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살기,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등 기독교계 진보단체 및 복음주의권 일부, 그리고 개인 활동가들이 모여 오는 24일(목) 오후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민주쟁취기독교행동’(가칭, 이하 기독교행동) 결성대회를 갖는다.
창립준비위원장인 진광수 목사는 “기독교행동은 1년 기한의 한시적 조직으로 운영될 방침”이라면서 “국정원 대선 개입 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 활동을 승계해 민주주의 회복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독교행동은 출범일인 24일이 세월호 참사 100 일째임을 감안, 결성대회에 앞서 추모예배를 열 계획이다. 이와 관련, 진 목사는 “세월호 참사 관련 구체적인 활동방향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희생자 유가족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진상규명 및 기독교계가 해야 할 일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래는 기독교행동 결성 선언문 전문이다.
<민주쟁취기독교행동 결성 선언문>
우리는 기독인이다. 우리는 고난받는 이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다 자신을 십자가에 내어 놓으신 예수의 삶을 따르고자 한다.
지금은 참으로 암담한 시대이다. 권력을 가진 집단은 말로만 민생을 외칠 뿐 오로지 극소수의 배만 불리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대자본, 정치인, 고위관료, 보수언론, 법조계의 곳간은 넘쳐나고 있지만 경제활동인구의 삼분의 이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루하루 불안한 노동 끝에 죽음에 내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고단한 알바 노동, 실직자와 퇴직자들의 삶의 팍팍함은 개선될 조짐이 없다. 또 어쩔 수 없이 자영업을 선택한 이들이 집단적으로 파산하고 가정이 해체되고 있다.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 생명과 생태, 식량자주권을 도외시한 정책으로 인해 우리들의 고향인 농촌은 해체되고 농업은 몰락하고 있다. 사회보장망의 사각지대에서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연명해가는 빈민층은 희망이 없다.
우리사회는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자살률 1위라는 절망적인 사회가 되고 있다. 인간의 삶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주택, 교육, 의료, 교통, 통신 등 분야는 대자본의 이익을 위하여 민영화라는 미명하에 공공성을 무너뜨리며 사유화의 길로 치닫고 있다. 대선 당시 시대정신이라고까지 불리던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는 어느새 사라졌다. 또한 남북문제는 집권세력이 필요에 따라 활용만 할뿐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요원하다.
이렇게 세상이 암담해지는 동안 우리 기독인들이 모두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고난받는 이웃과 함께 현장에서 같이 눈물을 흘리며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했고, 세상 사람들의 양심을 일깨우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려 애썼다. 지금도 진행 중인 쌍용자동차, 유성기업 등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 밀양 송전탑문제, 강정 해군기지 건설문제 등에서 우리 기독인들은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열심히 활동했고 일부 성과를 보이기도 했으나 능력의 부족과 활동의 분산으로 인해 효율적인 문제해결에는 아직 다다르지 못한 면이 너무도 많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될 것이다.
한편 우리사회가 수십 년에 걸쳐 피 흘려 이루어 놓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그 근간을 흔든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국가기관들이 지난 대통령선거에 개입하여 불법 부정선거를 저지른 대단히 충격적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 국가기관들의 불법 부정 대선개입에 대한 규탄 및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에 대해 요구하는 각계각층 국민들의 목소리가 1년 반 넘게 이어졌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국민들의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18대 대선은 불법 부정 선거이고, 따라서 이를 기획하고 모의하고 집행하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많은 국가기관을 동원하여 불법 부정선거를 주도한 이명박 전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등의 행동을 하고 있는 박근혜 현대통령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전현직 대통령과 정권에 책임을 묻고, 땅에 떨어진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을 우리 기독인들은 그간 꾸준히 해왔다. ‘국정원대선개입 기독교공대위’를 결성하여 다채로운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열심히 행동하였지만 많은 기독인들은 지금도 침묵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연목구어’라고 비아냥거리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제 입맛에 맞는 정치-종교 분리론을 설파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단지 우리의 주장을 앞세우는 행동에 도취되지 않고, 우리의 노력이 많은 교우들과 많은 국민들에게 공감되어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 성찰하고 스스로 혁신하고자 지혜와 의지를 모아 왔다. 더 날카롭게 강하게 벼린 칼처럼 우리 스스로의 활동을 한 단계 끌어 올리고자 준비했다.
그런 와중에 지난 4월 16일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세월호 대참사가 그것이다. 전 국민이 방송을 통해 시시각각 보도를 보았다. 유사 이래 실시간으로 대참사를 온 국민이 동시에 경험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자본과 권력의 맨 얼굴을 보았다. 자본의 끝없는 탐욕을 보았고 권력집단의 무능함을 보았고, 자본과 권력의 부정한 결탁을 보았다. 한국사회의 경제적, 정치적 구조가 밝혀졌다. 그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당연히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며 분노했고, ‘이윤이 아닌 인간을’ 주장했다. 이에 호응하여 생각 있는 지식인들과 종교인들은 이제 한국은 세월호 이전과는 다른 사회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알다시피 박근혜 정권은 4월 16일부터 참사 100일이 되는 오늘까지도 인명구조는 단 한 명도 하질 못한 채, 사건에 대해 쉬쉬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희생자 유가족들의 피눈물 나는 절규를 모른 척 하고 있다. 세월호 대참사로 인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국무총리를 대신하여 세운 자들이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수준 낮은 이들이어서 사임자를 도로 총리를 시키며, 각 부처와 비서진 구성에서 보이듯이 심각한 문제들을 가진 자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임명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1년 반 동안 많은 심각한 문제들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이제 어떤 면에서 보더라도 박근혜 정권은 국민을 위한 권력이 아니고 국민과 싸우려는 권력임이 명백해졌다. 박 정권은 소수 지배계급의 이익을 위해 절대다수 국민을 탄압하고 짓밟는 권력이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명료해졌다. 부정부패를 근간으로 소수가 다수를 착취하고 탄압하는 지배구조, 그 지배구조의 정점에 박근혜 정권이 있다. 이를 심판하는 것, 그래서 새로운 정의를 이 땅 위에 세우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 기독인들의 과제이다.
이를 위해 먼저 모인 기독인들이 ‘민주쟁취기독교행동’의 깃발을 오늘 세운다. 앞으로 뜻을 같이 하는 전국의 모든 교회, 지역, 단체, 개인들이 앞으로 대규모로 합류할 것임을 믿는다.
우리 믿음의 핵심은 불의에 대한 항거요 정의를 세움이라는 말씀을 따라 오늘부터 우리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십자가를 지고 예수의 뒤를 따른다.
2014. 7. 24.
민주쟁취기독교행동 결성대회 참석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