을 한 대 때리고 만 것이다. 이것은 키사스의 정신을 실현하고자 한 의미를 지닌다. 키사스는 “눈에는 눈”의 탈리오 원칙을 따르는데, 이 원칙은 법 집행의 과정에서 억울한 일이 없도록 일대일의 엄격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뒤 피해자의 아버지가 가해자의 목에 걸린 교수용 밧줄을 끌러 주었다. 피해자의 부모는 보복이 보장되어서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도 없는 상황에서 법의 준수라는 기제에 기대어 보복을 정당화하는 것보다 생명의 가치를 선택하는 결정을 했다. 

 
압돌라의 아버지는 “발랄은 미숙했고 칼을 조심스럽게 다루는 법도 몰랐다. 그는 순진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생명을 가진 존재가 성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곤고한 상황에서도 생명의 가치를 찾아내는 해석적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이 같은 생명의 해석은 물론 사형 집행의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6년간의 인고의 산물일 것이다. 함께 인내해왔기에 아내도 그러한 생명의 해석에 동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경우에 증오를 증폭시켜 결정적인 순간에 폭발시키겠지만 생명의 해석은 사실상 그 해석자도 살리는 유기적 파급력을 갖고 있다. 그 부모는 율법을 엄격하게 준수하려는 의식이 지배하는 이란 사회에 생명의 파장을 던진 것이다.  
 
7년전 발랄은 마잔다란주 로얀시의 길거리에서 압돌라와 시비가 붙었다가 칼로 그를 찌르고 도망쳤다. 당시 발랄은 20대였고 압돌라는 18세였다. 아들을 잃은 것에 대한 분노와 절망은 키사스를 통해서도 사실상 회복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사형 집행이 결정되기까지 6년의 기간이 흘렀고 피해자 가족은 사형의 집행을 수차례 연기했다. 적절하게 그들의 원통함을 풀어줄만한 시기를 기다린 것이었다. 복수가 합법적인 이란 사회에서는 이러한 결정을 부추기는 분위기도 존재했을 법하다. 그러던 중 피해자의 어머니가 형 집행 사흘 전에 아들의 꿈을 꾸게 되었고 아들이 꿈에서 자신이 좋은 곳에 있으니 복수하지 말라고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아들의 현몽이 부모의 마음을 돌이키는 계기가 된 것이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의 입장에서, 그리고 복수를 정당한 권리로 인정하는 법 의식 아래에서 자식을 죽인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들의 현몽은 시간 속에 일어난 일이기는 해도 인고의 세월 속에서 굳혀져 가던 부모의 결정이 꿈으로 형상화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그들의 해석에 대한 초자연의 동의인 것이다. 
 
이처럼 생명의 해석은 인고와 희생을 요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해방과 구원의 길을 열어준다. 이러한 사례는 예수의 행적 속에 매우 선명하게 나타난다. 율법의 규정 준수를 내걸며 권력을 부식하던 당시의 종교지도자들을 향하여 예수가 제기한 생명의 해석은 예수에게는 희생을 요구하였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치유와 회복의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예수를 고발하려 하여 안식일에 그 사람을 고치시는가 주시하고 있거늘 예수께서 손 마른 사람에게 이르시되 한 가운데에 일어서라 하시고 그들에게 이르시되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과 악을 행하는 것, 생명을 구하는 것과 죽이는 것, 어느 것이 옳으냐 하시니 그들이 잠잠하거늘 그들의 마음이 완악함을 탄식하사 노하심으로 그들을 둘러 보시고 그 사람에게 이르시되 네 손을 내밀라 하시니 내밀매 그 손이 회복되었더라 바리새인들이 나가서 곧 헤롯당과 함께 어떻게 하여 예수를 죽일까 의논하니라 (마가3장2-6절) 
 
엄격한 계율보다 선을 행하며 생명을 구하는 일을 선택한 것이 예수에게 죽음의 희생을 요구하였지만, 그를 믿는 사람들에게 선을 행하며 생명을 구하는 일의 가치를 인식시키고 그에 따라 살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2010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 기독교인이 800여만명에나 이르는데, 예수의 모범을 따라 생명의 해석을 생활화하는 사회구조를 구축하는 일이 요원한 것은 어찌된 일인가? 생명의 해석이 희생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회피하는 것인가? 이란에서 들려온 미담은 기독교인들이 형식적인 예배참여나 교리의 준수에 집중하기보다 삶 속에서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생명을 창조하는 행위를 우선하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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