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진 감신대 교수(구약학)가 26일 기독교회관 709호 예배실에서 열린 “시오니즘과 한국 기독교” 세미나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는 26일(목)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시오니즘과 한국 기독교”라는 주제로 <팔레스타인-한반도 평화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팔레스타인-한반도 평화협력운동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기획됐다.
발제를 맡은 감리교신학대 이환진 교수(구약학)는 우선 시온주의를 두 가지 형태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이 교수가 언급한 두 가지 시온주의 가운데 하나는 ‘종교적 시온주의’고 또 하나는 ‘정치적 시온주의’다.
이 교수는 “종교적 시온주의는 전통적인 유대교 신앙에 기대어 지금 이스라엘 땅에 유대인의 정착지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19세기 랍비들의 시온주의”라고 정의했다.
정치적 시온주의는 19세기 말 등장했다. 이 교수는 “지금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생겨난 것은 정치적 시온주의가 그 뿌리”라면서 “테오도로 헤르츨이라는 스위스 언론인이 제1차 시온주의자 총회를 소집하자고 제안하면서 쓴 책 『유대 국가』가 그 출발”이라고 지적했다. 시온주의자 1차 총회에서 ‘바슬레 선언’(1897)이 채택됐는데, 선언의 골자는 “한 마디로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이 살고 있는 장소를 합법적으로 획득하자는 것”이었다.
이 교수는 “정치적 시온주의는 종교적 시온주의와 전혀 다른 시온주의”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1920년대와 1930년대에 보수적인 유대교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적 시온주의자들과 팔레스타인 유대인들 사이에 심각한 투쟁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이런 투쟁은 종교적 시온주의자들이 정치적 시온주의자들을 못 마땅하게 여긴 데서 비롯됐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우리가 시온주의자라는 말을 할 때 마다 항상 종교적 시온주의를 떠올리지만 사실은 정치적 시온주의와 극과 극을 치닫는 투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환진 감신대 교수(구약학)가 한국 기독교가 이스라엘을 막연히 선한 나라라고 여기는 시각에 대해서 일침을 가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유대교 내 신학은 1967년 6일전쟁을 기점으로 변화한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힘이 강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교수는 “6일전쟁이 있기까지 약 20여년 동안 이스라엘이라는 현대 국가는 다른 지역에 사는 유대인들에게 그렇게 동정적인 시선을 받지 못했다. 정치적 시온주의에 반대하는 유대인들이 매우 많았고 미국에 이주해 살던 유대인들이 특히 그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그러나 약체인줄 알았던 이스라엘이라는 신생국가는 주변의 아랍 국가들과 벌인 전쟁에서 전격적인 승리를 거두고 시나이 반도와 레바논, 그리고 시리아 남부지역까지 장악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때부터 현대 이스라엘 국가는 다른 나라에 사는 유대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사실 유대교 내의 신학도 이때부터 달라진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하나님이 선택한 선한 백성?
한국 기독교엔 이스라엘을 막연히 선한 나라라고 여기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교수는 이런 시각에 일침을 가한다. 이 교수는 이런 시각이 순전히 구약성경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우리는 우리의 영적인 조상이라고 불리는 아브라함, 그리고 사라를 사랑하고 그분들이 살았던 땅을 성지라 부르면서 순례 길을 서슴없이 떠난다.”
끝으로 이 교수는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유럽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하고 대학살을 경험했으면서도 지금 똑같은 일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자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 한국 기독교인들이 경계해야 할 점은 종교적 시온주의와 정치적 시온주의를 구별해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성경(구약)에 나오는 인물들을 좋게 생각하기 때문에 현대 이스라엘 유대인 지도자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벌이는 반인륜적 행태를 정당화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연을 마쳤다.
NCCK는 오는 7월엔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