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유미호 칼럼] 화사한 하늘 누리는 봄 되길

유미호·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유미호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정책실장
바람 부는 게 제법 봄날입니다. 하지만 좋아할 수만도 없는 것이 서쪽으로부터 예전과는 다른 오염된 황토먼지가 날라 오고 있어서입니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하루 2만 6천 번이나 들이쉬고 내쉬는 숨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 숨을 쉬는 일이 저만 잘한다고 제대로 될 수 있는 게 아닌 듯합니다. 매년 ‘겨울에서 봄으로’ 오는 때마다 서쪽에서 소리 없이 불어와 우리 마음에 희망을 안겨주던 봄바람이 이제는 심각한 고민거리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동쪽으로는 3년 전 일본에서 일어난 사고로 후쿠시마 지역에서 비롯된 방사능 문제가 우리의 숨통을 조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초미세먼지를 동반한 황사로 하늘이 뿌연 채 심한 몸살을 앓았는데, 겨우 숨통이 트이나 했더니 이달 말게 다시 ‘슈퍼 황사’가 찾아올 거란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뭄으로 말라버린 중국 동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황토 먼지(黃砂)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누런 먼지층으로 하늘을 덮을 거란 얘기입니다. 문제는 그 가운데 상당수의 크기가 지름 2.5㎛ 이하로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도 안될 만큼 미세해 호흡기 점막에서 걸러지지 않고 허파꽈리 등 호흡기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하고, 또 혈관으로까지 들어갈 것이란 점입니다. 그것이 혈액의 점성을 높여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거란 말도 들립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먼지가 중국의 공업단지와 산업화 지역을 지나면서 카드뮴이나 납, 알루미늄 등의 중금속과 발암물질, 그리고 황산염, 질산염 등 각종 유해 오염물질과 질병 원인균을 다량 품는다는 데 있습니다. 정상적인 사람도 호흡이 곤란해지고 목이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위험 상태에 빠져들 것입니다.
2분 이상 숨을 못 쉬면 죽음에 이르고 잘못 호흡하면 심각한 질병에 걸리게 될 터인데, 이토록 하늘이 오염되었으니 큰 걱정입니다. 
 
이미 중국에선 뿌연 하늘에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기준치(25㎍)보다 20배가 넘는 초미세먼지로 한 해 120만 명이 조기사망에 이를 것이라고들 합니다. 그리고 이 먼지는 중국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나라의 하늘을 습격하고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경기개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만 미세먼지로 연간 2만 명이 조기사망하고, 80만 명의 폐질환자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합니다. 그로 12조3천억 원의 사회적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고 합니다. 
 
겨울철 미세먼지에 이어 황사바람이 불어오는 봄의 한 가운데서 우리는 지금 사순절 순례 길을 걷는 가운데, 봄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하늘을 바라봅니다. 겨울철 미세먼지에 이어 황사 바람이 불어와도 봄은 봄입니다. 봄은 보는 계절이라지요. 우리가 파괴한 자연에서 날아온 황토 먼지와 뿌연 하늘을 볼 때에, 지금 우리가 사는 대로 살아서는 삶이 풍요롭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음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우리가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낭비하고 있지 않은지 주위를 둘러보고, 사용하지 않는 전등이나 가전제품이 켜 있다면 재빨리 꺼볼 일입니다.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 지, 아직 쓸 수 있는 것들이 쓰레기통에 그냥 버려지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도 볼 일이지요,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이 봄에 화사한 하늘을 계속 누릴 꿈을 꾸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곧 나무심기 좋은 계절이니,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를 심는 것도 좋을 일입니다.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는 건, 과거 우리가 자연에 진 빚을 시인하고 자연 안에서 모든 생명체가 서로 의존하며 살겠다는 다짐을 표하는 일일 테니까요.
 
우울한 봄날이지만, 사순절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화사한 하늘을 모두가 골고루 누릴 봄날이 머잖은 미래에 올 것을 희망해봅니다. 그 날을 그리는 이마다 오늘 하루도 자연에 진 빚을 갚는 실천적인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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