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본문
사 46:3∼7
설교문
1. 한국에서‘어버이 날’의 본래 뿌리는‘어머니 날’이었다. 부모님의 은혜와 사랑을 기리고 감사하자는 취지에서 제정한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어버이 주일’혹은‘어머니 주일’을 지키는 것은 효도를 장려하는 도덕적 차원을 넘어 종교적 차원이 있음을 깨닫는 일이 중요하다. 어버이의 부성과 모성은 그 존재론적 뿌리가 하나님의 마음이고, 창조자의 신적 본성을 닮아서 드러낸다는 영성의 눈뜸이 중요하다. 어버이의 엄하신 가르침과 자기 희생적 모성 사랑을 통해 우리는 신적 속성의 본질을 깨닫고 경험한다. 어거스틴의 고백처럼,“눈물의 어머니 기도를 가진 자녀는 망하지 않는다.”
2. 일반적으로 서양의 기독교는‘정의’를 강조하며,‘십계명’등 엄정한 율법의 준수를 요청하는 남성적 종교라고 이해되어 왔다. 계곡의 비움과 고요를 중시하는 종교라기보다는 산정의 오름과 높음을 강조하는 종교라고 인식되어 왔다. 우주 대자연의 조화로운 질서에 순응하기 보다는 역사의 전진과 발전을 추구하는 투쟁적 종교라고 인식되어 왔다. 구약의 야훼 하나님은‘죄를 태워버리는 불’의 하나님으로 인지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남성적이고 가부장적 신의 이미지는 일방적이거나 부분적인 겉모습이다.
3. 성경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성경이 증언하는 하나님의 속성, 이스라엘 백성이 경험한 신비자의 속성은 도리어‘모성적 속성’을 그 가장 깊은 마음에 지닌 분이라고 증언한다.‘모성적 속성’의 특징은 생명을 낳고, 기르고, 돌보는 어머니의 마음과 같아서, 여리고 자식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도리어 안쓰러워 하시고 스스로 고통 받으시는 마음이다. 죄인자식을 둔 어머니는 자식의 죄 값을 대신 자기가 치르려고 자원한다. 지옥의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죄인의 자식을 속량해 내려는 마음이 모성의 마음이다. 오늘 성경본문은 모성적 하나님을 고백하고 있다(사46:3∼4).
4. 두 살 때 뇌성마병 증상을 보인 이후 줄곧 25세 청년 나이가 될 때까지, 성장과 성숙이 중지되고 애기처럼 똥오줌을 받아내야 하는 장애인 자식을 둔 어머니 삶이 TV에 방영되었다. 남은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희망 없는 그 장애인 자식을 어릴 때 포기하라고 주위사람들은 권면했다. 그러나, 포기하기는커녕 도리어 해가 지날수록 더 깊어가는 연민으로 그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모성은 능률성, 효율성, 실용성을 삶의 중심 가치로 삼는 영악해진 오늘의 세태를 부끄럽게 한다. 하나님의 모성만이 구원능력을 지니며 우리의 희망의 그루터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