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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하나님의 뜻’ 이데올로기 편향 넘어서야

성기문·백석대 교수(구약학)

▲성기문 백석대 교수
최근 박근혜 정권이 차기 국무총리로 지명한 문창극 씨(온누리 교회장로)가 과거 모 교회에서 행한 강연내용이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날이 지나가면서 그의 글과 행보에 대한 찬반양론이 맞서기 시작했는데, 기독교 쪽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문창극 씨는 보수적인 기독교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언론인으로서 보여준 행보도 소위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관과 보수적 기독교의 역사관이 얼마나 유사한가를 잘 보여준다. 이 논란과 관련해서 몇 가지 논란점들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1. 새롭지 않은 역사해석
엄격하게 말하자면, 문창극 후보자의 주장은 새로울 게 없다. 사실 십여 년 사이에 신보수파들에 의한 친일-친미적인 역사관이나 주장들을 들어온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주장은 큰 충격이 아니다. 그러한 점에서 신보수파들의 역사관에 대해 일일이 반응하고 대응하는 것은 별 유익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기독교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이것이다. 즉 문창극 후보자의 주장은 보수주의자들의 기독교판이라는 것이다. 
그는 하나님의 역사해석이라는 관점에서 근현대사를 이해하고 강연을 통하여 서술하였다. 이 신보수파들의 역사관은 그 시작과 발전과정에서 보수적 기독교의 이해와 맞닿아 있다. 다시 말하자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강연이 잘 보여주듯이, 그의 입장은 한국교회가 이해하는 한국근현대사에 대한 인식 및 해석과 유사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해석은 친기독교 편향적 해석을 넘어서 친미적, 혹은 친독재적, 친일적, 친자본주의적, 친반공주의적 이데올로기로 형성된 또 다른 역사해석적 레파토리를 드러낸다. 일본제국주의의 조선역사와 한국인에 대한 평가?타락하고 무능력한 국가체계와 그로 인해 고통을 당하던 일반대중은 분리해야 한다?로부터 시작해서, 건국대통령 이승만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 공산화를 반대한 미국군정에 대한 옹호, 박정희 개발독재에 대한 칭찬 등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대부분의 논리들은 사학계에서도 큰 논쟁거리를 초래하고 있는 역사해석 중의 하나이다. 역사에 대해서 부정적이며 외세 편향적이며 자학적 입장을 반대한다던 그들도 결국 “미개한” 국민과 “우월한” 외세의 관여에 의존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을 보면, 그들 논리의 비논리성을 발견할 수 있다.  
2. 은혜롭지 않은 역사해석
앞서 말한 대로, 문 후보자의 역사관은 기독교계 내에서도 보편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특정한 이데올로기적 역사해석에 가깝다. 게다가 “기독교적인 옷”을 입었다고 해서 반드시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잘못된 역사인식을 하고 있다는 여론의 뭇매에 대해 문 후보자는 교회에서 기독교인들을 청중으로 삼아 행한 강연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옳다, 그것은 기독교적 역사해석의 문제다. 이 논의를 진지하게 하려면 과거 기독교역사를 살펴보아야 한다. 지면관계상 간단하게 말해보자. 기독교(혹은 교회)역사는 세계사에 얼마나 편입되어야 하는가? 이 주제는 상당히 오랜 기간 논의가 되었으나, 쉽게 결론내지 못하는 문제다. 이와 같은 소심함은 구속사와 일반사를 구분하려는 시도가 일반사와 구속사를 동일시하려는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의 극단적인 형태는 이 역사의 영역 속에서 실증주의적 입장을 취하며 하나님의 섭리나 뜻의 개입의 여지를 온전히 부인하는 데까지 이르기도 했다. 
기독교는 하나님이 세상사에 관여하신다는 것을 믿는다. 하나님이 교회를 넘어 창조와 역사 속에서도 활동하신다는 것은 기독교의 중요한 신학적 전제이며 신앙의 중요한 초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회사와 기독교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신자들이 일반역사의 모든 영역들을 신학적인 측면에서 그 인과관계를 명쾌하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나 정당성을 가질 수는 없다. 역사 속에서의 하나님의 관여는 일반 역사학의 영역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종파적 유익을 위하여 아전인수격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주 발견되듯이, 기독교내에서 성경해석도 마찬가지지만, 다만 은혜대로, 덕이 되게, 교회에 유익하게 해석하는 것이 한국근현대사에 대한 바른 기독교적 해석은 아닐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근현대사에 있어서 기독교 혹은 교회의 수적 팽창이 항상 기독교나 교회에 좋은 평가와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던 것처럼, 정부수립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정치경제사회의 소위 지도층에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기독교인들이 속해있지만 무슨 이유로 나라는 점점 부패와 타락의 길로 가는지? 또한 과거의 성장일변도의 경제발전과 유사하게 교회의 수적 증가의 이면에 나타난 문제점들도 일방적인 칭찬과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이제 진지한 고려와 반성이 필요할 때다. 
3. 하나님의 뜻, 만능주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명확하게 밝혀질” 하나님의 뜻은 아니다. 한 나라가 망하고 다른 나라의 식민 지배를 받고 동족상잔의 비극이 발생하고 독재정권이 등장하고 경제적 성장이 결국 양극화와 민족파탄으로 이르는 수많은 사건들이 100여년이라는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동안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였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문 후보자의 강연처럼 마치 설교나 부흥회의 간증거리같이 격동의 근현대사를 간단하게 요약정리해서 기도하게 만드는 일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물론 기독교인은 “하늘에서” 깊은 섭리를 논할 것이며 역사학자들은 역사 속에서 인과관계를 찾을 것이다. 하나님의 섭리와 역사 속에서의 인과관계를 조화롭게 다루게 될 때 부족하나마 하나님의 뜻을 균형 있게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문 후보의 주장이 다만 “민족적 감정”을 상하게 해서 반대에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과거 역사의 실체를 “균형 있게”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인 것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것은 기독교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기독교인은 “잘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뿐만 아니라, 역사 앞에서도 겸손할 필요가 있다. 그 겸손함은 신중하게 역사적 실체라는 “진리”에 다가서는 방식으로, 또한 하나님이 역사 속에서 어떤 도덕적 교훈을 주셔서 그 뜻대로 살아가게 하시는지를 스스로 반성하고 사색하는 것으로 나타나야 하지 않을까? 
*성기문 교수는 중앙대를 졸업한 뒤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대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이어 영국 글로스터셔 대학교에서 고든 맥켄빌 교수의 지도로 선지서의 회개와 회복 메시지를 연구했다. 현재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로 재직하며, 팟캐스트 ‘성기문의 만사소통’을 운영 중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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