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평화통일 불씨 노릇과 에큐메니칼 운동 활성화”

[특집대담] 2년 임기 마치는 YMCA 이사장 안재웅 목사

[편집자 주: 본지는 오는 6월 20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YMCA 이사장 안재웅 목사를 방문하여 YMCA의 발자취에 대한 회고와 미래의 전망을 들어보기로 했다. 마포구 동교동 다솜이재단 이사장 실에서 대담이 있었으며 본지 김진한 대표와 이인기 편집국장이 배석했다.] 

 
▲YMCA 100주년 이사장을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 마포구 동교동 다솜이재단 이사장 실에서 만났다. ⓒ베리타스 DB

문: YMCA 100주년 기념행사가 성황리에 끝난 것을 축하드립니다. 기념식에서 새로운 비전 선언문도 낭독하였는데 기독교시민운동의 회고와 전망을 위한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100년 역사를 회고하고 그것에 기반하여 앞으로의 100년을 전망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이사장께서 YMCA 100년 역사를 돌아보며 그 운동의 공적과 미흡했던 점들에 대한 의견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의견을 밝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알고 계시다시피 YMCA는 한국시민운동단체들을 선도하며 기독성과 사회성과 현장성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100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지난 역사를 회고해보면 무엇보다 다양한 사업을 꾸준히 지속해왔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일일이 그 공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현재 YMCA의 건재함이 그러한 지속성 위에 맺어진 결실이라는 점은 알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우리가 매우 가슴아파하는 사건은 드러내고 싶군요. 일제시대에 윤치호 선생님이 YMCA를 이끌며 매우 비중 있는 성과를 많이 올리셨습니다. 그런데 알려진 대로 그 분은 친일적 행보를 보이셨지요. 아마 당시에 일제의 지배를 운명적으로 받아들이고 현실적인 판단을 하셨던 것일 겁니다. 하지만 결국 역사적 단견에 따른 결정이 되고 말았지 않습니까? 우리는 이것을 공개적으로 거론함으로써 역사의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되새기는 귀감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구시민운동의 구심점으로써 우리는 세계 여러 나라와 협력해가는 과정에 국내 지부들의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작업을 더 비중있게 실행함으로써 의미 있는 세방화(glocalization)를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역사의식을 갖고 있어야 현실 상황을 조망하여 미래의 비전을 파악할 수 있듯이 우리의 현실적인 토대가 활성화되어야 세계적인 조류도 우리 것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문: 기독교시민운동으로서의 정체성이 근래에 들어 어떤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견도 듣고 싶습니다. 사회복음(social gospel)을 전파하는 첨병으로서의 정체성이 지나친 물질주의적 혹은 세속주의적 경향 때문에 흐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우선 YMCA가 기독교 시민운동이기 때문에 신앙의 증진과 사회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전제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현재 기독교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매우 열악해서 영향을 받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굳이 밝히고 싶지는 않지만 일부 대형 교회의 행태는 너무 세속적이어서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 시민단체로서의 우리의 대외적 이미지에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사회적인 시선이 식기는 했어도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기독교 정신의 본질을 실천하기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업을 시행할 때도 기독성을 먼저 강조하지 않으면서 강에다 빵을 던진다는 자세로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사람들이 우리의 사업이 기독성에 근거한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장기적인 선교에 해당하지요. 예수께서 가르치신 복음의 정신을 실천하자는 것이 우리 사업의 근간이 되는 정신입니다. 
 
▲안재웅 목사는 남북평화 문제와 관련해 오는 6월 제네바의 보세이에서 있을 제네바 회담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남북평화 프로세스의 의미를 담은 도잔소 30주년을 기념해 "도잔소라는 이름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국제적 협력 하에 새로운 남북평화 로드맵을 제시할]제네바 회담의 이름이 회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리타스 DB 
문: 올해가 도잔소회담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남북한 교회의 일치를 위해 일본 도잔소에서 남북한 교회 지도자들이 모였던 것이 벌써 30년이 되었습니다. 혹시 이 회담의 정신을 기념하는 사업을 기획중에 있습니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를 들면, WCC에서는 이 회담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올 6월 제네바에서 남북교회 지도자들의 모임을 준비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한 모임의 취지나 시기는 다를 수 있지만, YMCA가 기독교 시민운동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한다면 남북한 교회의 일치를 위한 기획이나 사업상의 로드맵은 준비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남북한 교회의 일치 사업은 우리 YMCA가 계속 심혈을 기울이는 일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대북정책이 정권마다 다르고 또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그 사업을 실행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꽤 있습니다. 현재는 우리가 직접 북한 당국과 접촉할 수 없기 때문에 WCC 등의 국제단체들과 협력하여 그들의 사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남북한의 교회 일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도 당청년국만 합법적으로 인정하지 여타의 종교성향 단체들을 인정하고 있지 않아서 북한 당국과 종교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접촉하기란 사실상 어렵습니다.  
 
이번에는 제네바의 보세이에서 6월16일부터 19일까지 회담이 열립니다. WCC 당국자가 북한 지도자를 만나서 제네바 회담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네바 회담이 성취되면 도잔소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제네바 회담의 이름이 회자될 것입니다. 이름이 바뀐다는 것은 새로운 이정표를 예상할 수 있는 사업이 구상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NCCK가 대표단을 꾸리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YMCA는 남북한 교회의 일치를 위한 새로운 로드맵을 기대하면서 이제껏 해온 대로 적극 협력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재 남북간에 정치적인 대화가 단절된 상황인데 민간차원에서 교회 지도자들이 만나서 회담을 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는 일이며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한국교회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입니다.  
 
문: 남북한 교회의 일치를 위한 정치적 채널의 작업도 필요하지만 인도주의적 지원이 매우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YMCA가 북한을 대상으로 전개하고 있는 인도주의적 지원의 현황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재 우리 YMCA는 다른 나라와 북한에 대해서 나무심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티모르에 평화 커피 식재 사업을 하고 팔레스타인에 올리브나무 심기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나무이며 소출을 통해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는 나무들이어서 지역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밤나무 심기 사업을 추진중입니다. 북한 당국자들도 환영하고 있습니다. 아마 아시아태평양지역 YMCA 동맹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지겠지만 그 사업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가 책임을 지고 관리할 것입니다. 
 
그리고 YMCA 생명평화센터(소장 정지섭)에서는 평화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평화교육은 차세대를 위한 한반도 평화 정착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입니다. 철원에 있는 평화센터에서 진행되는 평화교육에는 많은 호응이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코스타리카의 유엔평화대학과 MOU를 맺고서 교수 및 교육과정을 교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문: 한국 사회에 이주민들이 증가일로에 있습니다. 다문화 현상 혹은 문화혼합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데 기독교 시민단체로서 이러한 현상에 대한 입장과 대응방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주민들의 다양한 종교 행위와 한국 사회에로의 동화를 기독교 단체의 관점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알고 싶습니다. 
 
▲안재웅 목사는 다문화 상황에 처한 기독교 시민단체로서의 다양한 고민들과 과제에 대해 솔직하게 답했다. ⓒ베리타스 DB

많은 사업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 본부에서 그 사업들을 관장하지는 않고 지역 특성에 맞게 지부차원에서 이주민들에 대한 지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안산 지부를 들 수 있는데 그 지부의 이주민 사업은 여러 사업 가운데 최우선 과제입니다. 또 지부들끼리 이주민 사업과 관련하여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지부 연합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문화가 혼재할 가능성이 있는데 YMCA는 인종적, 문화적 편견을 극복하는 대안을 추구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다양성의 장점을 활용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다른 나라의 YMCA의 지도부를 보면, 태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지도부에 불교신자가 있습니다. 물론 대표성을 띠는 임원의 자리까지 타종교를 믿는 사람에게 개방된 것은 아니지만 회원 자격이나 실무적인 임원의 경우 타종교인들에게도 개방하고 있습니다. 종교 통합을 목표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YMCA가 시민을 대상으로 사업을 한다는 차원에서 결정된 일입니다. 크게 보면 YMCA가 다양성을 포용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결정은 장기적으로는 결국 선교의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 이주민들의 경우에도 그들의 다양한 가치들을 수용하면서 한국 사회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문: 한국 YMCA가 외국에서 펼치는 사업은 없습니까? 다양성을 향상시키는 사업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실행할 수 있는 일 같은데요. 
 
물론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라온아띠”(‘좋은 친구들’을 뜻하는 순우리말) 프로그램은 국민은행의 지원을 받아서 학기당 30명씩 대학생들을 동남아지역에 파견하여 지역 시민사회를 지원하게 합니다. 이 사업은 한국의 위상을 높일 뿐만 아니라 참가 학생들에게도 세계적인 안목을 키워주고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며 지역 시민사회의 활성화를 돕는 등 여러 가지 성과가 있습니다. 
 
문: YMCA는 시민운동과 관련하여 한국사회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교회도 일종의 사회이기 때문에 YMCA의 봉사나 지도의 영향권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사회적으로 비판받고 있는 교회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사항이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YMCA가 기독교시민운동 단체이기 때문에 현재 교회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우리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윤실(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의 단체가 그러한 교회들에 대해서 적절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굳이 더 첨언하지는 않겠습니다. 물론 그러한 단체들과 연대해서 활동해야 하는 경우, 예를 들면 시위 등에 대해서는 적극 협력하고 있습니다. 
 
문: 마지막으로 현재 한국 YMCA의 위상과 주요한 목표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한국 YMCA의 위상은 세계적입니다. 우선 세계의 지도부에 한국인들이 많이 포진했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서광선 박사님은 세계 YMCA 회장을 지내셨고 이수민 목사는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이외에도 아시아태평양지역 연맹의 회장이나 사무총장 등도 한국인들이 역임했습니다. 현재 그 외의 다양한 역할로 기여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도 한국의 이와 같은 주도적 역할에 대해 찬성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의 지도부에 한국인 지도자들을 공급하는 일과 더불어 기독교 단체라는 점을 활용해서 남북간의 평화 정착을 위한 민간지원사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교회현장에 대해서는 에큐메니칼 정신을 구현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지속되는 것이 현재 우리 YMCA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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