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명동 향린교회 예배당에서 기장 비상시국기도회가 열렸다. ⓒ사진=지유석 기자 |
기독교계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시에 우리 사회에 팽배한 물질만능주의에 경종도 울리는 중이다. 기독교계는 20일(화) 시국기도회 및 세월호 희생자 추모기도회를 잇달아 열고 희생자 유족 및 실종자 가족들의 눈높이에 맞춘 사후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먼저 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장 박동일 목사)는 이날 오후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와 진실규명을 위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시국기도회’(이하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기장은 지난 해 12월16일(월)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국기도회를 연지 꼭 5개월만에 다시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기장 측은 이번 시국기도회에서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설교를 맡은 박동일 목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국가개조란 자기 책임이 없다는 뜻이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사과에서의 눈물이나 해양경찰청의 해체가 아니라 대통령 자신과 자신의 내각이 총 사퇴하는 것이 역사와 민족과 세계 앞에 해야 할 유일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20일 오후 향린교회에서 열린 기장 시국기도회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세월호 특위 위원장 권영국 변호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비판의 목소리는 인사말에서도 이어졌다. 총회 총무를 맡고 있는 배태진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실종자 가족 눈높이에 맞춘 참사 해결망안은 실종자 수색과 진실규명이다”라며 “박 대통령이 취한 해경해체 조치는 전혀 앞뒤가 안맞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배 목사는 “가장 시급한 개조대상, 그리고 청산해야 할 적폐는 바로 박 대통령 자신”이라고 꼬집었다. 이 자리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세월호 특위 위원장 권영국 변호사도 참석했다.
기장은 시국기도회를 마친 뒤 3명의 한신대 학생들이 단식농성 중인 청계광장으로 행진했다. 행진을 마친 기장측 목회자와 신학생, 신도들은 만남의 시간을 갖고 농성 중인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어 대한문으로 향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최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 촛불기도회’에 참석했다.
▲기장 총회 관계자들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신대 신학생들의 농성 현장을 방문,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NCCK의 촛불기도회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앞서 열렸던 기장측 시국기도회가 정부 성토의 장이었다면 NCCK의 촛불기도회는 자아성찰의 시간으로 진행됐다. 설교를 맡은 한국구세군 박종덕 사령관은 “바르지 못한 세상의 일원으로 살아왔음을 탓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선언했다. 이어 “세월호 사건은 이 시대의 모든 사악함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규정한 뒤 “기독교인들은 이번 사건을 참회의 계기로 삼아 이 땅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우상숭배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박 사령관은 또 “세월호 사건이 법적, 제도적 장치가 없어서, 책임자가 없어서 벌어진 사건이 아니다”며 “법, 제도 보완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정직한 사회, 책임지는 사회가 되도록 대통령과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NCCK는 추모 촛불기도회 참가자 일동 명의로 △ 세월호 참사 진상의 투명하고 명백한 규명 △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한 관행, 부정, 부패 근절 △ 언론의 기능 회복 등을 뼈대로 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그리고 촛불기도회를 마친 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침묵행진’을 이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