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담임목사 김삼환)가 수석장로 박 모(향년 69세) 씨의 사인을 ‘심장마비’로 공식 발표(장로직분자들을 대상으로 SNS 메시지)한 이후 교계는 물론, 사회전반에서 의혹을 밝히라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명성교회가 언론을 향해 전 방위적 방어 공략에 나섰다. 명성교회는 교인들에 대해서도 교구 등 교회 조직라인을 통해 박 장로의 사인이 ‘심장마비’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내부 단속에 나서고 있다.
‘명성교회 전 재정장로 의문의 자살…왜?’(21일 06시 42분 <프레시안>), ‘명성교회 前 재정장로 의문의 자살’(21일 10시 53분<뉴스앤조이>, ‘명성교회 전 재정장로 의문의 자살…왜?’(22일 18시 10분 <당당뉴스>) 등 일련(一連)의 기사가 온라인에 뜨면서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다.
필자는 20일 오후 김삼환 목사로부터 “보고 싶다”는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이 시점은 ‘문제의 기사’가 공개되기 전. 따라서 김 목사의 문자는 문자 그대로 순수한 차원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김삼환-필자 간 ‘자살 담론’ 없었다
21일 저녁 6시. 명성교회 구(舊) 본당 접견실에서 김 목사를 만났다. 둘의 대화는 시종 화기애애했다. 30년 가까운 상호 간의 교유(交遊)에 대한, 그리고 서로의 애정에 대한 재확인을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김 목사는 필자에게 그 동안 교회의 여러 조직에서 애써온 것과 주요 언론이 명성교회의 긍정적인 기사를 보도하도록 힘써준 데 대해 치하했다. 필자는 김 목사가 교계는 물론, 대한민국 사회를 위해 진력해온 점에 경하(敬賀)했다. 예전 김 목사의 설교가 필자를 비롯한 교인들의 심금을 울렸던 추억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박 모 장로의 별세와 관련해선 단 한 마디도 오가지 않았다.
둘의 대화는 1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당초 예상과 달리 대화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데 대해 초조해진 필자는 대화를 마무리할 것을 김 목사에게 요청했다. 목회자에게 있어 토요일 저녁은 ‘황금 시간’이다. 주일 예배 설교 준비는 목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job이자 ‘피를 말리는 과업’이다.
따라서 개신교회 관행 상 토요일 저녁엔 경천동지할 이슈가 아니면 신도가 목회자에게 면담을 요청하거나, 목회자가 신도와 만나 장시간을 보내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 필자가 그에게 대화를 마무리하자고 요청한 것도 그런 이유다.
그날 대화에서 이번 사건과 관계가 있을 법한 김 목사의 발언을 굳이 유추한다면, “요즘 인터넷 언론의 파워가 엄청나다”는 것 한 마디. 아무튼 둘은 그렇게 헤어졌다.
교회‧유족 23일부터 전 방위 공략
그런데 23일부터 명성교회와 박 장로 유가족의 전 방위 공략이 시작된다. 먼저 명성교회 측. 전날(일요일) 필자의 마크맨(markman) 중 한 사람인 K 장로(1월 19일 장로 장립)로부터 연락이 왔다. “저녁 예배 후에 차나 한 잔 하자”고. 책 집필 때문에 곤란하다고 하자 이튿날 오전에 만나자고 했다.
23일 오전 7시 명성교회 구 본당 접견실(김 목사를 만났던 장소). 또 다른 필자 마크맨인 K 부목사와 셋이서 만났다.
3시간 계속된 대화의 내용은 교회얘기로부터 세상 돌아가는 얘기, 각자의 신앙 얘기 등 사변적 담론 일색. 오전 10시 쯤 기나긴 잡담이 끝나고 교회를 나서는 필자의 등 뒤에서 K 장로가 말했다.
“집사님! 기사 내려주실 수 없나요?”
“…”
서울 마포구에 있는 사무실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오전 11시께. 중년 남성으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와 나눈 대화는 다음과 같다.
“고인의 장남입니다. 그 기사를 내려주실 수 없나요?”
“혹여 기사에 틀린 fact가 있거나, 왜곡, 과장된 부분이 있다면, 사법당국에 호소하는 방법과,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유족에게는 또 한 번 못을 박는 건데, 내려주실 수 없나요?”“이 사안은 자연인 박 장로님에 관한 사안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표교회인 명성교회 수석장로님의 신상에 관한 겁니다. 저로서는 고인의 ‘의문적 사인’에 억울해 하셔야 할 유족이 기사를 내리려 하고 있는 것도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박 장로님, 피해자 아닌가요?”
한 유력 언론엔 직접 겁박도
박 장로 장남과의 통화가 끝난 후 집사람(명성교회 권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좀 전에 이 모 권사(박 장로 미망인)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윤 집사(필자)가 쓴 기사는 사실과 다르고 그는 김삼환 목사에게 불려가 호된 질책을 받고 사과했다’는 내용의….”
익명을 요구한 한 명성교회 장로는 “현재 명성교회가 그동안 기독언론을 상대해온 K 장로(1월 19일 장립)를 내세워 ‘박 장로 사인 허위발표’의 파장 확산을 막으려 시도하고 있다”고 전해 왔다. 그러나 평소 그에 대한 언론들의 평가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관계로 벙어 전략은 별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게 교계 언론계의 공통된 증언.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김삼환 목사가 직접 나섰다. 25일 한 기독교 방송매체의 간부에 따르면, 수일 전 김 목사가 그 매체 CEO에게 전화를 넣어 “오랜 인연을 가진 당신 매체가 나를 전 방위로 취재하고 있는 상황이 심히 유감스럽다. 나를 믿느냐, 윤재석을 믿느냐?”라고 겁박했다는 것. 그 때문에 당해 매체의 기자들이 상당히 불쾌해 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한편 명성교회는 수일 전 김영환 장로(故 김성은 전 국방장관의 자제)를 위원장으로 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오늘(25일) 오전 긴급 당회를 열었으며, 수요예배 후 2차 긴급당회를 열 예정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명성교회 장로가 전했다.
글/ 윤재석 방송인 blest01@hanmail.net
※ 본 기사는 윤재석 방송인의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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