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한국교회의 큰 별 김수환 추기경 지다

16일 명동성당에 안치..5일간 추모미사

“너무나 고달프신 수도자 생활을 중생을 위하여 하셨습니다. 이제는 편안히 쉬십시오…”

“어차피 한 번은 가셔야 할 길이라 잘 알지만, 가슴아프고 눈물나는 것은 내 청춘의 빛이셨고, 내 영혼의 어버이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 진정 이 시대의 선한 목자이셨습니다. 그리울 겁니다”

▲ 16일 오후 9시 40분경 명동성당으로 운구된 고 김수환 추기경이 유리관에 안치됐다 ⓒ베리타스

한국교회 교파를 초월한 큰 어른으로 상징됐던 김수환 추기경. 16일 오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김 추기경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을 향해 외쳤던 메시지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그리스도의 평화와 화해였다”고 그의 선종을 지켜본 정진석 추기경은 밝혔다.

그의 이러한 애틋한 인간애 때문인지 늦은 밤중임에도 불구하고 생전에 그를 따랐고, 존경했던 이들의 발걸음이 명동 성당 앞으로 길게 이어졌다.

김 추기경은 임종 직전인 오후 7시 20분경 안구 적출 수술을 받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이웃에 대한 헌신과 사랑을 실천한 뒤 오후 9시 40분경 명동성당으로 운구됐다. 그의 시신은 곧 대성당 대성전으로 옮겨져 십자가 아래 유리관에 안치됐다.

앞서 기자회견을 연 장례위원회 허영섭 신부는 “마지막 순간에 유언은 없었으나 임종 10분 전까지 의식이 또렷했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했다”고 전했다.

허 신부는 또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추기경님의 존재만으로 큰 위안이 됐다”면서 “추기경님이 평소 바라셨던 대로 이 땅의 평화와 정의가 실현되도록 기도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 고 김수환 추기경의 가는 길에 애도를 표하는 참석자들 ⓒ베리타스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에 차마 명동 성당을 찾지 못한 그의 지인들 그리고 신자들은 김수환 추기경의 홈페이지에 고인의 가는 길에 애도를 표했다.

이영주씨는 “사람의 정으로는 김수환 추기경님을 보내드리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지만, 이 세상에 살면서 진정한 목자로서 그리고 선한 목자로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삶을 살아가신 모습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이 씨는 또 “추기경님께서 이 시대의 정의를 위해 그리고 이 땅위에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위해 애쓰셨던 그 사랑을 김수환 추기경님이 그리운 만큼 노력하며 살겠다”고 덧붙였다.

민기순씨는 “너무나 고달프신 수도자 생활을 중생을 위하여 하셨습니다. 이제는 편안히 쉬십시오”라고 했다.

이웃을 위해 너무나 많이 비우고, 버린 탓일까?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속에서 김 추기경은 때론 선한 목자로 때론 고달픈 수도자로 되살아나는 듯 보였다. 이날 명동 성당을 찾은 이들도 그런 김 추기경을 위해 묵묵히 기도를 하는 가하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1966년 마산교구의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후 그가 택한 사목표어(‘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없었다. 오직 그는 힘없고, 나약한 사람들 그리고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속에 파묻혀 살았다. 그래서인지 김 추기경의 따뜻한 인간애는 성직자들은 물론이요 그의 지인들과 신자들 마음 한 켠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 그의 몸은 떠났지만 그의 정신 만큼은 그를 보고, 배운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었다.

한편, 이날 성직자들과 신자들은 자정부터 고 김 추기경을 위한 위령미사를 열었고, 앞으로 장례가 치러지는 5일간 매일 추모미사를 봉헌할 계획이다. 선종 4일째는 입관 예식이 진행되며 5일째인 20일 장례미사가 거행된 후 경기 용인시 천주교 성직자 묘지에 안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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