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 리뷰] 화려한 액션 뒤에 숨은 힘의 논리

캐네스 브레너 감독의 신작 <잭 라이언: 코드 네임 셰도우>

▲영화 <잭 라이언: 코드 네임 셰도우>의 한 장면. ⓒ영화 스틸컷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이후 모든 액션 영화들은 “본” 시리즈를 답습하거나 뛰어 넘으려는 시도였다. 한국 영화 <용의자>, 그리고 아론 애크하트 주연의 <하드 데이>는 “본” 시리즈의 영향이 어디까지 미쳤는지 잘 보여준다. 

위에서 언급한 영화들이 “본” 시리즈를 답습했던 시도라면 캐네스 브레너 감독의 신작 <잭 라이언: 코드네임 셰도우>는 본 시리즈를 뛰어넘으려는 시도일 것이다. 주인공 잭 라이언(크리스 파인즈)은 영국의 명문인 런던 정경대(LSE)에서 수학한 경제학도다. 그러다가 9.11 테러를 목격한 뒤 해병대에 자원입대한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임무 수행 중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다. 그러나 그를 지켜보던 CIA 하퍼 요원(케빈 코스트너)의 권유로 월 스트리트 금융업계에 잠입해 테러자금을 추적하는 임무를 맡는다. 
잭 라이언은 <붉은 10월>, <패트리어트 게임>, <크레믈린의 추기경>, <긴급명령> 등으로 잘 알려진 첩보 소설작가 톰 클랜시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그러나 신작 <코드네임 셰도우>에선 잭 라이언이란 캐릭터만 빌려왔을 뿐 톰 클랜시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라이언의 상관도 원작의 그리어 제독에서 CIA 요원 하퍼로 바뀌어 있고, 보다 중요하게는 잭 라이언의 여자 친구가 등장한다. 
미국식 힘의 논리는 경계해야
첩보 영화답게 액션은 박진감 넘친다. <다이 하드>로 유명세를 얻은 존 멕티어난이 연출한 <붉은 10월>이나 해리슨 포드 주연의 <긴급 명령> 등 전작들은 다소 밋밋한 감이 있었다. 반면 이번 작품은 “본” 시리즈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타이틀롤 잭 라이언 역을 연기한 크리스 파인은 알렉 볼드윈, 해리슨 포드, 밴 애플랙 등 이전의 잭 라이언을 훨씬 뛰어 넘는 강렬한 액션 연기를 펼친다. 긴 침체기를 겪다가 지난 해 <맨 오브 스틸>에서 중후한 연기를 보여줬던 케빈 코스트너의 연기는 더욱 농익은 느낌이다. 케빈 코스트너는 라이언의 상관이자 멘토인 하퍼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다. 그가 <워터월드>나 <포스트맨> 같은 무모한 시도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90년대 중반 누렸던 전성기를 다시 한 번 누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한편 키이라 나이틀리의 매력은 여전하고, 악당 빅터 역을 맡은 캐네스 브래너의 연기는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영화 <잭 라이언: 코드 네임 셰도우>의 한 장면. ⓒ영화 스틸컷

액션도 박진감 넘치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캐네스 브레너의 연출 역시 깔끔하다.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그러나 영화의 스토리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영화의 대체적인 줄거리는 러시아의 금융 재벌인 빅터가 미국 경제를 붕괴시켜 제2의 9.11 사태를 획책한다는 것이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학생인 라이언이 9.11테러를 지켜보는 장면은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강하게 암시한다. 
미국은 늘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을 외부에서 찾았다. 냉전 시절엔 악의 제국 소련이 악역을 맡았고, 냉전 붕괴 이후 9.11테러 직전까지의 기간은 구소련의 부활을 꿈꾸는 군부 강경파, 마약 카르텔 혹은 아일랜드, 보스니아 등 분쟁지역의 테러조직이었으며, 9.11 이후엔 알 카에다로 대표되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악의 축 역할을 담당했다. 
냉전 종식 이후 잠시 주춤했던 러시아가 활력을 되찾아 나가자 미국은 다시 러시아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본 시리즈>에선 부패한 CIA 관료가 러시아의 석유재벌과 결탁해 음모를 꾸미고 <잭 라이언: 코드네임 셰도우>에서는 아예 러시아 정부가 제2의 9.11테러의 주요 배후세력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글로벌 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온 주범은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 자본의 탐욕이었다. 
액션에 열광하는 것까지는 개인 취향이다. 그러나 영화가 은연중에 던지는 미국식 힘의 논리는 늘 경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액션 영화가 절대 극복할 수 없는 딜레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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