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내각이 1일(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발표한 가운데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총회장 박동일 목사)는 2일(수) 논평을 내고 박근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동맹국이 군사적 공격을 당했을 때 무력행사를 할 수 있는 권리로 일본은 1981년부터 이를 인정하지 않아왔다. 그러나 아베 내각은 ▲일본 또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 공격 때문에 일본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자유 등에 명백한 위험이 있을 때 ▲일본의 존립을 지킬 다른 적당한 수단이 없을 때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무력행사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각의 결정문을 발표, 집단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기장은 “아베 내각의 ‘집단적 자위권’ 용인 조치를 규탄하며, 박근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합니다”는 제하의 논평을 통해 “일본이 총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전쟁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정부 견해를 정식으로 채택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명백한 위험’을 판단하는 주체가 일본 정부이고, ‘다른 적당한 수단’을 모색하는 주체도 일본 정부이며, 필요한 무력의 ‘최소한도’를 결정하는 것도 일본 정부라는 점에서, 이러한 요건 충족이라는 전제 조건은 일본의 군국주의적 야심을 결코 막아내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불원간 일본이 촉발하게 될 군사적 분쟁 행위에 면죄부를 제공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아베 정부가 내건 무력행사 요건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기장은 이어 박근혜 정부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기장은 현 정부가 “일본의 집단자위권 문제에 있어서 미온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다”면서 “일본 군국주의 부활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반대의사를 제대로 일본과 관련국인 미국, 중국에 전달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바”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는 ‘국가개조’보다는 ‘정부개조’에 힘을 쏟아 대한민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고, 한반도의 평화와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지켜낼 수 있는 투철한 애국심과 명확한 비전과 효율적인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인사들로 각료를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남북관계와 관련, “북한의 평화 제안에 대해 핵 포기를 선결요건으로 제시하며 일축하기보다는, 남북간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모멘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접근하고,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 회담에서 동북아시아 평화에 대한 의미 있는 공감을 이끌어내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기장은 끝으로 “대한민국이 동북아시아 평화에 기여하는 평형추의 역할을 감당하기를 위하여 기도할 것”이라며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조약을 맺으며, 단계적으로 통일을 실현하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일본의 군국주의가 설 자리를 없애고, 동북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무력충돌을 예방함으로써, 이 세상에 하나님의 평화를 이루어나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구상을 밝혔다.
아래는 기장이 발표한 논평 전문이다.
<논평>
아베 내각의 ‘집단적 자위권’ 용인 조치를 규탄하며, 박근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합니다!
그가 열방 사이에 판단하시며 많은 백성을 판결하시리니 무리가 그들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 (이사야 2: 4)
이 땅에 하나님의 평화를 이루는 것이 우리의 사명임을 고백하며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아베 총리의 평화헌법 개악 시도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논평과 성명서 발표하고 일본 정부에 서신을 발송하여 반대의사를 밝혀왔으며,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깨뜨리고, 전쟁의 가능성을 불러오는 일본의 군국주의적 야심에 대하여 진심어린 반성과 회개를 촉구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거듭된 충고와 권면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1일에 일본이 총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전쟁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정부 견해를 정식으로 채택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입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이날 오후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일본이 공격당했을 때뿐만 아니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가 무력 공격당했을 때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무력행사를 할 수 있도록 헌법 해석을 변경하였습니다. 이는 1981년 스즈키 젠코(鈴木善幸) 내각 이후 지켜 온 ‘집단적 자위권 불인정’ 방침을 33년 만에 뜯어고친 것이며, 이에 따라 전수방위(공격받았을 때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방위력 행사) 및 전쟁포기를 규정한 평화헌법 9조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것입니다.
일본은 ‘자위조치’로서 무력행사가 가능한 ‘신(新)3요건’으로 ▶일본에의 무력공격 및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의 무력공격으로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자유 및 행복추구의 권리가 근저에서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거나 ▶일본의 존립을 유지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 다른 적당한 수단이 없을 경우 ▶최소한도로 필요한 실력(무력)을 행사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명백한 위험’을 판단하는 주체가 일본 정부이고, ‘다른 적당한 수단’을 모색하는 주체도 일본 정부이며, 필요한 무력의 ‘최소한도’를 결정하는 것도 일본 정부라는 점에서, 이러한 요건 충족이라는 전제 조건은 일본의 군국주의적 야심을 결코 막아내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불원간 일본이 촉발하게 될 군사적 분쟁 행위에 면죄부를 제공하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번 아베 내각의 ‘집단적 자위권’ 용인과 관련해 일본의 그리스도인들을 비롯한 양심적인 시민사회 세력과 연대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모색하여 일본의 군국주의적 야욕에 대해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한반도 평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용인에 대해서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합니다.
그간 박근혜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 있어서 미온적 입장을 표명하였을 뿐만 아니라 외교안보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국방부 장관 시절이었던 지난 2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집단적 자위권 추진을 “일본이 결정할 문제”라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으며,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에게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 국민이 선택할 문제”라고 밝히고, “집단적 자위권은 유엔헌장에 나와 있는 보통국가의 권리”라며 “우리가 용인하고 말고 할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한 바 있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같은 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러 국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한 사실이 있다”고 답해 의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과연 박근혜 정부가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반대의사를 제대로 일본과 관련국인 미국, 중국에 전달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바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개조’보다는 ‘정부개조’에 힘을 쏟아 대한민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고, 한반도의 평화와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지켜낼 수 있는 투철한 애국심과 명확한 비전과 효율적인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인사들로 각료를 구성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북한의 평화 제안에 대해 핵포기를 선결요건으로 제시하며 일축하기 보다는, 남북간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모멘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접근하고,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 회담에서 동북아시아 평화에 대한 의미 있는 공감을 이끌어내기를 촉구합니다. 특히,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을 통해 “일본은 필요한 방식으로 자신들을 방어할 모든 권리를 갖고 있다”며 지지의사를 밝힌 미국에 대해서도 강하게 항의함으로써, 동북아시아 집단안보체제 확립에 있어 일본을 주요 전력으로 하고, 남한을 하위 전력으로 편입하며, 한반도 유사시에 작전권을 행사하여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에 참전 명령을 내리는 작전계획을 전면 수정하도록 주장하는 계기로 삼을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대한민국이 동북아시아 평화에 기여하는 평형추의 역할을 감당하기를 위하여 기도할 것이며, 이를 위해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조약을 맺으며, 단계적으로 통일을 실현하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일본의 군국주의가 설 자리를 없애고, 동북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무력충돌을 예방함으로써, 이 세상에 하나님의 평화를 이루어나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 입니다.
2014년 7월 2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박동일
총회 평화통일위원장 한기양
총회 총무 배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