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목회자는 설교로 섬기는 자”

환경지킴이 최병성 목사 인터뷰(上)

최병성 목사는 목회자라기보다 환경운동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무엇보다 전 정권에서 행해진 4대강 사업의 위험성을 사진과 글로서 고발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그의 외침에 무감각했다. 특히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목사가 장로 대통령이 벌이는 사역(?)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그의 외침은 앞으로 4대강에 닥칠 재앙에 대한 예언이었다.   

그는 최근 들어 『복음에 안기다』, 『들꽃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 등 신앙 관련 저술을 내는 한편 지난 3일(목)부터는 서울YMCA 목요성서강좌를 맡아 성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본연의 업무’인 환경지킴이로서의 활동도 병행하면서 말이다.   
그와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가장 먼저 던졌다. 그는 본연의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목사보다 환경운동가로 더 잘 알려진 최병성 목사를 만났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그에게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가장 먼저 던졌다. 이에 최 목사는 목사로서의 자기자신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전 목사입니다. 전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목사가 왜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제 답은 이렇습니다. 목사이기에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요. 한국 교회는 목사를 교회라는 울타리로 좁혀 놓았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교회에서 설교하는 사람으로 역할을 축소해 놓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목사가 교회 안에만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진정한 목사란 예수님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의 삶을 보세요. 예수님은 말구유에 태어나셨습니다. 그리고 공생애 기간 동안엔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설교하고, 아픔을 치유해 주셨습니다. 삶으로 사람들을 찾아가셨단 말입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이 교회로 오도록 기다리셨다기보다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삶을 회복시켜주셨습니다. 따라서 목사가 교회 안에 갇혀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목사는 세상 사람들의 삶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저 역시 예수의 삶을 따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 분명히 목사입니다.”    
그는 현재 시무하는 교회가 없다. 그는 교회를 맡아 키우려는 욕심보다 환경보전, 저술 등 자신이 벌이는 활동 전반을 목회사역으로 여기고 매진 중이다. 그는 특히 환경운동가로서 한국 교회의 회복을 위한 단초를 제시했다.    
“이 땅에서 예수의 삶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시대에 아파하는 지구와 사람들에게 다가가 삶을 나누는 일은 목사가 응당 해야 할 일입니다. 저는 목사여서 그런 일을 하고요.    
환경을 지키고 살리는 일은 태초에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사명이었습니다. 창세기에 보면 하나님께서는 천지를 창조하셨고 인간에게 이를 잘 지키고 보존하라고 하셨죠. 말하자면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청지기의 삶을 주신 셈이죠.   
현재 한국교회는 병들어 있습니다. 병든 한국교회가 다시 살아나는 길도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 즉 아름다운 자연을 잘 지키고 보존하는 일에 있다고 봅니다.     
성경은 첫 장인 창세기부터 하나님의 창조사역을 기록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말로는 창조주 하나님을 외치면서 정작 현실에서는 이 하나님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돈과 성공을 보장해주는 거짓 신을 섬깁니다. 만약 한국 교회가 생명을 살리고 지키는 사역에 뛰어든다면 다시금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회복하는 동시에 세상 사람들로부터 교회다운 교회라고 인정받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한국교회 회복의 단초는 창조주 하나님의 회복에 있습니다. 창조세계 지키기에 동참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곳곳에서 한국교회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특히 교회의 타락상에 대해 교회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왜 이토록 병들게 됐을까? 그의 진단은 간단했다. 한국교회가 본질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최병성 목사는 한국교회 위기의 원인을 "복음을 잃어버린 것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저는 교회가 복음을 잃어버려서 타락했다고 봅니다. 즉 예수를 잃어버렸다는 것이죠. 복음이란 말은 흔히 듣습니다. 그러나 이런 복음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의문은 실종됐습니다.  
복음은 예수님 이전에 행해지던 율법질서와 제사의식을 전복시켰습니다. 예수의 삶과 십자가는 제사를 종결시켰죠. 예수의 십자가 죽음과 동시에 성전 휘장은 찢겼고, 하나님께서는 세상 밖으로 나오셨습니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예수를 이야기하면서 다시 구약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교회를 성전으로, 예배를 하나님께 인정받기 위한 제사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제사에 제사장이 필요하듯 목사가 제사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목사의 권위는 격상됐고 반면 성도들은 종교노예화됐지요. 한국 교회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목사의 문제가 큽니다. 목사가 마치 신의 대리인인양 신도를 억압하는 우를 범하고 있어요. 목사는 설교로 (하나님을) 섬기는 자라고 이해한다면 지금처럼 목사의 권위가 올라갈 수 없고, 따라서 교회가 타락할 일도 없을 텐데 말입니다. 한 마디로 근원인 예수를 잃어버리다 보니까, 십자가가 삶에서 주는 의미를 잃어버렸지요.”   
물론 한국 교회의 타락상을 인식하고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아주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는 이런 개혁운동의 문제점을 명확히 꼬집었다. 한 마디로 개혁자들이 근본적인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회개혁운동에서는 헌금 관행, 교회 세습, 목사의 교권주의 등등을 문제로 지적합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사실 지엽적인 것들이에요. 한국 교회의 근원적인 문제는 복음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교회에 예수가 없어요. 또 교회가 성전이 아니고 예배가 제사가 아닌데, 이런 근본적인 오류를 끄집어내지 못해요. 이렇게 해야 사람들이 깨어나는데 그러지 못하고 목사들의 부패상만 부각시키니 반향이 크지 않은 것이죠.   
사실 우리 모두가 하나님 앞에 제사장입니다. 종교개혁자 루터가 ‘만인제사장’설을 말했잖아요? 그리고 목사는 다만 설교로써 섬기는 자일뿐입니다.   
이 땅에서 예수님의 삶은 다양하게 조명할 수 있습니다. 그 하나가 하늘의 영광을 버리신 겸손의 종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씻기기 위해 겉옷을 벗었고, 이어 무릎을 꿇고 발을 씻기셨습니다.     
목사의 권위는 예수님처럼 성도를 사랑하는데서 나옵니다. 권위가 설교에 있는 것이 아니에요. 예수께서도 사람들을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기까지 사랑했습니다. 예수의 권위는 이런 사랑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교회의 목사들은 성도들을 쥐어 짜내면서 하나님의 종이란 권위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근원적으로 잘못된 행태입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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