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 소재한 사랑의교회 신축 성전의 모습. ⓒ베리타스 DB |
사랑의교회 문제가 교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사랑의교회측은 발끈했다. 즉각 반박문을 내는 한편 11분가량의 반박 영상을 제작해 열람하도록 했다. 교회측은 반박문을 통해 “논문표절, 재정부분, 건축부분, 정관부분 등 해당 프로가 다룬 어느 사안에서도 객관성, 공정성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PD수첩이 제기한 의혹들의 진상은 곧 명백히 밝혀질 것이며 MBC의 방송에 대해 반론 및 정정 보도를 요청하고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서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교회측의 주장을 요약하면 보도가 “극소수 이탈교인의 제보와 주장에 의존했다”는 것이다. 오정현 목사의 공금유용이나 논문표절 등 쟁점이 되는 사안과 관련, 사실관계 여부는 일단 생략해 두기로 한다. 그리고 백보양보해 교회측 주장이 백번 옳다고 가정하기로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교회측 입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바로 가장 핵심적인 의혹, 즉 오 목사의 공금유용 의혹에 대한 해명이 없기 때문이다.
공금유용 의혹은 왜 해명 하지 않나?
심각한 내용은 이제부터다. 사랑의교회 재정 감사에서 재정장부에 잡히지 않은 통장이 발견됐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다. 이 통장엔 담임목사의 새벽기도 CD수익금과 교회가 자체 운영 중인 북카페 수익금이 흘러 들어갔다. 6년간 흘러 들어간 돈만 2억 3,000만원이다. 그런데 2억은 증빙 없이 지출됐다. 아연실색할 대목은 또 있다. 우선 새벽기도 CD 수익금이 다른 목회자의 통장을 거쳐 담임목사 통장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대목이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목회자의 통장은 대포통장이라고 했다. 범죄조직이나 써먹을 법한 수법이 ‘주님의 몸된 교회’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사랑의교회측은 이에 대해 그 어떤 해명도 없다. 교회측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입장은 원론적인 표현으로만 가득하다. 교회측이 제작한 반박 영상의 경우 논문표절과 예배당 신축과 관련된 반박만 있을 뿐 오 목사의 공금유용에 대한 해명은 찾아볼 수 없다. 결국 교회측의 대응은 핵심 의혹은 비켜간 채 다른 쟁점을 제기해 물타기한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죄
성경은 하나님께 바치는 제물을 함부로 대하는 행위에 대해 어떤 응징이 가해졌는지 생생히 기록한다. 사무엘서에 기록된 제사장 엘리의 두 아들은 제물을 닥치는 대로 걷어 갔다. 심지어 회막에 수종드는 여인들과 잠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이들의 죄가 심각한 건 하나님을 빙자해 자기 잇속을 챙겼다는 점 때문이었다. 엘리는 이를 보다 못해 “여호와께 범죄하면 누가 위하여 간구하겠느냐”며 책망했으나 이들은 “그 아비의 말을 듣지” 않았다(사무엘상 2:25-26).
결국 이들은 여호와의 진노를 피해가지 못했다. 그런데 여호와께선 못된 아들들만 아니라 아버지인 엘리도 벌했다. 사무엘서는 엘리의 가문 전체가 징벌을 당했다고 기록한다. 말하자면 아비에게 관리책임을 물은 것이다.
“보라 내가 네 팔과 네 조상의 집 팔을 끊어 네 집에 노인이 하나도 없게 하는 날이 이를찌라 이스라엘에게 모든 복을 베푸는 중에 너는 내 처소의 환난을 볼 것이요 네 집에 영영토록 노인이 없을 것이며 내 단에서 내가 끊어 버리지 아니할 너의 사람이 네 눈을 쇠잔케 하고 네 마음을 슬프게 할 것이요 네 집에 생산하는 모든 자가 젊어서 죽으리라” (사무엘상 2:30-33)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또 있다. 엘리의 두 아들들이 제물에 손을 댄 이유다. 성서는 이들의 죄악을 저지른 근본원인을 분명히 기록한다. 바로 이들이 “불량자라 여호와를 알지 아니하더라”(사무엘상 2:12)는 이유다. 교회 헌금은 자신의 소유 가운데 일부를 떼어 하나님께 바치는 종교행위다. 이에 오정현 목사가 공금을 자기 비자금처럼 썼다면 이는 신성모독이라는 중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그동안 오 목사와 교회측은 마치 엘리의 두 아들처럼 여호와를 알지 못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교회측은 지난 1월 교회 재정장부 열람에 대한 해명 및 반박자료를 통해 “자신의 기대와 다른 방법으로 헌금이 사용되었다고 해서 교인이 이에 분노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이어 “기독교 교리상 헌금이란 하나님에게 하는 것이지 교회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기대와 다르게 사용되더라도 자신이 헌금한 사실을 하나님이 부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요약하면 성도는 헌금행위만으로 그 소임을 다했다는 의미다. 이런 궤변은 사람을 속일 수는 있다. 그러나 하나님을 속이지는 못한다.
오 목사와 현 사랑의교회가 한국교회의 대표자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공금유용 의혹부터 해명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은 자신을 알지 못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빙자해 횡포를 부린 제사장 가문에 혹독한 징벌을 내리신 분이심을 기억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