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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성 교수는 2013년 3분기 기준 991조 7000억 원을 기록한 가계부채가 2014년 1월 현재 1000조원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부채탕감의 성경적 근거를 설명하고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문했다.
정 교수는 누가복음 16장 1-9절의 ‘지혜로운 청지기 비유’에 묘사된 빚 탕감 행위를 기존 사회의 “타당성 구조”(plausibility structure)에 기반하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과 사랑의 정신”에 입각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제의했다. 그리고 마태복음의 주기도문에 언급된 ‘오늘의 양식을 걱정해야 하는 공동체’의 상황을 역사적 현실로 전제하고 부채탕감을 최종 후견인인 하나님께 간청하는 행위는 “직접 ‘예수가 부채로 인한 엄청난 억눌림 상태부터 가난한자들을 풀어줄 것을 [‘특권층’ 채권자들에게] 간곡히 요청’하는 의미가 있다”고 Douglas Oakman의 견해를 인용하여 설명했다. 이어 마태복음18장 23-35절의 ‘빚을 탕감해준 왕의 비유’는 “빚 탕감 명령이 단순한 자선(charity)을 촉구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그것이 공동체 안과 밖에서 사회적 정의(social justice)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러한 성경 말씀의 해석들을 조합하면서 성경이 절박한 빚 탕감의 문제를 자선을 넘어 사회적 정의 문제로 다루고 있으며 더 나아가 그러한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지 않는 것을 예배의 본질, 즉, “죄”의 문제로 연결시키고 있음을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정 교수는 “빚 탕감이 진정 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마치 미국의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처럼 사회단체들이 주체가 되어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빚 탕감이 단순히 사회복지제도를 보완하는 수박겉핥기식의 일시적 처방전이 아니라 근본적인 공동체 회복의 실질적 수단이 되기 위하여 ... 개인과 가계의 부채문제를 ‘인간에 대한 존중과 형제애’의 정신에 입각하여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기본소득’(Basic Income) 보장이 온전한 빚 탕감의 정신이요 궁극적인 재분배의 완성형”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와 더불어 “각종 신용회복 프로그램의 시행, 노동시간의 단축, 노동력의 탈 상품화, 금융의 공공화, 그리고 토지의 공공화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교회는 청지기의 탕감을 “예수의 성육신 모델을 문자 그대로 따르는 교회 사건”으로 인식하고 강단을 통해 “이제 대문밖에 버려져있는 나사로에 대한 불필요한 협박을 중단하고, 바로 음부에 떨어질 위기에 처해있는 이 ‘홍포 입은 부자들’을 향해 설교의 포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희년함께’는 토론회와 더불어, 기독교인과 교회를 중심으로 부채탕감을 위한 모금운동을 전개하며, 성도들과 시민들의 모금으로 10년 이상 장기 연체 채권을 매입해 소각하는 한국판 ‘롤링 주빌리’ 운동을 실행하고, 부실채권을 2차 시장에 헐값으로 넘김으로써 채무자가 평생 원금과 연체이자의 독촉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비정한 금융시장의 관행을 폭로하는 등의 활동도 하고 있다. 앞서 오전 10시에는 ‘에듀머니,’ ‘희망살림,’ ‘민생연대,’ ‘해오름’ 등의 단체와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과 공동으로 국회 정론관에서 빚 소각 기자회견을 실시한 바 있다.
그리고 ‘희년함께’는 <부채탕감운동 Q&A>를 통해 관련 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그 중 몇 가지 항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미국의 롤링 쥬빌리 운동은 어떤 운동이었나요?
‘롤링 쥬빌리’는 장기 채무자들의 부실채권을 금융회사로부터 헐값에 매입해 부채를 탕감해 주는 운동이었습니다. 채권자가 무분별하게 대출을 허용하더라도 채권자들은 책임을 지지 않고 채무자들만 죽도록 빚에 시달리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시민단체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롤링 쥬빌리’라 불리는 빚 탕감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운동으로 2012년 11월 미국 시민들은 67만 7,552달러를 모아 원금 1,473만 4,569달러의 부실채권을 소각했습니다. ‘롤링 쥬빌리’는 금융시장에서 채무자들의 부실채권이 헐값에 거래되는 점에 착안해 시민들이 낸 성금으로 그 부실채권을 사들여 소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저희가 전개하는 부채탕감운동도 이 운동에 착안하여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2. 우리나라에서의 부채탕감운동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의 ‘롤링 쥬빌리’와 비슷한 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희망살림’을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 등이 추심업체로부터 헐값에 부실채권을 사들여 빚 독촉을 통해 빚을 회수하는 대신 채권을 태워 버려 채무자들을 빚의 고통으로부터 구제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2014년 4월, 1,300여만 원의 모금으로 4억 7천만 원의 빚이 사라졌습니다. 사단법인 ‘희망살림’의 분석에 의하면 117건의 빚이 소각되었고 부채 평균 액수는 400여만 원이었다고 합니다. 채권의 81%가 10년 이상 장기 연체 중이었습니다. 400만 원을 못 갚아 10년 이상 사실상 사회에서 퇴출당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는데 알고 보니 그들을 쫓는 사람이 처음 그들이 마주했던 채권자가 아니었습니다. 단지 빚 문서를 헐값에 사들인 다른 채권자 즉, 추심업체이지요. ‘희년함께’는 ‘희망살림’과 연합으로 부채탕감운동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6. 부채탕감운동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부실채권은 실제 추심업체에 1~5%의 가격에 거래됩니다. 이점에 착안하여 장기부실채권을 추
심업체로부터 매입하여 부실채권을 소각함으로써 빚을 탕감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금융 위기 시 대형 은행과 금융업체는 국민의 세금으로 공적자금을 투자해서 살려냈지만 수많은 생계형 신용불량자는 끊임없는 빚 독촉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는 처지에 방치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이 운동이 전개되었습니다.
7. 부채탕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요?
부채탕감운동은 일반 시민들이 채무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점을 이해하고 십시일반 후원 모금을 통해 채무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취지의 운동입니다. 채무가 있는 특정인을 후원한다고 해서 해당 본인의 채무를 탕감받게 되는 방식은 아닙니다. 현재 부실채권 시장에서 특정인의 채무만을 선택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본 운동을 통해 서 매입하려는 부실채권도 저희가 매입한 이후에야 누구의 채무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8. 도덕적 해이의 문제는 없나요?
부채를 탕감해주는 운동에서 개인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시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도덕적 해이를 문제로 부실채권 10년 이상의 생계형 채무자에게 원금 이상의 돈을 요구하며 삶을 노예화하는 것이 과연 도덕적인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저희는 돈은 꼭 갚아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바탕으로 약탈적으로 대출해주는 채권자에게 먼저 도덕적 해이의 책임을 묻고자 합니다.
9. 희년과 부채탕감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희년은 구약 이스라엘 사회의 규약으로서 개인의 부채탕감, 노예해방, 토지의 회복 등이 포함됩니다. 인간의 자유와 해방의 사건인 희년은 돈과 권력에 의한 인간의 구속을 금지하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현대의 부채탕감운동도 빚에 의해 삶의 회복을 꿈꾸지 못하는 가난한 채무자들에게 희년적 조치의 하나인 부채탕감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희년의 정신과 닿아 있습니다.
10. 부채탕감운동과 교회의 역할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성경에는 안식년과 희년에 부채탕감을 해줌으로써 채무자에게 부여된 과도한 짐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오늘의 부채탕감운동은 고아와 과부를 비롯한 가난한 자에 대해 지극한 관심을 가진 성경에 근거하여 평균 10년 이상된 부실채권을 구매하여 소각함으로써 생계형 신용불량자에게 자유와 해방을 전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공평과 정의의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모든 교회와 함께 오늘날의 부채탕감운동을 전개하려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