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목) 광화문 세종대왕상을 점거, 기습 시위를 벌인 감신대 학생들이 9일(금) 현재 서울동대문경찰서에 구금되어 있다. 본지 기자는 구금된 감신대 학생과 면회를 통해 학생들의 시위 동기를 비롯해 현재의 심경 등에 대해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지유석 기자 |
정부의 세월호 사고 대응 미숙을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8일(목)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감리교신학대학교(이하 감신대) 도시빈민선교회 및 동 대학교 사람됨의신학연구회 소속 학생 8명이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상을 기습 점거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학생들은 세종대왕상에서 ‘유가족을 우롱하는 박근혜는 물러가라’는 현수막을 펼쳐들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이 학생들은 즉각 연행돼 9일(목) 오후 4시 현재 동대문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된 상태다. 동대문경찰서는 가족과 지인에 한해 학생들의 면회를 허락하고 있다. 박종천 감신대 총장의 모습도 보였다.
현재 경찰은 8명의 학생들을 조사 중이다. 수사 진행 상황, 석방 시점 등의 질문에 대해 경찰은 취재를 거부한 채 함구로 일관했다.
이 가운데 감신대 2학년 휴학생인 A씨를 면회했다. A씨의 모습은 다소 피곤해 보였다. 그러나 큰 외상을 입은 것 같아보이지 않았다. A씨도 가혹행위는 없으며, 연행과정에서 다치거나 폭행을 당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은 A씨와의 일문 일답이다.
-. 소셜 네트워크 상에선 구금된 학생들이 변호인 접견을 거부당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사실인가?
어제 저녁 9시경으로 기억한다. 2차 조사를 받을때인데 나를 비롯한 일곱 명 모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님과 접견을 했다.
-. 경찰의 조사 내용은? 혹시 유치장 안에서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는 건 아닌가?
시위 목적, 동상 점거가 불법행위였는지 인지 여부, 연행 경찰이 미란다 고지를 했는지의 여부, 연행시 폭행 등의 행위가 있었는지의 여부를 물었다. 가혹행위 등은 없다.
-. 동상 점거는 우발적인 행동이었나?
그렇지 않다. 여기 함께 있는 학생들 모두 사전에 계획했던 일이었다.
-. 행동을 하게 된 취지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행동 취지는 어제 동상에서 펼쳐든 현수막에 쓰인 ‘유가족을 우롱하는 박근혜는 물러가라’는 문구에 다 담겨져 있다. 정부는 세월호 사건 초기부터 탑승객 전원구조 등의 오보를 내보냈으며 이후 사고 수습에 우왕좌왕했다. 뿐만 아니라 사고로 이미 피해를 당한 유가족들이 분노의 목소리를 내거나 청와대로 행진하는 행동마저 막았다.
지금 침묵시위나 침묵행진으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데, 그보다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도 작용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밝혀두고 싶은 점이 있다. 어제 우리는 ‘학살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세월호 사건이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건이지만, 이런 대형 사고는 구조적인 문제다. 그래서 대형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담으려고 했다.
-. 신앙적으로 볼 때,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나뿐만이 아니라 여기(유치장)에 함께 있는 모든 학생들이 이런 생각을 공유한다.
-. 지금 떠오르는 성경구절이 있다면?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 아니냐”는 미가서 6장 8절의 말씀이다.
현 정부를 향한 외침이 단순히 분노의 표출만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모든 차원에서 미가 선지자가 말한 정의로움과 인자, 그리고 하나님과 함께 행함,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본다. 즉, ‘하나님과 함께 행한다’는 말씀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게 아니라 정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어제의 일이 정의만 부각됐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세 가지가 동시에 이뤄진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