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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식의 길위의신학] 경건한 시간의 물량공세

차정식·한일장신대 교수(신약학)


출처 : 차정식의 신약성서여행 <바로가기 클릭>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
혹자는 주일설교 준비하는 데 매번 30시간 이상을 할애했다고 고백하고, 또 다른 이는 하루에 다섯 시간 이상 꼬박 기도한다며 그 희열을 찬탄한다. 어떤 이는 예수 믿은 이래로 평생 새벽기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주일성수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었던 기억에 자부심을 담아 간증한다.
 
이런 쪽으로 결핍을 느끼는 내가 보기에 참 대단한 정성이고 초인적인 공력이며 모범적인 실천이라 할 만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데 이런 정도의 성의에 풍성한 은혜와 축복으로 응답해주지 않는 하나님이라면 너무 야박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신학적인 성찰의 자리에 서면 하나님이 은밀하게 거동하시는 시간의 자리가 이러한 크로노스의 물량 공세와 전혀 상관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천 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천 년 같다는 하나님의 시간을 우리 삶의 한 가운데로 영접한다면 이런 식의 시간 계산으로 물량적인 경건과 영성의 공력을 다투고 자기의 몸을 혹독하게 갈궈대는 이른바 '훈련'의 틈새를 조금은 널널하게 갈무리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날마다 다섯 시간 무릎 꿇고 기도하는 분들의 무릎 관절이 얼마나 아플까, 그로 인해 관절이 망가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생기기도 하고, 평생 한 치의 에누리 없이 새벽마다 자신의 몸과 하나님을 동시에 깨우는 분들의 경우 잠잘 적에도 정장에 넥타이 매고 침소에 드는 건 아닐까 망령된 상상이 번지기도 한다. 
 
게으름보다 부지런한 열심이 분명 좋을 터이다. 그러나 나는 워낙 범생이 체질에 역류하는 반골기질이 있어서인지, 혹은 역설과 아이러니의 세계를 버릇처럼 키워온 탓인지, 조금 더 생각하여 창조적인 게으름의 시간을 살려내며 가끔 한눈을 팔아보자고, 딴청도 부리며 한가한 햇살 아래, 시간의 경계와 무관하게 광활한 저 하늘과 바람의 자유를 닮아, 뒷골목이라도 하릴없이 바장여보자고... 감히 제안하고 싶다. 
 
일 년에 한두 번이라도 주일 땡땡이 쳐도 눈감아줄 테니 멀리 낯선 곳을 방랑하면서 그 낯선 자리에서 뜬금없이 출현하는 생뚱맞은 하나님을 좀 발견해보라고 조심스레, 그러나 동시에 담대하게 권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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