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월호 희생자를 겨냥해 막말 논란으로 파문을 일으킨 한기총 부회장 조광작 목사가 부회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위 문건은 조광작 목사의 사퇴서. ⓒ한기총 제공 |
여론은 발칵 뒤집혔다. 조광작 목사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한편 한기총 홈페이지는 다운됐다. 밑바닥 여론을 보여주는 소셜 네트워크엔 조 목사의 발언을 성토하는 게시물들로 넘쳐났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광작 목사식으로 말하자면 예수는 ‘가난한 목수 아들이 주제도 모르고 세상을 구한다고 떠들고 다니다 십자가에 못박힌 것’과 마찬가지”라고 적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조 목사의 백정 발언을 인용하며 “예 제가 용공백정이다”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졸지에 ‘미개인’ 되거나 ‘백정’된 사람이 많다. 이제 ‘개화된 귀족’에게 미개한 백정의 힘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고 일갈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조 목사는 부회장직을 사퇴했다. 그는 사퇴서에 “저의 잘못된 생각으로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 유가족분들과 실종자 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를 드리며 용서를 구한다”며 “이러한 발언으로 인해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에 대해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사퇴하며 용서를 빈다”고 적었다.
한기총, 현 정권 위기 때마다 구원등판
목회자들의 부적절한 발언은 비단 세월호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발언들이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다분히 정치적인 성격이 짙다는 데 있다.
지난 해 10월 서울나들목교회에선 박정희 추모예배가 열렸다. 이 예배에선 노골적으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김영진 원미동교회 원로목사는 “한국은 독재를 해야 돼, 하나님이 독재하셨어”라고 발언했다. 다음 달인 11월 한기총은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사제단) 소속 사제들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는 사제단이 박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며 시국미사를 열던 시점이었다.
이에 대해 한기총은 “박근혜 정부는 출범한 지 1년 도 채 안되었는데도 수많은 외교정상들을 만[났으므로] 역대 대통령 중에 국가 신임도를 가장 높였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러한 대통령에 대하여 국민 전체가 한마음으로 성원하고 협력하는 것이 국민된 도리가 아닌가”라며 박 대통령을 감쌌다. 목회자들의 발언 내용이나 발언 시점을 종합해보면 현 정권이 위기상황을 맞이한 국면과 묘하게 일치한다.
이번에 물의를 빚은 조 목사의 발언의 의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기총 역시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 발언 역시 이전의 발언과 마찬가지로 내용이 다분히 정치적이며 시점 역시 현 정권의 위기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기총이 이런 정치적 움직임을 주도했다는 점 역시 놓쳐서는 안 될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이진오 더함공동체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기총은 자타가 인정하는 한국교회 대표기구인 것도 현실”이라면서 “기독인들이 스스로 나서 한기총을 해체하지 않는 한 한국교회의 수준은 한기총의 한심함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