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월호 참사 전과 후, 반드시 달라져야”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 어떻게 거듭날 것인가?’ 토론회 열려

▲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 8일(화)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거듭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지유석 기자 

세월호 참사 발생 83일째를 맞이한 가운데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하 종교인 모임)은 8일(화)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거듭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는 인사말을 통해 “오늘의 우리 사회를 이처럼 어둡고 무질서한 사회로 만든 우리 종교인들의 책임을 통감하면서 비통함과 참회의 마음을 지니고 여기 모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들이 오늘 여기 함께 모인 것은 슬픔과 아픔과 비통함과 참회의 마음을 공유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며 “안전한 사회,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 종교인들과 정치인들과 사회의 지도자들이 무슨 잘못을 어떻게 고쳐 나아갈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함께 모였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인사말에 이어 경동교회 담임목사인 박종화 목사의 진행으로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발표자는 각각 세월호 유가족, 청년세대, 종교계, 사회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나섰다. 
먼저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 부위원장이 발표에 나섰다. 전 부위원장은 “유가족들은 이기적 집단이 아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는 우리로 족하다”며 “세월호 참사 전과 후가 달라져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서해 페리호 침몰사고 등 비슷한 사고가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정부가 나서서 의혹을 밝힌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 부위원장은 그러면서 “유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이를 통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원한다. 현재 국회의원 171명이 특별법 취지에 공감한 상태다. 또 전국에서 310만의 국민들이 안전한 사회 만들기를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에 바칠 것이다”는 심경을 표현했다. 
전 부위원장의 발표가 끝나자 청년대표인 <청년허브>의 우인철 씨의 발표가 이어졌다. 우 씨는 “경쟁과 효율성의 논리로 발전해온 부분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생존의 문제 외에도 우리는 더 잘 살기 위해서, 더 돈을 벌기 위해서 고민한다. 특히 남보다 더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돈이면 웬만한 것들이 해결된다고 여겨지는 시대에 상대적인 빈곤감을 느끼지 않기란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우 씨는 “우리 사회가 불안한 시대를 넘어 다양한 경험의 기회가 주어지는 복지국가라는 자부심, 그리고 평화로운 한반도, 통일된 대한민국 이렇게 두 가지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상식만 바로 섰어도 참사는 없었을 것 
▲세월호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인사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침묵의 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종교계 대표로 나선 천주교 서울대교구 쑥고개교회 김홍진 주임신부는 “극히 간단한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였더라면 세월호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며 “가장 기초적인 도덕과 윤리규범만이라도 존중되는 사회라면 그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 신부는 “이 시대의 비극은 세월호 참사로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참사는 일상으로 일어나는 것 같다”며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렇다면 세월호에서 희생된 수많은 영령들에 대한 남아 있는 자들의 올바른 예의가 아니다”고 경고했다. 
김 신부는 끝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모든 것이 달라져야 한다. 새로운 각오로 모두가 새로이 태어나야 한다”며 “집단 이기주의를 뛰어 넘는 상생의 정신, 잡초를 완전히 제거한 뒤 나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개인의 탐욕이 아닌 잡초와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세계, 나와 네가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세상,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자”고 권면했다. 
사회계 대표인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의식의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제도, 법, 매뉴얼을 아무리 잘 만들고 공직자를 아무리 바꿔놓아도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안전불감증, 생명 경시, 돈 사랑, 부정직과 무책임 등의 고질을 고치지 못하는 한 대형사고는 반드시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가 축적한 물리적 힘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커졌고 앞으로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다음 사고는 점점 초대형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만큼 법과 제도의 외양간을 고칠 뿐 아니라 의식의 외양간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말이다. 
손 명예교수는 특히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된 데에는 종교계가 가장 큰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내가 속한 개신교계가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종교계를 강하게 질타했다. 
손 교수는 대안으로 책임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 교수는 “아무리 좋은 동기에 시작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면 비도덕적인 것이다”며 “동기도 좋아야겠지만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윤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끝으로 “다른 사람 손가락 하나 다치게 하는 것도 그건 죄악이다, 이런 의식을 갖고 안전불감증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자녀가 세월호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공공성도 살리고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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