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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너무 많은 죽음을 보았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을 위해 추모객이 남긴 노란 리본에 적힌 추모의 글귀. ⓒ사진=지유석 기자

5월 연휴의 시작을 알리는 주말, 시청 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분향소를 찾았다. 분향소는 헌화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분향소 풍경은 지난 4월말 사고현장인 진도 팽목항의 광경과 오버랩되며 참담한 심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이어 이런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장로 대통령 집권 이후 몇 번째 차려지는 대규모 분향소인가?”
 
대형교회 장로 직분을 갖고 있었던 전직 대통령의 집권엔 한국 교회, 특히 수도권 대형교회의 지원이 크게 기여했다. 어느 목회자는 장로 대통령을 찍지 않으면 하늘나라 생명책에서 제명시키겠다는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의 집권 이후 우리는 너무 많은 죽음을 목격했다. 
 
집권 첫 해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홍역을 치렀다. 집권 다음해부터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용산에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전직 대통령이 정치보복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편 쌍용자동차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공권력 투입 이후 노동자들의 죽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지금까지 모두 25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지난 해 12월 새 대통령 당선 직후 일주일 사이에 다섯 명의 노동자가 절망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올해 3월엔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세 모녀가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음의 행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해 7월 해병대 캠프에 참가한 고교생 다섯 명이 파도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고 올 2월엔 예비 대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 두 사고 모두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였다. 그런데 그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세월호 침몰이라는 대규모 참사가 벌어졌다. 
 
너무도 많은 죽음 앞에 할 말을 잃는다. 사람이 나고 죽는 건 지극히 당연한 자연현상이지만, 최근 6년간 이어진 죽음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곤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죽음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 죽음의 희생자는 거의 예외 없이 비정규직 노동자, 세입자, 학생 등 사회적 약자였다. 
 
생명보다 맘몬을 숭배했던 한국 교회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을 위해 추모객들이 노란 종이배에 추모의 글귀를 남겼다. ⓒ사진=지유석 기자

기독교는 생명의 종교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숨결을 불어 넣어 인간을 창조했다. 그렇기에 우리 인간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존귀하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장로 직분자가 대통령이 되기를 원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가 기독교의 생명존중 사상을 현실정치에 구현하기를 소망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잘 사는 사람은 더 잘 살게 됐고, 약자들은 오히려 국가폭력의 희생양이 되기 일쑤였다. 이번 세월호 사건도 전임 대통령 정부가 선박 규제완화를 한 게 먼 원인이 됐다. 왜 이런 조치를 취했는지 이유는 분명하다. 기업 이윤을 극대화해주기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교회가 장로 직분자를 지도자로 세우기로 한 근본적인 이유가 생명존중 사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대통령을 등에 업고 교세를 확장하려는 노림수가 더 크게 작용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교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세월호 참사 책임을 “돈벌이가 생명에 우선하는 사회를 (교회가) 방기하고 조장했다”고 참회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사고현장인 진도 팽목항과 실종자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는 진도체육관엔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히 구호활동에 매달리고 있었다. 진도 지역 73개 교회도 연합해 사고 초기부터 부스를 차려 놓고 구호활동에 동참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한 성도는 이 사건이 전임 대통령의 규제완화로 인해 초래된데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꽤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줬다. 이 성도의 전언을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 교회 전체가 전임 정부 출범에 기여한 것은 아니다. 진도만 해도 교회 규모가 영세하고 성도들 대부분은 고령이다. 이런 교회가 무슨 영향력이 있나? 전임 정부 출범은 대형교회, 특히 서울 시내 큰 교회들이 단합해서 이뤄낸 결과다. 이렇듯 교회의 규모가 크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만약 서울 시내 큰 교회들이 바로 섰다면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성도의 전언을 곱씹어 보며 또 다른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죽음의 행렬을 목격해야 하는가?”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소금이 맛을 잃으면 버려져 사람들에게 밟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수의 경고는 세월호 참사로 고개를 떨군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동일하게 역사하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제 더 이상 죽음의 행렬 앞에 고개를 떨구고 슬퍼하고만 있을 수 없다.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너나할 것 없이 일어나야 한다. 이런 행렬에 교회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아니, 생명이 경시되고 맘몬이 숭상되는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섰던 장본인이 교회였지 않은가? 이제 교회는 지난날의 과오를 회개하는 마음으로 분연히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수의 경고대로 이 땅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쓸모없이 내던져져 사람들에게 밟힐 운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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