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 기독민주당(기독당) 창당대회가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기독당은 “2012년 총선 당시 기독 정신에 입각한 정책과 비전 제시 없이 기독교인들의 표만 기대한 지난 기독정당들의 정치를 개혁하고 ... 기독교 박애정신에 기초해 사회현안에 대한 정책 제시와 실현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내”고자 창당하였음을 밝혔다. 당의 조직도를 보면 당대표 박두식 목사, 사무총장 최바섭 목사를 비롯하여 5개 시도 당대표 중 3명이 기독사랑실천당에서 직책을 맡고 있던 사람들이다.
창당배경에 관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기독당이 비판하고 있는 ‘지난 기독정당들’은 ‘기독교 박애정신에 기초해 사회현안에 대한 정책 제시와 실현’을 추진하지 못했다. 기독사랑실천당이 지난 대선에서 2.5%만 득표한 결과가 이러한 비판을 정당화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기독당은 사회현안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고 실현함으로써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내고자 한다. 물론 그것은 ‘기독교 박애정신에 기초’하고 있다.
기독교 정당의 창립은 2004년 대선부터 시도되었지만 지지도가 미미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는 기독교계 자체 조사로 천만 명에 달하는 신도들이 있었는데 3번의 대선을 거치면서 기독교 정당이 결국 유명무실해진 것은 기독교 유권자들이 외면하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기독교 유권자들은 기독교 정당들이 내건 ‘기독교 박애정신’이 정치적 통로를 통해서는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감상으로나 통념상으로 박애정신은 ‘정책의 제시와 실현’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로마제국의 국교가 된 기독교가 ‘정책의 제시와 실현’을 통해 실행한 박애정신은 오히려 종교권력의 제도화에 기여했던 역사적 사례도 있다.
기독교 정당을 창당하려고 했던 목회자들도 기독교 유권자들을 이용하여 정치권력을 장악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은 신정정치를 실현하고자 한 역사적 과오의 반복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기독교왕국(Christendom)의 건설은 메시아로 오신 예수 자신도 동의하지 않았으며 중세 시대를 거치며 그 왕국의 파괴적 힘만을 역사 속에 각인시켰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 한국에서 기독교 정당을 구성하려고 하는 목회자들이 박애정신을 내걸며 ‘정책의 제시와 실현’을 통해 그것을 구현하고자 한 의도를 피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독당이 예수의 박애정신을 진정으로 구현하고자 했다면 예수가 어떻게 했는지를 먼저 알아보고 그대로 따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예수가 복음 전파의 효율을 먼저 생각했다면 헤롯 왕가에 태어나서 강력한 신통력을 부리며 하나님 나라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예수는 박애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변방지역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회적 추방자들을 치유하였고 결국 십자가상에서 희생당했다. 예수는 박애정신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방도를 찾으려 고민하지 않았고 그것을 몸소 실천하려고 했던 것이다. 기독당을 창립한 목회자들이 진정으로 박애정신의 구현을 의도했다면 정치권력이라는 효율적 통로를 상상하기 이전에 그러한 정치적 시도를 철회하고 박애정신을 몸소 실천하려는 ‘비효율적인’ 방도에 골몰해야 하는 것이다. 예수는 분명히 말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가1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