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종대왕상 점거와 단식농성은 복음정신의 구현”

거리로 나선 신학생들과의 대담(上)

[편집자 주] 성명서 공화국이라 불릴 만하다. 교단 차원의 성명서로부터 이름조차 생경한 단체들의 성명서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일 성명서가 최근까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성명서에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정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고통 받는 자들의 편에 서며 자신부터 회개하겠다는 다짐이 담겨있다. 성명서의 내용으로서나 그 숫자의 측면에서나 우리나라와 교회의 밝은 앞날을 예상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어보였다. 그리고 비슷한 내용의 성명서가 계속 발표되는 것은 상황 진단에 대한 견해가 비슷하다는 말이며 실행에 옮길만한 동력이 사회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에 이제 성명서의 내용대로 실천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논리적인 귀결로서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성명서대로 실천이 이루어지면 우리는 새로운 나라와 새로운 교회를 갖게 되는 것이었다. 

성명서는 사실 실천을 공표하는 문건이다. 거의 모든 성명서들이 위에서 말한 대로 세 가지의 다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전반적인 기조는 회개이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신앙적으로 회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회개는 비판과 변화를 함축하면서 실천을 담보하는 행위이지 않은가? 정치적 비판으로서의 회개와 사회적 나눔으로서의 회개 그리고 신앙적 각성으로서의 회개는 현 시점에서 국가와 교회를 갱신시킬 원동력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무언가 행동화의 조짐이 있어야 한다. 특히 신앙인의 관점으로는 정치적, 사회적 회개보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잘못에 대한 심층적인 인식과 그 잘못으로부터 돌아서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것은 성명서 뒤에 숨어서 구두탄을 날리는 것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 감신대생들의 세종대왕상 점거와 한신대생들의 삭발기도회는 회개의 모범을 보인 것에 해당한다. 물론, 그들의 행동에 대해 정치적이건 사회적이건 다른 해석들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회개가 말로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회개를 실천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현재 한국기독교에 있어서 제일 부족한 면들 중의 하나이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배운 바를 실천하려고 몸을 던진 것이다. 그래서 본지는 그들로부터 오늘날 이러한 참사를 당한 이 사회에서 신앙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성찰을 배우고자 그들과의 대담을 마련했다. 대담은 기독교회관 베리타스 신문사에서 이루어졌고 세종대왕상을 점거한 감신대생과 삭발기도를 감행한 한신대생을 본지 이인기 편집국장과 지유석 기자가 만났다. 대담의 정리는 본지 객원기자인 연세대 신학과 학생 이가람, 최웅재, 백결이 맡았다. 
 
 

문: 아시겠지만 성명서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그 자체가 매우 의미 있을 뿐만 아니라 교회가 우는 자와 함께 울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행동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 와중에 신학생의 신분으로 실제로 배운 바를 실천하려고 몸을 던진 여러분들의 모습은 두드러졌습니다. 여러분들은 우리 교회와 성도들에게 신앙을 실천함에 있어서 하나의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본지는 행동하는 신학생들을 만나서 그들로부터 오늘날 이런 참사를 당한 이 사회에서 신앙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을 얻고자 하는 의도로 이 대담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행동했던 두 분을 모셨는데, 여러분들이 그동안 겪고 느꼈던 것들을 담담하게 얘기해주시면 그것을 충실히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신대생은 구호를 외치다 실제로 구금되었고 한신대생은 공개적으로 삭발하고 단식을 했는데, 현재의 심정이 어떠한 지 궁금하군요. 먼저 일을 감행한 감신대생께 먼저 대답의 기회를 드리고 싶습니다. 시위의 상황과, 처음에 연행되어 갈 때, 유치장 안에서 있었던 일, 그리고 그 당시에 느꼈던 심리 상태, 그리고 내가 나가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등의 다짐, 이런 것들이 있을 수 있겠는데요. 
감신대 학생(감): 사실은 세종대왕상에 막상 오르고 나서부터와 진압과정까지에 있어서의 기분은 그렇게 잘 기억나지 않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굉장히 바쁘게 지나갔고. 그러나 계속 세종대왕상 위에서 발언하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빨리 우리를 처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공권력이 참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저 분들은 일할 생각이 없을 때 일을 제대로 안 하는 것뿐이지, 자기들의 명분이 달린 일에 있어서는 분명히 처절하게도 일처리를 잘하는 구나라고 생각했지요. 저희가 6분 30초 만에 연행을 당했는데, 성명서를 다 읽지도 못했어요, 

사실은 유치장에서 8시간동안 조사를 받았어요. 조사 받는 내내 드는 생각은 어떻게든 뭔가를 캐내려고 노력한다는 거예요. 경찰 분들이랑 8시간 있다 보면 서로 심리상태를 알 수 있잖아요? 사실 그 분들도 우리에게 배후가 있는 게 아닌 것인 줄 아세요. 아는데도 뭐라도 하나 끄집어내고 싶으신 거예요. 그래서 핸드폰도 압수수색하고 8시간 사이에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한테 받아와서 처리하고, 그 과정에서 경찰들이 참 일처리를 빠르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능력으로 세월호 구조했으면 반은 구했겠다 싶었지요. 
유치장 안에 이틀 동안 있으면서 공권력에 가지고 있던 마지막 신뢰라고 할까요? 아무리 우리가 운동을 하고 정의를 외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사회구조 속에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공권력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는 가지고 살아가는데, 참, 그 신뢰조차도 때로는 부질없구나, 우리나라 시국이 지금 그런 신뢰를 가져서는 안 되는 시국이구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제가 풀려나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종로에서 200명이 한꺼번에 연행 당하는 일이 있었잖아요? 그것을 보면서 ‘더 이상 공권력에 대해 믿음을 갖지 말자, 이제는 철저하게 국민들 손에 달려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지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되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문: 감신대생들의 시위는 신속하게 처리되어 버렸지만 그것을 결의하고 준비하는 과정들은 제법 시간이 걸렸을 것입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결행할 수 있었을 것이거든요. 마찬가지로 한신대생들이 삭발식을 하고 공개 금식을 하자고 결단한 것도 그 전에 공감되는 고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한신대생들의 경우 조금 특이했던 것은 삭발할 때 보였던 모종의 정서적인 반응이었습니다. 모두가 눈물을 흘렸어요. 그 때는 어떤 심정이었던 것이죠?
한신대 학생(한): 좀 멋있게 삭발을 하려고 생각했었거든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멋있게 하면, 결의가 두드러져 보이잖아요?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이런 기분이 드는 겁니다. 머리를 잡히고, 남에게 머리를 잡히고 남에 의해서 머리가 밀린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분노보다는 굉장히 서러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느껴지는 것은 세월호가 침몰됐을 때 그 아이들의 상황이었습니다.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구할 수 없는, 가만히 있으라고 명령을 들었으니 가만히 있어야 하는, 밖에 있는 가족들은 자기들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게 국가인데 그 국가에 또 의존해야만 하는, 서러운데 도저히 뭐 어떻게 할 수 없는 그런 상황들이 머리가 붙잡히고 밀릴 때 눈앞을 스쳐지나가는 겁니다. 아, 나도 그런 존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그때 목에다 가운을 엄청 꽉 죄었거든요. 옴짝달싹 못하게 해서 머리를 미니까 나도 그런 존재이구나. 우리가 모두 그런 존재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어 서러웠던 것 같아요. 국가를 향한 분노보다는 그런 게 겹쳐지면서 좀 많이 울었던 것 같습니다. 
문: 그 상황이 그러니까 지금 현재 국가의 공권력과 국민들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군요. 
한: 제가 그런 존재구나라는 마음이 있었겠죠. 이렇게 고통당한 사람들을 도와준다라고, 아니면 종교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된다라고 말하게 되면 그들을 객체화, 대상화시키는 것일는지 모르겠는데.. 그때 당시에 저는 그들과 동일시됐던 것 같아요. 나도 그런 존재다. 또 한 번은 성명서에 썼었거든요. 머리카락과 끼니를 끊음으로써 이 짐승 같은 체제를 우리 삶으로부터 끊어내겠다, 그런 의미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 충분히 의미가 있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이런 일을 겪고 난 이후에 심경이나 상황인식, 그리고 국가나 일반 국민에 대한 시각에 변화가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감: 이런 시위를 했든 안 했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나왔을 거잖아요? 어쨌든 이런 시국에 동참을 했다는 생각을 해요, 어떤 면에서. 시국에 동참해서 나름대로 책임감을 가지고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런 모든 운동들의 결과로 대국민 담화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해경을 해체하는 걸 보고, 해경을 해체하고는 아랍으로 가는 걸 보면서 ‘참 뭐라고 말해야 되나, 참 이게 어떻게 보면 끝나지 않을 오래 갈 싸움이겠구나, 절대로 이 사람들은 타협할 생각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사실은 올 때만 해도 ‘이런 이슈들이 몇 개 터지고 그걸로 인해 국민들이 거리로 나오고 —지금처럼 촛불시위를 하면 약 5만 명은 나오잖아요?— 이런 상황이 되면 박근혜 대통령도 물러서는 지점이 있겠다, 그래서 특별법이 제정되고 나름대로는 세월호 사건 희생자들의 삶을 의미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야, 5만 명으로는 안 된다, 삭발로도 안 되고, 세종대왕으로도 안 되는구나, 할 거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더 열심히 해야 되는구나, 하나의 이슈를 만들어내는 건 이미 끝났고 그걸 넘어서 좀 더 길게 가는 싸움으로 마음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 그러면 세종대왕상을 점거하고자 한 것도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건가요?
감: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라고 생각해요. 다른 의미로 해석하고 싶지는 않고. 세종대왕상 자체가 상징적이고, 박근혜 퇴진이라는 구호도 실제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상징적이고. 성명서에 나오는 내용들조차도 한편으로는 상징적이라고 생각해요. 왜 상징이라고 말하고 싶냐하면 그 행위를 상징으로 만듦으로써 다른 사람이 거리로 나올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싶었거든요. 더 많은 사람이 나올 수 있게. 더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넘어선, 촛불을 넘어서서 조금 더 박근혜 정부를 옥죌 수 있는 수위의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세종대왕상을 점거하는 자체가 상당한 파급효과를 내길 바랬습니다. 
한: 저희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청계광장에서 단식을 하고 있는데 이제 신학생 시국단식농성단이 만들어졌습니다. 감신대의 도시빈민선교회, 사람됨의신학연구회가 들어왔고 한신대 신학과의 민중신학회, 신학과학생회, 신학대학원학생회, 기독교교육학과학생회가 동참했습니다. 그리고 장로회 신학대학원과 신학대학교 학우들도 부분적으로 결합하고, 성공회대와 총신대까지 참여해서 농성단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감: 단체로 참여한 것은 감신대, 한신대뿐이지만, 개인 참여까지 포함한다고 생각하면 웬만한 신학교 학우들이 한 명씩은 다 참여했습니다. 
한: 5월 8일 어버이날 시위하고, 딱 일주일후 5월 15일 스승의 날에 삭발금식 기도회를 하고, 6일 후 5월 21일 농성단이 결성되는 등 일련의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계속 요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각 학교별로 사정이 있으니까 단체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아쉬워하면서 어떻게든 같이 들어오고자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농성단에서 탈퇴하려는 경우는 없습니다.  
문: 앞으로 전망이 어떻습니까? 어느 정도 지속이 될 것 같습니까? 
한: 일단 농성단이 결성된 것은 신학생들이 분노를 공유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신학생들이 함께 모였다는 것 자체는 매우 큰 의미를 지닙니다. 지금도 저희는 매일 5시 반에 예배를 드리는데, 사회를 총신이 보고, 기도를 장신이 해주고, 축도를 감신대 목사님이 해 주십니다. 이런 식으로 [교단 안배를 고려하여 각종 예식을]진행합니다. 저희는 그것을 밑바닥 에큐메니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경험들이 앞으로도 계속, 어떤 방식으로든 갈 것 같습니다.  
문: 매우 중요한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군요. 처음에 의도된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과정은 교회의 일치에 관한 하나의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거든요. 사회가 교회의 분열 때문에 얼마나 많이 비판을 합니까? 물론 신학들이 다르고 갈등들이 있기 때문에 교회 일치를 완전히 이룬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요. 그러나 신학을 공부하는 입장에 있는 학생들이 함께 모여서 교회 일치라는 것이 어떤 것이라는 예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장래에 한국 교회가 화해를 도모할 수 있는 씨를 뿌린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이제 한 가지 조금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는데, 이런 일들을 하자고 누가 제안을 했을 것 아닙니까? 본인이 제안했을 수도 있고 동기들이 제안해서 서로 공감했을 수도 있는데 제일 첫 번째 동기가 뭐였는지 묻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내가 예수를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복음을 실천하고자 한 동기였는지 아니면 인도주의적인 동기에서인지, 아니면 현재 교계의 시스템 등에 대한 비판 행위로서의 상징성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동기 때문이었는지 등이 있을 수 있겠지요. 
 
 

감: 동기라고 하면, 두 가지 측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첫 번째, 대학생 된 사람으로서, 신학생인 것도 있겠지만 대학생으로서 그리고 민주 시민이 된 사람으로서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박근혜 정부를 세월호로만 평가하고 싶지 않아요. 무능한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불법이 있었고...굉장히 첨예하게 얽히고 설켰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런 부분이 지금 당장에는 거리에 곤봉 든 경찰들이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어서 눈에 안 나타날 수 있는데, 계속해서 민주주의가 근간에서부터 파괴되고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민주주의의 혜택을 보는 건 사실은 대학생이고 민주 시민인데, 그런 사람으로서의 분노가 전반적으로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신학생으로서의 분노, 이건 어디 가서도 많이 말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아까 교계 얘기를 하셨잖아요? 사실은 감리교가 부끄러운 교단이에요. 부끄러워요. 옛날에 어땠다 말하기도 부끄러운데, 이름을 거론할 순 없지만 위에 계신 분들 때문에 신학생이라고 어디 가서 말하기가 부끄러워요. 교회 다닌다고 말하기도 사실 부끄러워요. 다른 대학생들 만나서 나는 예수 믿어서 운동합니다, 이런 말을 못하겠어요.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교단이 되려면 밖에서 기도하고 거리에서 신학하는 사람들이 신학생이 되고 목사가 되고, 굳이 목사가 안 되더라도 사회 곳곳에서 그렇게 예수의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역할을 감당하는 건 현역 신학생들이 쉬울 수가 있습니다. 목사님들이 나서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어린 신학생들이야말로 모색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까 지금 하지 않으면 앞으로 언제 해 보겠느냐? 지금에 조금이라도 씨앗을 뿌리면 참 좋겠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문: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농성단 쪽의 동기는? 
한: 저희는 민중신학을 공부하니까 이 참사에 대해서 민중신학적 해석을 합니다. 그렇게 봤을 때, 이 참사를 앞에 두고 어떻게 민중신학적으로 부활이나 구원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를 고민했습니다. 부활이 없으면 저희 기독교는 없잖아요? 민중신학도 부활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느꼈을 때는, 아이들이 죽었다가 생물학적으로 살아나는 게 아니라, 그 아이들의 존엄과 존재가 다시 회복되는 것, 그 사람들의 삶이 회복되는 것이 사실 부활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투쟁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요?— 그냥 스스로의 삶의 의욕을 포기할 수도 있는데 가족대책위를 구성해서 상당히 강한 요구를 하면서 일어나고 있고 서명 운동을 하면서 이제 점점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면서...이것을 통해서 부활이 될 수 있구나하는 민중신학적 해석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민중신학도 실질적인 운동을 통해서 이 사회의 아이들을 더 많이 살려낼 수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아까 학우가 교계 이야기를 했는데 기장도 어차피 부끄럽습니다. 부끄럽긴 한데, 좀 그냥 막 얘기하자면, 요즘 교회가 잘 안 되잖아요? 현재 교회가 잘 안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교회가 지금 시민들의 세계관을 못 따라가는 것 같아요. 2,30대, 40대 초반까지만 해도 진보 개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7~80퍼센트를 넘나들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들한테서 기독교가 개독교라는 말이 나와요. 그들의 세계관을 전혀 못 맞춰가고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지요. 지금 사람들은 정치가 점점 생활 정치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가 자꾸 현실에서 떠나라는 말만 할 때 신물이 난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앞으로 10년, 20년 후에 교단에서 활동하게 될 저희 신학생들이 지금부터 이런 경험을 통해서 그 2,3,40대의 사람들과 그들의 세계관과 함께 복음을 새롭게 해석하고 삶 가운데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럼 시쳇말로 장사가 될 거거든요. 장사가 안 되는 게 사실 문제인 거잖아요. 현재로서는 복음이 그만큼 안 팔리는 거잖아요? 그래서 굉장히 의미가 있을 것 같고, 그리고 시민들의 상식과 저희의 복음이 서로 만나는 일들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한신대학교 학우들이 농성장을 찾아왔는데, 자기는 안티 기독교이며 지금까지 개독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신학과 학우들이 운동을 시작한 것을 보고 그 인식이 바뀌었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런 걸 보면서 ‘이게 가능하겠구나, 이러면 현실참여적이고 사회를 등한시하지 않는 기독교가 되겠구나’하는 희망을 품게 되기도 했었습니다. 
문: 미래에 대한 결단이 그 동기라는 말씀이군요. 민중신학도의 입장에서 볼 때는 교회가 현실에 너무 찌들어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현실을 이끌려고 하는 역기능을 연출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는 것으로 들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가 배운 대로 한번 실천을 해봐야 되겠다! 이것이 동기였단 말이죠? 
한: 네. 이미 현실에서도 그것을 요구하고 있고 또 저희가 배운 것들이 그런 것이기도 합니다. “한 손엔 성경을, 한 손엔 신문을 들어라”라는 말대로 말입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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