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한국교회언론회, 예수상 반대 입장 밝혀

“‘우상숭배’ 답습하는 수준 벗어나기 힘들어”

전남 순천에 세계 최대 예수상이 들어선다는 소식과 관련, 한국교회언론회(이하 언론회)는 24일(목) 성명을 발표하고 예수상 건립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회는 성명에서 반대이유를 크게 네 가지로 제시했다. 먼저 교계 분열을 일으킬 수 있고, 순천에 예수상을 세우는 일이 그 지역에서 활동했던 故 손양원 목사의 목회사역과 맞지 않으며, 종교개혁 정신과도 어긋날뿐더러 예수상 건립 자체가 우상숭배를 답습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언론회는 지적했다. 
언론회는 38개 교단 및 기독교단체의 연합체로서 보수교단 쪽 입장을 대변해왔다. 언론회의 이번 성명은 보수교단 쪽에서도 예수상 건립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래는 언론회의 성명 전문이다. 
거대한 ‘예수상’을 세우기 전에
십자가는 기독교의 상징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의 대속(代贖)을 위해 십자가를 지셨기 때문이다. 예수님 당시 로마는 이방인을 위해 끔찍한 고난을 주기 위해 십자가형을 고안해 냈다. 유대에서도 범죄자를 나무에 달려 죽게 하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은 가장 고통스럽고, 저주스런 죽음으로 여겨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저주와 고통의 십자가는 ‘구원’과 ‘생명’을 살리는 상징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기독교의 상징은 ‘십자가’이다. 저주의 십자가가 자랑의 십자가가 된 것이다. 사도 바울은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다”(고전2:2)고 하였다.    
그렇다고 기독교는 십자가를 섬김의 대상으로 보지는 않는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개신교)는 성상(聖像), 성물(聖物), 성화(聖畵,) 성인(聖人), 마리아 등 어떤 인간적 존재를 숭앙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 또 ‘예수상’을 만들어 숭배하는 것도 허락지 않는다. 이러한 것들은 하나님께서 금하셨기 때문이다(출20:4-5).  
그런데 최근에 전남 순천 지역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예수상’을 만들려 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기념비적인 조형물을 만들어, 지역의 관광자원과 연동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조형물을 만들기 전에 먼저 생각할 것이 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이 문제로 교계가 분열될 수 있다. 지금까지 한국 기독교의 교리와 전통, 정서가 있는데, 이를 강행하려 한다면, 의견 분열로 인하여 득(得)보다 실(失)이 클 것이다.    
둘째는 전남 순천지역은 우리에게 “사랑의 원자탄”으로 널리 알려진 고 손양원 목사님의 활동 지역이었다. 손 목사님은 ‘용서’와 ‘사랑’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버림받은 한센병 환자들의 벗이요, 치료자였다. 그 분의 신앙은 결코 화려함이나 세상에서의 자랑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셋째는 종교개혁 정신과도 어긋나는 것이다. 중세 암흑시대 교회는 하나님 사랑보다 살아 있는 종교 지도자들과 ‘우상숭배’에 젖어 있었는데, 이를 배격하고 바른 신앙을 회복하기 위해 종교개혁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개혁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넷째는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실까를 생각해야 한다. 이 시대 예수님의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어떤 모습의 ‘예수상’을 만든단 말인가? 또 어떤 형태의 ‘예수상’을 만든다고 하여도, 결국은 타종교에서 행하는 ‘우상숭배’를 답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듯하다.   
다행히 주최하는 쪽의 입장을 들어보면, 아직은 계획 단계라고 한다. 그렇다면, 세계 최대의 예수상을 세우기에 앞서서, 어떤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에 합한 것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자칫 기독교 순례지가 기독교인들에게 분열의 빌미가 되고, 세상의 비난거리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논문소개] 탈존적 주체, 유목적 주체, 포스트휴먼 주체

이관표 박사의 논문 "미래 시대 새로운 주체 이해의 모색"은 세 명의 현대 및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의 주체 이해를 소개한다. 마르틴 하이데거, 질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교회가 쇠퇴하고 신학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다"

한신대 김경재 명예교수의 신학 여정을 다룬 '한신인터뷰'가 15일 공개됐습니다. 한신인터뷰 플러스(Hanshin-In-Terview +)는 한신과 기장 각 분야에서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진과 선에 쏠려 있는 개신교 전통에서 미(美)는 간과돼"

「기독교사상」 최신호의 '이달의 추천글'에 신사빈 박사(이화여대)의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키에르케고어와 리쾨르를 거쳐 찾아가는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사회봉사를 개교회 성장 도구로 삼아온 경우 많았다"

이승열 목사가 「기독교사상」 최근호(3월)에 기고한 '사회복지선교와 디아코니아'란 제목의 글에서 대부분의 교단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의 교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